대통령실 힘 빼기 추진…총리, 장관 자율성 커진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던 기존 청와대를 해체하고 인원과 역할을 축소시킨 대통령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다. 윤 당선인이 15일 산불피해를 입은 경북 울진군을 방문하기 위해 울진비행장에 도착해 헬기에서 내리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제왕적 대통령제로 국가가 운영되는 우리나라에서 청와대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핵심 권력기관이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조직'이지만, 실질적으로 국정운영의 최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행정부뿐 아니라 사법부·입법부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역대 정부가 그래왔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청와대의 영향력이 닿았다. 각 분야 주요 사안에 대해선 청와대의 메시지가 어김없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오는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참모조직에 대대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기존 대통령실(청와대)은 부처 위에 군림하며 권력을 독점하고, 국가적 위기에는 제대로 대처 못 하고 미래 준비에 소홀했다"며 "제왕적 대통령은 궁궐식 청와대 구조의 산물로,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의 국정운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청와대 해체 및 명칭까지 폐지 △대통령실 광화문 이전 △대통령 관저, 대통령실과 공간적 분리 및 이전 △기존 청와대 부지는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바꿔 국민 모두가 누리는 '열린 공간'으로 재구성 △수석비서관, 민정수석실, 제2부속실 폐지 △대통령실 인원 30% 감축 등을 통해 대통령실은 범부처·범국가적 현안을 기획·조정·추진하고 미래전략 수립에 집중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존 청와대를 없애고, 광화문으로 집무실을 옮긴 대통령실은 정예화한 참모와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라는 두 축으로 운영하겠다는 게 윤 당선인의 구상이다. 대선 승리 후에는 곧바로 대통령 광화문 시대 공약 이행을 위한 실무 논의에도 착수했다. 새 대통령 집무실은 광화문 외교부청사와 용산 국방부청사를 두고 고심 중인 가운데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지는 집무실 위치를 확정할 계획이다.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 등과 함께 당선인 주재 인수위 티타임을 갖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국방부청사는 공약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던 곳이다.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나 외교부청사로 이전할 경우 경호와 교통 등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 인수위 내 청와대개혁TF에서 주변에 고층 빌딩이 없어 경호에 이점이 있고 헬기장, 지하 벙커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방부청사도 후보지 중 한 곳으로 포함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원희룡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은 지난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이전으로 광화문 시대가 열리는 것인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약속은 다 지킨다. (경호 문제 등은) 다 검토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원 기획위원장은 '5월부터 첫 출근은 무조건 광화문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대통령실 이전 위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존 청와대의 권력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예고된 미래다. 대신 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더 확대된다.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각 부처를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윤 당선인은 세종시에 제2집무실을 설치해 세종을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만들겠다고 했다. 세종으로 내려가 있는 부처의 공무원처럼 본인도 세종과 서울을 오가는 대통령으로 지역균형 발전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인수위 구성 단계부터 강한 정치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사안들이 곧바로 실현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경호처와 경찰 등이 고민해야 하는 경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정부조직법을 바꾸기 위해선 거대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민주당이 반대하는 공약도 윤 당선인은 밀어붙인다는 계획이지만, 윤 당선인 취임 불과 3주 뒤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선에서 0.73%포인트 차이로 아쉽게 패한 민주당이 윤 당선인의 개혁에 순순히 따라줄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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