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탄식→긴장→환호→축제'...국민의힘 '정권 탈환' 현장
입력: 2022.03.12 00:01 / 수정: 2022.03.12 00:01

대선 끝까지 사라진 부인들…초방빅 선거 속 엇갈린 여론조사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당선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남윤호 기자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당선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9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하면서,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보수와 진보 정권이 10년 주기로 바뀐다는 '10년 주기설'도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막지 못했다.

-다만 윤석열 당선인과 2위로 낙선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표차는 24만7077표, 득표율 차는 0.73%포인트에 불과했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거의 적중한 가운데 양당의 개표상황실 분위기는 엇갈렸다.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던 유력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 김혜경 씨는 투표할 때를 제외하고는 대선이 끝날 때까지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석패한 민주당의 대선 캠프 해단식은 눈물바다였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의원들, 기자들을 향해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청와대 대변인도 대선 결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독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 참석을 마친 후 의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남윤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 참석을 마친 후 의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남윤호 기자

◆尹 상황실 긴장감의 연속…초반과 180도 달라진 막판

-윤석열 대선 후보가 당선인으로 바뀐 9~10일 국민의힘 개표상황실 분위기는 어땠어?

-9일 오후 7시 30분, 지상파 방송 3사가 일제히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어. 이 후보가 47.8%, 윤 후보는 48.4%로 예측됐어. 반면 JTBC는 이 후보가 48.4%, 윤 후보는 47.7%로 예측했어. 엇갈린 출구조사 결과에 '낙승'을 예상했던 당 지도부는 순간 얼어붙었어. 탄식도 나왔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

-실제 이번 대선은 초접전이었잖아. 윤 당선인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표차는 24만7077표, 득표율 차는 0.73%포인트에 불과했어. 정말 피 말리는 선거였어.

-맞아.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은 전쟁터 같았어. 무거운 분위기 속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어. 개표 초반만 하더라도 이 후보가 윤 당선인을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야. TV 모니터를 주시하던 의원들과 당직자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어. 다들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더라고.

20대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찾아 당 지도부 및 선대본부 관계자, 의원들과 환호하며 박수치고 있다. /이선화 기자
20대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찾아 당 지도부 및 선대본부 관계자, 의원들과 환호하며 박수치고 있다. /이선화 기자

-10일 0시 32분께 윤 당선인이 역전에 성공하자 장내에 있던 모두가 자리에 일어나서 환호했어. "윤석열"을 외치면서 말이야. 김기현 원내대표는 의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어. 하지만 격차가 1%내에 불과해 끝까지 안심할 수 없었지. 의원들 대부분이 자리를 지키며 상황을 지켜봤어.

-워낙 초접전 승부였기에 취재진도 속이 타들어 갔어.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끝까지 개표 상황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야. 19대 대선은 이번 대선보다 일찍 승부가 갈렸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취재진도 사람인지라 피로하지. 그래서 커피나 에너지음료 등을 먹으면서 버티는 취재진이 많았어. 일부 당직자도 잠깐 '쪽잠'으로 눈을 붙이기도 했어. 국민의힘 측에선 기자들에게 치킨과 햄버거를 제공하기도 했어. 먹고 힘내라면서 말이야. 고마웠어(웃음).

-10일 새벽 2시가 넘어가면서 윤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정작 윤 당선인은 자택에서 오래 머무르더라고. 새벽 4시쯤 서울 여의도로 출발했어. 윤 당선인이 상황실에 들어서자마자 엄청난 함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졌어.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였어. 개표 초반 분위기와 180도 달랐어.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기 때문에 좋을 수밖에 없겠지(웃음). 날이 샐 때까지 대선을 지켜봤어. 선거도 체력이 좋아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씨가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하는 모습. /이덕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인 김건희 씨가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하는 모습. /이덕인 기자

◆'끝까지 숨었다' 투표 날에만 슬며시 등장한 대선 후보 부인들

-이번 대선에선 후보 배우자들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았지?

