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오명' 심상정, 대선 완주…지방선거 노리는 정의당
입력: 2022.03.11 00:00 / 수정: 2022.03.11 11:39

沈 득표율, 19대 대선 1/3 수준…정의당 "정치제도 개혁 필요"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심상정 후보가 인사말을 마친 후 소속 의원을 비롯한 당직자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10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심상정 후보가 인사말을 마친 후 소속 의원을 비롯한 당직자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심상정 전 정의당 대선 후보가 2.37% 득표율로 20대 대선을 마쳤다. 완주의 기쁨도 잠시, 정의당은 5년 전보다 훨씬 못 미치는 성적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거대 양당의 대선 박빙 양상으로 전략 투표하지 못 한 일부 지지자들은 심 전 후보에게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후원을 보내기도 했다. 당 지도부는 오는 22일 대선 평가와 함께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지난 9일 대선 득표 결과, 1·2위 두 후보의 박빙 경쟁 속 심 전 후보는 3위에 올랐다. 하지만 총 득표수는 총 80만3358표(2.37%)를 얻는 데 그쳤다. 이번 대선이 거대 양당 결집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일각에선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와의 득표율 차이'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를 정도였다.

10일 오전 심 전 후보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반성문을 써 내려갔다.

그는 "오늘의 저조한 성적표는 양당 정치의 벽을 끝내 넘지 못한 1세대 진보 정치의 한계이자 저 심상정의 책임"이라며 "대선에서 못다 한 제 책임은 앞으로 백의종군하며 두고두고 갚아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 후보는 발언 도중 목이 멘 듯 중간중간 말이 끊겼고, 장혜영·류호정 의원은 눈물을 흘렸다.

이어 그는 "이번 선거는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새삼 확인하는 선거였다. 심판과 견제의 미를 동시에 강력히 보여줬다"며 "석과불식(과일을 따 먹지 않고 다시 종자로 쓰는 것)의 마음으로 심상정을 남겨줬다. 무차별한 여혐(여자 혐오) 분열 정치에 대한 20·30대 여성의 엄중한 경고도 새겨야 한다"고도 했다.

심 전 후보는 "이번에는 꼭 심상정을 찍고 싶었으나 박빙 선거에 눈물을 삼키며 '번호'를 바꾼 수많은 시민이 계신데, 이어질 지방 선거에서 정의당의 많은 유능한 후보들에게 성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심 전 후보의 이번 대선 전략을 두고 내부에서도 평가가 싸늘하다. '주 4일제'를 제외하고는 노동·사회·여성 등에 있어 각 공약이 5년 전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선거 동안 거대 양당 대선 후보를 비판하는 데 치중해 정의당의 강점이었던 진보 정당의 색채를 다양하게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10일 오전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열린 20대 대통령선거 정의당 심상정 후보 선대위 해단식에서 심 후보가 류호정, 장혜영 의원들과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10일 오전 국회 정의당 대표실에서 열린 20대 대통령선거 정의당 심상정 후보 선대위 해단식에서 심 후보가 류호정, 장혜영 의원들과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일부 친여 성향 지지자들은 인터넷 여론을 중심으로 대선을 완주한 심 전 후보에게 때아닌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약 24만 표(0.73%p) 차이로 아깝게 진 이 전 후보가 심 전 후보와 '범진보 단일화'를 진행했다면 승리를 거머쥐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선거 막판 심 전 후보가 이 전 후보를 비판하면서 소신투표를 호소한 것도 문제였다고 꼬집었다. 반면 국민의힘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땡큐 심상정"이라며 그의 완주가 대선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정의당로서는 대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당 안팎에서 '굴욕'을 겪는 난감한 상황이다.

심 전 후보와 정의당은 이번 대선 지지율이 저조했던 '마땅한 변명'이 있다고 호소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 전 후보의 팽팽한 초접전 사이에서 오히려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결선투표제' 등의 선거제도 개혁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임에도 비난의 화살이 심 전 후보로 향했다고 지적한다.

정의당은 말만 '다당제'일 뿐인 거대 양당 체제가 계속된다면, 결국 이런 상황은 반복될 것이라고 강변한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번 대선을 "이준석이라는 인물로 대표되는 노골적인 여성혐오 정치를 심판하기 위한 도구로써 민주당을 활용한 20·30세대 여성들의 절박한 표심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늘 심 후보의 든든한 지지층었던 20·30세대 여성들이 '국민의힘 당선'을 막기 위해 정의당에 던질 표를 선회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정의당을 응원하고 지지하겠다는 연대의 손길도 눈에 띄었다. 심 후보는 해단식 자리에서 "밤새 정의당에 12억 원의 후원금을 쏟아주는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시민들의 마음에 큰 위로를 받는다"고 당을 향한 후원 행렬이 있었다고 밝혔다. 평소 심 후보를 응원했지만 선거 구도 속 어쩔 수없이 이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들이 표심 대신 심 후보에게 전한 마음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던 심 후보. /정의당 제공
지난 7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던 심 후보. /정의당 제공

정의당은 당 지도부 사퇴에 대해선 선을 그었고,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영 수석대변인은 "다음 주부터 대표단 회의, 광역 시도당 위원장 회의, 그리고 오는 22일에는 전국위원회가 열린다"며 "거기서 대선 평가와 함께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이어 "양당의 초접전, 그리고 심 후보 지지에 대한 '사표(死票)'론' 정치 공세도 있었다 보니 지지자들이 미안한 마음을 후원을 통해 표한 것 같다"며 선거에서 '찍고 싶은 사람을 마음 놓고 찍을 수 있도록' 양당 독점 중심의 정치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지자들의 선거제도 개편 바람에 부응하기 위해 국회 정개특위 개최 요구 등을 통해 정치개혁 과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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