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공식회의선 2030 위원들 '자기반성' 한 목소리
더불어민주앙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민주당은 2030 청년층을 비대위 전면에 배치했지만, 윤호중 원내대표가공동비대위원장을 맡으면서 당내 이견이 속출하고 있다. 13일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줌(ZOOM)을 통해 모두발언 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2030 청년층을 전면 배치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출범 첫날부터 당을 향한 자성과 비판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젊은 인재 수혈과 당을 향한 쓴소리로 시작한 민주당 비대위가 '내로남불' 체질 개선을 통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윤호중 비대위 체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면서 시작부터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여기에 정치제도 개혁안 등도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0.73%포인트'차이로 아쉽게 졌다는 데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당의 성찰과 쇄신을 통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전 대선 후보가 추진하던 정치개혁도 지방선거 전에 완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14일 열린 민주당 비대위 첫 회의에서도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을 포함 2030 비대위원들의 뼈아픈 비판이 쏟아졌다. 개혁 이슈에 초점을 둔 한층 진보적인 색채가 돋보였다.
선거 막판 20대 여성 표심을 이끌었던 박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의 소극적인 성 문제 대응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성폭력·성비위·권력형 성범죄 무관용 원칙 도입 △여성·청년 공천 확대 △정치권 온정주의 철폐 등을 민주당이 지방선거 전 도입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부친상에 조화를 보낸 당 내부 인원들을 두고도 "이제 그런 나쁜 문화는 이해해달라 할 수 없고 이해해서도 안 된다"고 꼬집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30대인 권지웅 비대위원은 '평등법' 제정 논의 본격화를 외쳤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를 평등법 제정을 미루는 핑계가 아닌 설득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등법'이 2002년 당시 故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이었고,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전 후보도 평등법 제정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상대책위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회의 시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채이배, 배재정, 김태진 위원, 윤 비대위원장, 이소영, 조응천 위원, 박성준 비서실장.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과 권지웅 위원은 화상을 통해 참석했다. /이선화 기자 |
마찬가지로 30대인 초선 국회의원 이소영 비대위원은 대선 당시 공언했던 다당제 정치개혁 과제와 지방선거 2030 청년 공천(광역의원과 기초위원의 30% 이상) 등을 언급했다. 그는 "(해당 과제들이) 선거에서 졌다고 유야무야해선 안 되고, 이번 지선에서 어떻게 젊고 유능한 인제들에게 획기적인 기회를 제공할지 고민하고 신속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대장동 특별검사법 처리'도 반드시 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특검법의 경우, 여야 모두 주장한 바 있어 추진이 수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당선자와 국민의힘 측에 잘못이 있으며 이 전 후보의 '억울함'이 풀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태년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은 이날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회의에서 "민주당은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정치개혁을 실천하겠다고 국민께 약속드렸다. 약속한 대로 반드시 정치개혁을 실천하겠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부터 국민 통합을 위한 정치개혁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인선과 개혁안 추진 등을 통해 '쇄신'이 필요하다는 대의 자체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다만 여전히 당내 일각에서 '윤호중 비대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어 당분간 당 내부 갈등을 포함한 진통이 다소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윤 비대위원장을 향해 날선 비난을 쏟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은 김두관 의원이다. 그는 '이재명 비대위원장' 체제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당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선방할 사람이 이 전 후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의원 총회에서 다수 의원들이 윤호중 비대위를 반대했다며 '윤호중 사퇴, 이재명 비대위원장 추대'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김두관 의원은 '이재명 비대위원장' 체제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박 공동비대위원장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건 이 전 후보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남윤호 기자 |
14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김 의원은 "지도부 사퇴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윤 비대위원장을 저격했다. 이어 "(2030 여성 입당 변화라는)큰 흐름을 잘 받아낼 사람은 이 고문밖에 없다"며 '이재명 비대위'를 거듭 제안했다. 이수진(동작을) 의원도 자신의 SNS에 '윤호중 비대위로는 안 된다'며 '위기를 극복할 과감한 리더십은 이재명 비대위가 당의 화합책'이라고 김 의원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출범 초반부터 내부 반발에 부딪히면서 민주당 비대위가 탈바꿈할지 우려가 적지 않다. 쇄신에 성공하지 못하면 청년만 앞세워 이미지만 소비했다는 역풍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민생'을 외치는 윤석열 정부에 가로막혀 정치개혁과 대장동 특검 등 쇄신 과제를 '거대여당' 때처럼 강행 처리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의 비대위 출범에 대해 "앞으로 지방선거가 약 두 달 반 정도 남은 상태에서 민주당이 최소한 '현상유지'라도 하려면 빠른 비대위 출범과 지방선거 체제 전환이 필요했던 상황"이라며 "선거는 졌지만 윤호중 체제하에 앞으로 돌파해 나가겠다는 움직임으로 봐야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