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 '초접전 승리'의 '보이지 않는 손'
입력: 2022.03.10 08:00 / 수정: 2022.03.10 08:42

'검찰 출신 정치 신인'을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만든 '킹 메이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진땀 승부 끝에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했다. 그의 대선 승리 뒤에는 묵묵하게 뒤를 받쳐 준 숨은 공신들이 있다. /이선화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진땀 승부' 끝에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했다. 그의 대선 승리 뒤에는 묵묵하게 뒤를 받쳐 준 숨은 공신들이 있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초접전' 끝에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검찰총장 사퇴 371일, 정치 입문 254일 만이다. '검찰 출신 정치 신인'이 대선 승리를 거머쥐는 데에는 숨은 공신들의 묵묵한 활약이 있었다. 사상 첫 '국회의원 0선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 '보이지 않는 손', '킹 메이커' 전략을 조명한다.

◆메시지는 간명하게, 청년보좌역은 가까이

윤 당선자는 메세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한 대선 주자로 꼽힌다. △59초 공약짤 △AI 윤석열 △페이스북 한줄 공약 등이 대표적이다. 짧고 간결한 메시지로 젊은 유권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윤 당선자가 유권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계기는 지난해 1월 단행한 선대위 해산이다. 당시 윤 당선자는 조직 개편을 통해 지근거리에 기존 정치인이 아닌 청년보좌역 40명을 배치했다. 이들은 선대본부 주요 회의에 참석하면서 각종 공약과 행사 등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윤 당선자 역시 청년보좌역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당선자는 청년보좌역을 가까이 두면서 효과적인 선거 전략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선화 기자 /현장풀
윤석열 당선자는 청년보좌역을 가까이 두면서 효과적인 선거 전략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선화 기자 /현장풀

'59초 공약짤'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국민의힘 정책본부장이 공약 아이디어를 논의하면 윤 당선자가 "좋아, 빠르게 가"라고 외치며 추진을 지시하는 내용의 유튜브 시리즈다. 1분 내로 짜인 해당 콘텐츠는 이 대표와 김동욱·박민영·오철환 청년보좌역의 작품이다.

'AI 윤석열'은 윤 당선자의 외모와 목소리 등을 본떠 인공지능으로 구현한 가상 인물이다. '페이스북 한줄 공약'은 SNS 페이스북에 후보 공약을 짧고 간결하게 한 줄로 게재하는 방식이다. 윤 당선자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메시지를 신선하고 간결하게 전달, 선거 과정에서 톡톡한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 신인 체급 키워준 책사들

26년을 검찰에 몸담은 신인 정치인이 대통령으로 단번에 발돋움하는 데에는 책사들의 역할이 컸다. 윤 당선자의 '경제 책사'는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다. 김 교수는 국민의힘 선대본부 내 '국민과 함께 뛰는 경제정책본부' 본부장을 맡았다. 김 교수는 거시경제, 국제금융 정책 전문가로 그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윤 당선자가 경선을 치렀을 당시부터 공약 전반을 다룬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안보 분야는 윤 당선자의 오랜 인연이 담당했다.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은 윤 당선자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정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외교 분야와 관련해 꾸준히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은 국민의힘 선대본부 외교안보정책본부장을 맡아 윤 당선자의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정책의 밑그림을 그려준 것으로 전해진다.

윤석열 당선자의 전문가 풀 구성에는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 당선자가 외교안보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윤 당선자 바로 오른쪽에 있는 인물이 김 전 차관이다. /남윤호 기자(현장풀)
윤석열 당선자의 '전문가 풀' 구성에는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은 지난해 9월 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 당선자가 외교안보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윤 당선자 바로 오른쪽에 있는 인물이 김 전 차관이다. /남윤호 기자(현장풀)

복지 분야에서는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활약했다. 안 교수는 캠프에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정책본부장을 맡았다. 안 교수는 윤 당선자의 복지 공약을 설계한 인물로 꼽힌다. 안 교수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사위로 박근혜 정부 당시 '생애주기 맞춤형 복지'를 내세운 바 있다. 부동산 공약은 김경환 서강대 교수가 총괄했다.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토교통부 제1차관으로 실무를 담당했다. 김 교수는 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고 세제와 규제 완화를 내세운 바 있다.

