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향해 "'성공한 대통령' 진심 소망"…일부 당직자·지지자 오열
더불어민주당은 10일 오후 조용하게 20대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가졌다. 이날 오후 도열한 의원 및 당직자들과 인사하며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 참석하는 이 전 후보.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여의도=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20대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이 10일 숙연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이재명 전 대선 후보가 입장하자 선대위 관계자들의 '위로 박수' 세례가 끊이지 않았다. 이 전 후보는 민주당 당색을 상징하는 '파란색' 넥타이에 검은 정장 차림이었다. 그는 입구에서부터 양옆으로 줄지어 선 선대위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다독이고 위로했다. 한숨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단상에 오른 그는 당직자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자 "뭐 진 사람한테 꽃다발을 줍니까"라며 고마움과 동시에 민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90도로 한 차례 고개를 숙인 뒤 이 전 후보는 "저는 우리 국민의 위대함을 언제나 믿는다. 지금의 이 선택도 국민들의 집단 지성의 발현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부족했기 때문이지 국민 판단은 언제나 옳았다"라며 "차기 정부가 국민을 보살피고 국민 뜻을 존중하고 역사의 흐름에 순응하고 평가받는 성공한 정부로, 성공한 대통령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짧은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대선 패배 요인을 자신의 부족함으로 돌렸다. 그는 "이재명이 부족해서 패배한 것이지, 선대위와 민주당 당원, 지지자 여러분은 지지 않았다. 여러분은 최선을 다했고 또 성과를 냈지만, 이재명이 부족한 0.7% 못 채워서 진 것이다. 모든 책임은 이 부족한 후보에게 있다"라고 했다.
캠프 관계자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도 이어졌다. 이 전 후보는 굳은 표정을 한 선대위 관계자들을 가리키며 "이재명의 부족함을 탓하시되 이분들에 대해선 격려해주시고 칭찬해주시기 바란다. 제 진심"이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해단식에는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당대표인 송영길 상임선대위원장, 우상호 총괄본부장 등 20여 명의 선대위 관계자, 60여 명의 당직자 등이 참석했다. 몇몇 당직자들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앞서 대선 경선 패배 경험이 있는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은 "아주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고 계실 것"이라며 이 후보를 향한 격려 박수를 유도했다. 이어 "정치 환경은 급변했다. 국민의 정치적 요구도 많이 변하고 다양해졌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 이제부터 민주당은 지혜와 결단을 요구받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며 "동지 여러분의 혜안과 용기로 잘 대처해주시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추후 급변할 당내 상황에 대한 염려도 드러냈다. 그는 "날씨는 오늘로 완연한 봄인데 어쩌면 민주당은 겨울로 들어갈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어린 직감을 하고 있다"며 "동지 여러분의 지혜와 용기로 잘 이겨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송영길 당대표는 20대 대선 결과에 대해 "정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우리 모두가 뛰어서 역대 최고의 득표율, 47% 넘는 득표율, 1600만 명 넘는 국민이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해줬고 대통령 선거가 생긴 이래 가장 근소한 차이인 24만 표, 0.73%포인트 차로 결정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 과정에서 약속했던 정치개혁 추진 필요성을 역설했다. 송 대표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개편하지 않으면 국민적 통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됐다"며 "선거 때 우리가 국민께 약속했던 과제가 민주당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추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더 국민 눈높이에서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민생을 위해 하나하나 개혁과제를 실천하는 민주당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말문을 열기도 전에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승리의 환한 미소를 기대했었는데 이렇게 쓸쓸하게 해단하게 돼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할 때는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기도 했다. 우 본부장은 이어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청계광장에서 모였던 수많은 그 시민들이 함께 상록수를 부르면서 외쳤던 우리의 마음, 그 열정, 그 도전 의지"라며 "그들이 좌절하고 실망하게 해선 안 된다. 그래서 다시 또 출발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후보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자원봉사자 윤소정 씨는 "180일,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누구보다 열정 가득한 선대위 근무자분들을 만나서, 그리고 함께 일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라고 울먹였다. 이어 "오늘은 패배를 털고 내일 더 큰 싸움에서 이길 준비를 하겠다"며 "후보님의 꿈이자 국민의 꿈인 공정한 세상,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루기 위해 언제나 저희가 함께하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 전 후보를 향해 "뒤돌아보지 마시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시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라고 말했다.
인사말을 마친 이 전 후보는 당사 앞으로 나와 기다리고 있던 의원, 당직자,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기동민·김남국 의원 등이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지지자들은 이 후보가 차를 타고 떠날 때까지 "기다릴게요" "이재명 화이팅"을 연호했다. 한 지지자는 "새벽이랑 다르다. 이제 완전 충전하셨다. 이제 시작"이라며 옆사람과 격려의 말을 나눴다. 블루투스 유세단원 중 몇 명은 심하게 오열해 옆사람 부축을 받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후 4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패배 수습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송영길 대표 등 지도부가 총 사퇴하고 이른 시일내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당을 재정비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