-맞아. 윤석열 당선인 부인 김건희 씨와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가 많은 주목을 받았어. 김건희 씨는 지난해 12월 26일 허위 경력 논란으로, 김혜경 씨는 지난달 9일 과잉의전·법인카드 의혹으로 고개를 숙였지. 이후 은둔 생활과 다름없는 시간을 보냈어. 유례가 없는 일이었지.

-투표장에는 나왔지??

-김건희 씨와 김혜경 씨 모두 혼자서 투표했어. 김건희 씨는 지난 4일 검은색 상하의에 국민의힘 당 색 계열인 붉은색 양말과 스카프를 두른 채 등장했어.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했지. 김 씨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고생 많으십니다"라는 짧은 인사만 건네고 자리를 떴어. 김혜경 씨는 사전투표가 아닌 본투표를 했어. 그는 지난 9일 자택 인근 초등학교에서 투표했지. 이날 취재진들은 김 씨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오후 일찍부터 모여들었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가 지난 9일 오후 경기 성남 분당구 초림초등학교에 마련된 수내1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가 지난 9일 오후 경기 성남 분당구 초림초등학교에 마련된 수내1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김혜경 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시끌벅적했다면서?

-맞아. 김 씨는 이날 오후 4시쯤 투표한다고 했어. 오후 2시부터 여러 언론사 취재진들이 모여들었지. 모두들 김 씨가 살고 있는 단지 앞에 진을 치고 대기하고 있었어. 동네 주민들도 김 씨를 보기 위해 꽤 많이 모여들었어. 유튜버들도 있었지. 민주당 관계자들까지 포함하면 당시 현장에는 1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어. 한 주민은 혀를 끌끌 차면서 "조용했던 동네가 시끄러워졌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어.

-김건희 씨 때와는 조금 다른 거 같은데?

-김건희 씨는 사전투표 전에도 제한적으로 비공개 일정을 소화했어. 김 씨는 지난달 김장한 목사를 만나고 서울 강남구에 있는 봉은사도 방문했지. 반면 김혜경 씨는 대국민 사과부터 본투표 전날까지 종적을 감췄어. 모습을 드러낸 건 꼭 한 달 만이었지. 김 씨 자택에서 투표소까지 거리는 걸어서 약 1분 거리야. 그래서 취재진들은 집 앞과 투표소 앞을 모두 지키고 있었어.

-김혜경 씨는 언제 나타났어?

지난 9일 오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배우자가 거주하고 있는 경기 성남 분당구 소재 아파트 앞 사진. 취재진과 시민, 당 관계자들이 모여 있다. /김정수 기자
지난 9일 오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배우자가 거주하고 있는 경기 성남 분당구 소재 아파트 앞 사진. 취재진과 시민, 당 관계자들이 모여 있다. /김정수 기자

-김혜경 씨는 오후 5시 20분쯤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치고 자택으로 걸어서 돌아왔어. 오후 일찍부터 김 씨를 기다렸던 한 시민은 "오후 4시에 온다고 해놓고 시간 약속도 안 지키느냐"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지. 김 씨는 수행원들과 함께 귀가하면서 취재진들의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지. 다만 지지자들에게는 화답했어. 이날 파란색 모자를 쓴 한 지지자가 "여사님 화이팅! 힘내세요"라고 하자 김 씨는 옅은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꾸벅 숙였지. 한 지지자는 "여사님 쉬여야 하는데 기자들이 이렇게 많이 찾아왔다"며 핸드폰으로 취재진들을 촬영하기도 했어.

-대선 후보 배우자들이 이렇게 꽁꽁 숨어다닌 건 처음 있는 일이지 않아?

