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서 모습 감춘 김혜경·김건희, 끝내 등판 안 하나
입력: 2022.03.08 00:01 / 수정: 2022.03.08 00:01

"영부인 적극적인 역할 중요…의혹 해소하고 점차 나서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내 김혜경 씨(왼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아내 김건희 씨는 22일 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한 차례도 공개적으로 등판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선화·이덕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내 김혜경 씨(왼쪽),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아내 김건희 씨는 22일 간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한 차례도 공개적으로 등판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선화·이덕인 기자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영부인(令夫人). 원래 남의 아내를 높여 부르는 존칭이지만 통상 대통령 부인을 가리킨다. 영부인은 법적 책임과 권한이 없지만 국가수반의 부인으로서 의전과 예우를 받는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비공식 참모 역할을 하기에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대선 과정에서 배우자의 도덕성과 자질에 주목하는 이유다.

하지만 20대 대선에서는 '영부인 리더십'을 들여다볼 기회가 증발했다. 유력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와 김건희 씨는 마지막 공식 선거운동일인 8일까지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기호순)는 8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22일간의 유세 피날레를 장식한다.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민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다만 두 후보의 배우자가 마지막 유세에 동행할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7일 "(이 후보와 부인 김혜경 씨 동반 유세는) 아직 계획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 역시 지난 4일 사전투표 당시 '공식 선거운동에 참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난 바 있다.

역대 대선 후보 배우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도왔다. 2017년 5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마지막 유세현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와 아내 김정숙 김정숙 여사. /더팩트 DB
역대 대선 후보 배우자는 각자의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도왔다. 2017년 5월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마지막 유세현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와 아내 김정숙 김정숙 여사. /더팩트 DB

역대 대선에서 통상 대선 후보의 배우자는 후보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지역이나 분야, 지지층을 살피면서 지지를 호소해왔다. 선거 과정의 유세 스타일은 영부인이 된 후 리더십으로 반영되는 모습을 보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역대 영부인들과 달리 선거 유세 때부터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영부인이 된 후에는 여성부(현 여성가족부) 출범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명박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요리 내조'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인 이 전 대통령을 위해 선거 기간 한탄강 장어를 직접 잡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김 여사의 '요리 사랑'은 영부인이 된 뒤 한식 세계화 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두 번의 대선을 치른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조그만 섬 지역까지 들어가 유세할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대선 당시 여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호남 홀대론'에 호남 지역을 가까이 가지 못하던 문 후보를 대신해 김 여사가 호남 표심을 잡았다"는 말이 정설처럼 돌았다. '유쾌한 정숙씨'라는 별칭을 얻은 김 여사는 영부인이 된 뒤에도 특유의 친화력 있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지난 2017년 11월 필리핀 순방 당시 현지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 행사 도중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오자 말춤을 추며 분위기를 띄운 일화도 있다. 2020년 8월에는 강원도 철원 수해 현장을 비공개로 찾아 줄무늬 셔츠와 밀짚모자 등 소탈한 차림으로 고무장갑을 끼고 복구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통상 마지막 선거 유세 현장에서 대선 후보의 배우자, 가족이 등장해 분위기를 띄운다. 2017년 5월 8일 당시 문 후보의 서울 광화문 유세 현장에서도 김 여사와 딸 다혜 씨가 등장해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번 대선에선 각종 의혹에 휩싸인 양강 후보의 배우자들은 지난달 15일부터 시작된 공식 선거운동에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내부에서 '배우자 리스크' 우려가 커진 탓이다. 상대 후보 배우자 모두 각자의 사정으로 등판하지 않으면서 당 내부에서 '배우자가 선거유세에 참여해야 한다'는 압박이 줄어든 것도 '배우자 실종 유세'의 배경으로 보인다.

김혜경 씨는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불거지기 전 1월 말까지 지역을 순회하며 적극적으로 유세했다. 지난 1월 27일 통영 굴 박신장(꿀까기 작업장)을 방문한 김혜경 씨. /민주당 선대위 제공
김혜경 씨는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불거지기 전 1월 말까지 지역을 순회하며 적극적으로 유세했다. 지난 1월 27일 통영 굴 박신장(꿀까기 작업장)을 방문한 김혜경 씨. /민주당 선대위 제공

이 후보 배우자 김 씨는 지난해 7월 시작된 당내 경선 때부터 이 후보의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이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낙상사고를 당해 불화설 등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이내 전국 곳곳을 돌며 내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나홀로' 김장 봉사를 하거나, 이 후보와 동반 유세로 친근함, 애정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 후보 경기도지사 시절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과 공무원 사적 업무 지시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지난달 9일 공개 사과한 뒤 활동을 접었다. 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달 15일 호남 일정을 계획했지만 부정 여론에 불발됐다.

김건희 씨는 선거 초반부터 의혹이 터져나와 공개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적이 없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들어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아내 김건희 씨. /이효균 기자
김건희 씨는 선거 초반부터 의혹이 터져나와 공개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적이 없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들어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아내 김건희 씨. /이효균 기자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는 허위 경력 및 학력 논란 등으로 지난해 12월 26일 대국민 사과 회견한 것을 제외하고 줄곧 공개적으로 등판하지 않았다. 지난달 14일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와 비공개로 만난 사실만 알려졌다. 지난 4일에는 빨간 스카프와 빨간 양말을 착용하고 '나홀로' 사전투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 불신이 큰 만큼 영부인은 둘러싼 각종 의혹을 먼저 철저히 해소한 뒤, 공개 활동을 늘려가는 자세가 요구된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선된 직후부터는 외부 공개 행사에 참석하는 건 불가피하다. 그렇더라도 국민 정서가 여전히 좋지 않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서 점진적으로 활동의 폭을 넓히고 노출 빈도를 높여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영부인의 역할은 점점 확대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소외계층이나 사각지대 등 복지, 여성, 아동 문제 부분에 대해 영부인의 역할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역할은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다만 지금 논란이 되는 부분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게 걱정된다.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를 짓는 문제가 당선자의 과제"라며 "적절하게 규명하고, 만약 자체 조사를 해서 문제가 있다면 다시 국민께 사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국민 마음도 누그러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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