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구체성·재원 마련 방안 등 부족…"정책 선거 바람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왼쪽부터 기호순)는 지역 위기의 심각성에 인식을 같이하며 지방 중소도시를 육성·발전시켜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사진취재단 |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국토균형발전은 시대적 과제다. 수도권과 여타 지역 간의 불균형이 심하기 때문이다. 낙후된 일부 지역은 고사 위기에 놓였다. 이러한 실상 탓에 지방 인구가 수도권으로 쏠리는 악순환은 끊어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합계출산율이 한 명이 채 되지 않는 초저출산 시대와 고령화 시대까지 맞불려 지역 붕괴 위기는 가속화하고 있다.
통계청의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2019년에 이미 수도권의 인구는 전체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한 지역도 전국 89곳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가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고시한 바에 따르면 △부산 3곳 △대구 2곳 △인천 2곳 △경기 2곳 △강원 12곳 △충북 6곳 △충남 9곳 △전북 10곳 △전남 16곳 △경북 16곳 △경남 11곳이다. 상대적으로 수도권보다 지역의 인구감소지역이 많다.
20대 대선후보들도 지역 위기의 심각성에 인식을 같이한다. 지역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균형발전 부문을 핵심 개혁 어젠다로 삼고 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통해 수도권 과밀 현상을 해소하고 시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동시에,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며 국가경쟁력을 한층 높이겠다는 방향성은 거의 일치한다.
지방 중소도시를 육성·발전 시켜 세출 부담과 인구감소에 따른 세수 부족을 줄이는 등 지방의 재정여건을 보다 건실하게 만드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 유치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지방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게 하고 자치분권의 실현을 앞당기겠다는 의도라는 얘기다.
과거 정부에서 중앙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했던 것처럼 대선후보들도 지역 간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청사진을 내놓았다. 대부분 지역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공약이 많다. 해안 도시는 제조업과 해양관광벨트 중심, 농업 위주 도시에는 농축업과 관련한 정책을 내놓는 식이다. 교육과 의료 시설을 늘려 인구를 유도하려는 구상도 엇비슷하다.
큰 틀에서 후보별 지역발전 관련 공약은 닮은 점이 많다. 주로 도로교통망을 확충해 접근성을 용이하게 한다는 구상이 그것이다. 주로 관광산업 육성 정책과 맞물려 있다. 예를 들어 강원의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각종 철도 및 고속도로 신설'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강원형 고속도로·철도·고속교통 네트워크 구축'을 공약했다. 심 후보도 교통 접근성을 추가로 증대하겠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탄소중립의 실현 의지를 담은 산업단지 조성 공약도 비슷하다. 전남의 경우, 이 후보는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사업 중심지 육성' 등을, 윤 후보는 '친환경 재생에너지 산업벨트 조성'을, 심 후보는 '풍력발전단지 및 태양광발전단지 조성' 등을 내걸었다. 전북의 새만금을 활용한 공약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보니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거의 비슷한 공약이 똑같은 지역도 있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충남에 첨단산업벨트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충북 오송지역 공약을 보면, 이 후보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전문인력 양성센터 건립을 약속했다. 윤 후보는 바이오·의약 밸리 조성을, 심 후보는 오송 바이오산업단지 등에 백신 연구 지원을 공약했다.
여야 유력 후보들이 '메가시티'에 초점을 맞춰 공약을 냈다면, 심 후보는 '녹색중심성장' 공약에 방점을 찍었다. 지방 중소도시뿐 아니라 광역자치단체 단위에서도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문제 해소'(인천) '그린벤처 지원'(대전) '신규 원전 건설 중단'(울산) 등 '녹색 전환'의 공약이 다수 있다. 심 후보의 공약에서 확실한 키워드와 정부의 방향성이 명확히 드러나는 점은 두 후보와 대비된다.
문제는 공약 실현과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세 후보의 공약집과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설명은 부족하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구체성이 떨어지는 지역발전 공약을 두고 "물고기(유권자)를 잡기 위해 일단 그물을 던지고 거두는 '투망의 정치'로, 필요악"이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공약이라도 안 할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정책을 내놓기 때문에 비슷한 정책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어떤 선거든 정치권이 국가 전체 발전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정책 선거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