-투표일에 흔히 볼 수 있는 '부부 인증샷'도 이번 대선에서는 볼 수 없었어.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이지. 여야 대선 후보 배우자들이 대국민 사과를 한 것 역시 마찬가지야.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에도 두 사람은 보이지 않았어. 윤 당선인은 당선 확정 이후 국민의힘 개표상황실과 당사를 찾았지만, 그 과정에서도 김건희 씨는 보이지 않았지.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명지전문대학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지난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명지전문대학 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동률 기자

◆역대급 접전, 지상파 3사·여론조사기관 엇갈린 희비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예측이 어려웠던 대결로, 여론조사가 가장 많았던 대선으로 기록됐다고 해. 그런데 상당수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득표율 간 차이가 꽤 컸다고?

-맞아. 이번 대선은 '역대급', '초박빙'이라 불릴 만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간의 치열한 접전이 있었어. 이들의 지지율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했지. 이에 따라 '누가 대통령이 될까?'라는 기대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던 상황이었어.

-여론조사로 인한 본격적인 혼란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인 4일 이후부터 시작됐어. 전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윤 당선인이 갑작스러운 단일화를 하는 바람에 마지막 여론조사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야. 야권 단일화 후보와 이 후보 간의 여론조사는 한 번도 이뤄지지 못한 거지.

-그래서인지 4일부터는 이른바 깜깜이(공표 기간 내 집계된 여론조사) 여론조사가 정치권을 뒤덮었어. 공신력 있는 여론조사 업체와 언론사를 전면에 내세워 '초접전', '역전', '우세' 등 자극적인 단어들을 사용해 눈길을 끌기도 했어.

-앞서 조사된 여론조사에서 대선 프레임이 '정권심판·교체론'이 우세했던 탓인지 깜깜이 조사에서도 윤 당선인이 다소 이 후보를 앞서는 경향이 있었어. 일부 조사에서는 '윤 당선인이 이 후보를 10% 차이로 이긴다', 혹은 '적어도 윤 당선인이 5% 차이로 승리한다' 등의 조사 결과를 암암리에 돌리기도 했지.

지난 9일 오후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 윤석열 후보가 48.4%, 이재명 후보가 47.8%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실제 대선 개표 결과와도 거의 일치했다. /이선화 기자
지난 9일 오후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출구조사 결과 윤석열 후보가 48.4%, 이재명 후보가 47.8%의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실제 대선 개표 결과와도 거의 일치했다. /이선화 기자

-하지만 막상 깜깜이 여론조사와 실제 득표율 간 차이가 아주 컸는데?

-맞아. 깜깜이 여론조사 기간 정치권 안팎에 돌아다닌 관련 조사 내용은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모두 신뢰성을 잃게 됐어. 윤 당선인이 이 후보를 상대로 크게 앞선다는 기존 결과와 달리, 출구 조사는 0.6% 차이 대접전이었어.

-윤 당선인이 크게 이긴다는 예측이 틀려서일까. 세간의 정보에 기대감을 갖고 있던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주요 인사들은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아~'라는 탄식과 '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을 가졌다고 해.

-국민의힘 측이 목표로 했던 호남권 득표율도 실제와 달랐지?

-이준석 대표를 필두로 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 유독 '호남'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전력을 쏟아부었어. 그래서인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당선인의 호남권 지지율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고, 막바지에는 20%를 육박하기도 했어. 이 대표는 당초 목표했던 '20%'에서 '30%'까지 호남에서 지지를 받겠다고 하기도 했지.

-하지만 윤 당선인은 호남권에서 목표치 절반에 못 미치는 14.42%를 얻었어. 정치권에선 보수 정당이 '호남권 득표율 10%'만 달성해도 '대박'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이 대표와 국민의힘 측의 기대가 워낙 컸던 탓인지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해. 그래도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 계열 보수정당 대선 후보 중 가장 높은 호남권 득표자가 되었어(웃음).

-오는 6월 지방선거도 이번 대선과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많은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져 나올 것 같아. 과연 다음 여론조사는 얼마나 정확할지, 어떤 차이가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또다른 선거의 즐거움일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이선영 인턴기자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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