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靑 2부속실 폐지 공언…金, 유세장에도 모습 안 드러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가 '퍼스트레이디'에 오른다.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4일 사전투표소한 김건희 씨. /이덕인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0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자연스럽게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차기 영부인에 오르게 됐다.
영부인은 대통령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한다. 국내외 공식·비공식 행사 등에서 대통령과 한 축을 이루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데서 대통령을 '내조'하게 된다. 국가수반의 부인인 '퍼스트레이디'가 갖는 의미는 크다.
영부인은 단순히 배우자인 대통령을 내조하는 아내에 그치지 않는다. 한 명의 여성 리더로서 국가와 국민 화합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사랑의 친구들'과 '여성재단'을 만들며 아동과 여성인권 증진에 힘썼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고 이희호 여사가 대표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된 이웃을 돕는 일에,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한식 세계화 사업 등 대외활동을 했다. 현재 영부인인 김정숙 여사 역시 장애인과 여성인권 향상에 힘쓰고 수재민 봉사활동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청와대 '안주인'으로 확정된 김 여사의 향후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다만, 그의 역할은 역대 영부인들보다 최소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윤 당선인이 영부인의 역할을 축소하겠다는 공약을 내놨기 때문이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영부인을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영부인'이라는 말도 쓰지 말자고 했다. 부인에게 공적인 역할을 맡기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김 여사는 대선 과정에서 단 한 번도 공개적으로 남편의 지원 활동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6일 과거 자신의 이력서에 허위 경력을 기재했다는 논란에 대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유일하다.
김 여사는 '무속'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공개된 '7시간 통화' 녹취록에서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기자가 "내가 아는 도사 중 총장(윤석열)님이 대통령이 된다더라. 그 사람이 청와대에 들어가자마자 영빈관을 옮겨야 된다고 했다"고 말하자, 김 여사는 "옮길 거야"라고 했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김 씨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경제적 유착관계를 맺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의혹이 명확하게 불식되지 않음에 따라 그의 잠행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김 여사가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 물밑에서 '그림자 내조'에만 전념하는 '은둔형' 영부인의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각에선 김 여사가 사전투표 때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낸 점과 대선 과정에서 종교인과 만났다는 점에서 대외 행보를 예고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