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2022] '참 희한하네'…尹 지지 '친문', 李 지지 '친박'…왜?
입력: 2022.03.05 05:00 / 수정: 2022.03.05 05:00

정치 평론가들도 해석 분분…"진영 대결이 낳은 유탄"

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친문과 친박 지지층이 진영 후보가 아닌 상대 후보 지지를 밝히는 독특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 유세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이선화 기자
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친문'과 '친박' 지지층이 진영 후보가 아닌 상대 후보 지지를 밝히는 독특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 유세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인턴기자] '지금까지 이런 선거는 없었다. 아군인가. 적군인가.'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평가를 받는 20대 대선이다.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것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급기야 '친문'과 '친박' 지지층이 진영을 바꿔 각각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독특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친문' 열성 지지자로 불리는 '문꿀오소리' 회원 1만 6175명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역대급 최악인데도 똘똘 뭉쳐 바른 소리 한마디 못 내는 민주당의 상태가 정상이라 생각하냐"며 "우리 편이니까 무조건 찍어준다는 인식을 뿌리 뽑아야 다음에 썩은 후보를 낼 안이한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 8만여 명을 보유한 문재인 대통령 팬카페 '젠틀재인'은 1일 "젠틀재인은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던 결과도 정의롭지 않았던 민주당과 후보 호소인에게는 투표하지 않겠다"고 공지했다. 이들은 "5년 후 민주당이 다시 정의로운 정당으로 되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겠다"고 전했다.

친문 열성 지지자로 불리는 문꿀오소리 회원 1만 6175명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여의도=곽현서 기자
'친문' 열성 지지자로 불리는 '문꿀오소리' 회원 1만 6175명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여의도=곽현서 기자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박 전 이사장 측은 2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호남 통합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는 단연코 이 후보"라며 "이 후보께서 승리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의 밝아올 미래를 생각하며 적극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달에는 '친박' 7개 단체가 민주 당사 앞에서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에게 45년 형을 구형한 윤 후보가 대권 후보가 되는 게 웬 말이냐"며 "그 누구 한 사람 책임지는 사람 없고 반성하는 사람 없고 비양심적이고 썩어 빠진 국민의 힘 수뇌부가 국민에게 너무나 큰 실망과 배신감을 줬다"고 토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제공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친문'과 '친박' 단체의 이러한 진영을 초월한 지지 선언 상황에 대해 "참 더러운 대선"이라고 혹평했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대선판이 참으로 난잡스럽다"며 "이념도 없고 이합집산하는 모습들이 참으로 가관이다.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다" 등 날선 비판을 내놓았다.

이번 대선에서 벌어지는 지지층 이동과 관련해 정치 전문가들 의견도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진영을 초월한 지지 선언 배경엔 좋아하는 지도자에 대한 피해 의식과 보복 의식 등이 작용한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좋아하는 후보나 지도자에 대한 피해 의식과 그에 따른 반발감, 혐오감, 불안감, 보복 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지금과 같이 조직화한 것은 처음이고 독특한 현상"이라고 전했다.

박상병 평론가는 "정책이나 이념이나 가치보다는 진영 대결이 낳은 유탄"이라며 "현재 양쪽 진영에 이탈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내부 역학적인 관계에 의해 상처를 받고 서운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상대 진영을 선언함으로써 자신들이 속했던 진영에 타격을 주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이례적인 현상이 표심 이동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성철 평론가는 "어떠한 특정한 집단들이 움직인다기보다는 소수의 지도부나 소수 인원들이 움직인다고 보여진다"며 "개인적인 감정들과 개인적인 판단이 더 우선시 되는 것 같고 표심 이동에는 미미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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