선거 전략에는 김한길 전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국민의힘 총괄선대위 해체와 함께 물러났지만 윤 당선자와 소통의 끈을 놓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당선자와 선거 전략 등에 대해 거의 매일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모지 호남' 약진 실패에도...우직하게 구애

윤 당선자는 보수정당의 불모지로 꼽히는 호남 민심을 기대만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상당한 정성을 기울였다. 윤 당선자는 설 연휴 호남 230만 가구에 자필 편지를 보낸 데 이어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만 호남에서 5차례 유세를 펼쳤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홍준표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광주를 단 한 차례 방문한 것과 비교해봤을 때 눈에 띄는 행보였다. 보수 정당 후보로서는 처음으로 신안 하의도에 위치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기도 했다.

윤 당선자와 함께 호남 민심 구애를 위해 헌신한 이들이 있다. 신호탄은 이용호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이 쏘아 올렸다. 지난해 12월 무소속이었던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 입당을 결정했다. 이 의원의 입당으로 국민의힘은 당내 유일한 호남 지역구를 둔 현역 국회의원을 확보하게 됐다.

윤석열 당선자는 호남 표심을 기대만큼 확보하지는 못했다. 다만 역대 보수 정당 대선 주자 가운데 호남에 가장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주=이선화 기자
윤석열 당선자는 호남 표심을 기대만큼 확보하지는 못했다. 다만 역대 보수 정당 대선 주자 가운데 호남에 가장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광주=이선화 기자

송기석 광주총괄선대위원장과 박주선 광주·전남선대위원장은 호남 지역 유세를 책임졌다. 전남 고흥 출신인 송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 소속으로 광주 서구갑에 당선된 바 있다. 전남 보성 출신인 박주선 선대위원장 역시 통합민주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국민의당 소속 등으로 4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전북은 정운천 전북총괄선대위원장과 양정무 전북선대위원장이 맡았다. 정 위원장은 새누리당 소속으로 20대 국회에서 전주시을에 당선된 바 있다. 양 위원장은 이낙연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참모 출신으로 지난해 2월 윤 당선자의 전북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했다. 또한 전북 익산을 기반으로 통합민주당, 국민의당 등에서 4선 국회의원을 역임한 조배숙 전 의원이 대선 10여일을 앞두고 윤 당선자를 지지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외에 4선의 김동철·오제세 전 의원이 윤 당선자 캠프로 전격 합류한 바 있다.

◆'장제원-이태규' 물밑 작업...극적 단일화 효과는 '물음표'

윤 당선자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사전투표 하루 전 단일화를 극적으로 발표했지만 큰 영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두 사람은 함께 했지만 안 전 후보를 향했던 표심이 온전히 윤 당선자로 옮겨지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단일화 효과는 윤석열 당선자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모두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윤 당선자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하남 앞 광장에서 합동 유세에 나선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단일화 효과'는 윤석열 당선자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모두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윤 당선자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경기도 하남시 스타필드하남 앞 광장에서 합동 유세에 나선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단일화를 극적으로 성사시킨 주역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대본부장이다. 장 의원과 이 본부장은 중앙선관위 주관 마지막 TV 토론회가 있던 지난 2일 "이제 마지막인데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게 아니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두 사람은 이날 오후 9시 서울 모처에서 만나 사실상 마지막 협상을 진행했다.

오후 10시 TV 토론 이후 장 의원은 윤 후보를, 이 본부장은 안 전 후보를 찾아 회동 계획을 전달했다. 이어 네 사람은 3일 0시께 서울 강남구 소재 장 의원 매형 집에 모였다. 장 의원의 매형은 카이스트 교수로 과거 안 전 후보가 카이스트 교수로 근무할 당시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서 만난 윤 당선자와 안 전 후보는 그간의 오해를 풀고 조건 없는 단일화를 하기로 합의했다. 단일화 공동선언문은 장 의원과 이 본부장이 3일 새벽 내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자와 안 전 후보와 지난 3일 국회에서 "더 좋은 정권교체에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5일에는 윤 당선자와 안 전 후보가 경기도 이천에서 첫 공동 유세에 나선 데 이어 8일 시청 앞 마지막 유세에서도 함께 지지를 호소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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