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李 득표차보다 큰 '무효표'…왜?
입력: 2022.03.11 00:00 / 수정: 2022.03.11 00:00

'안철수-김동연' 후보 사퇴 원인 거론돼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639만 4815표를 득표해 1614만 7738표를 득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승리했다. 하지만 무효표는 30만 7542표로, 이들의 득표차인 6만 465표 더 많았다./남윤호 기자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639만 4815표를 득표해 1614만 7738표를 득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승리했다. 하지만 무효표는 30만 7542표로, 이들의 득표차인 6만 465표 더 많았다./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곽현서 기자] 지난 9일 치러진 20대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간 득표 차보다 무효 투표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효표는 약 30만 표로 두 후보의 격차인 약 24만7000표를 훌쩍 뛰어넘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불린 만큼 무효표가 나온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6시 20분 개표율 100%로 개표가 종료된 가운데 윤 당선인은 1639만4815표(48.56%), 이 후보는 1614만7738표(47.83%)를 득표했다.

무효 투표수는 30만 7542표로 이는 윤 당선인과 이 후보 간 득표수 차이인 24만 7077표보다 6만 465표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된 15대 대선(40만195표) 이후 25년 만에 가장 많은 무효표였다.

앞선 대선의 무효표를 살펴보면 △15대 40만 195표 △16대 22만 3047표 △17대 11만 9984표 △18대 12만 6838표 등이다. 바로 직전인 19대 대선은 13만 5733만 표였다. 20대 대선 무효표는 지난 17~19대 대선과 비교할 때 두 배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이처럼 무효표가 급증한 데는 사전투표와 본투표를 앞둔 지난 2일과 3일 김동연 전 새로운물결 후보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막판 단일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4~5일 진행된 사전투표에서는 투표 현장에서 투표용지가 출력되기 때문에 해당 후보 옆에 '사퇴'라는 표시가 있었지만, 미리 투표용지가 출력된 본투표 용지에는 미처 표시되지 않아 혼란을 빚은 것이다.

25년만에 가장 높은 무효표를 기록한 것에 대해 정치권 전문가들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김동연 전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의 기권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들의 후보직 사퇴로 인해 재외국민 투표수가 상당수 무효표가 됐다는 것이다. /이선화 기자
25년만에 가장 높은 '무효표'를 기록한 것에 대해 정치권 전문가들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김동연 전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의 '기권'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들의 후보직 사퇴로 인해 재외국민 투표수가 상당수 '무효표'가 됐다는 것이다. /이선화 기자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안 전 후보와 김 전 후보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있었던 영향이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는 안 전 후보와 김 전 후보의 막판 단일화로 인해 재외국민 투표가 무더기 '무효표'가 된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난달 23~28일 치러진 재외국민 투표에선 안 전 후보와 김 전 후보가 '후보'로 등록되어 있던 시점"이라며 "일부 유권자들의 표가 상당수 '무효표'가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러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까닭은 안 후보가 대선 경선에서 각종 여론조사 결과 5~10% 지지율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이들의 갑작스런 단일화로 인해 재외국민들의 사표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면서도 "두 후보의 사퇴를 인지하지 못한 일부 유권자의 인지 오류도 있을 것이라고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선 지나친 진영논리와 네거티브 선거를 보인 정치권에 유권자가 고의로 사표를 행사했다는 의견도 있다. 유권자가 무효표를 통해 후보에게 경각심을 주고 민심을 읽어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무(無)투표보다는 무효표가 낫다는 행위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대선은 유독 '뽑을 사람이 없다'는 말이 많이 나왔던 선거"라며 "유권자들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권리는 행사하지만 찍을 인물이 없어 '사표'를 던진 이들도 일 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이같은 주장에 '오히려 투표율을 높이는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반박하며 높은 투표율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번 선거는 유독, 내가 원하는 후보가 아닌 싫어하는 후보를 떨어트리기 위한 선택이 많았다"며 "비호감의 역설로 더 정확한 투표를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별개로 사전투표 과정에서 코로나 확진·격리자 투표가 부실하게 진행된 점도 무효표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일부 지역에선 유권자들이 '바구니·종이박스'에 투표지 넣는 것을 거부해 소란을 피우기도 했으며, 특정 후보에 기표된 투표지를 받아 찢어버린 사례도 있었다.

25년 만에 나온 역대급 '무효표'로 향후 '대선 불복' 논란도 예상된다. 0.73% 차이로 당락이 나뉜 만큼 이 후보 측 일부 지지자들이 '무효표'를 빌미로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단초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한편 사전투표 확진자·격리자 투표 당시 기표된 투표지를 유권자에게 투표용지로 배부한 사례는 유효표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zustj9137@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