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 향방 예단 어려워…지지층 결집 효과 관측 나와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열고 악수하는 모습. 안 대표의 지지율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 주목된다. /이선화 기자 |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대선 엿새를 앞둔 3일 전격 단일화를 선언했다. 안 후보는 윤 후보 지지를 공식화했다. 20대 대선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과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윤 후보의 3자 구도로 재편됐다. 사실상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일대일 구도로 좁혀졌다는 분석이다.
일단 윤 후보는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을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두 후보는 '정권교체' 대의를 앞세워 대선 이후 합당과 국민통합정부를 추진하기로 했다. 단일화 시기도 사전투표일 전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여론의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일각에선 안 전 후보가 또다시 중도 하차하면서 중도보수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을 들어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안 전 후보가 '완주'하겠다고 공언했다가 뒤집었다는 점도 부동층 표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두 사람은 이날 단일화를 선언하며 '원 팀'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실용정책 중심 국정 운영 △필요한 개혁과제 추진 △과학과 실용의 정치 △코로나19 방역 정부 △국민통합을 이루는 국정운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앙선관위에 후보직 사퇴서를 낸 안 후보는 조만간 윤 후보의 유세에 함께 나설 예정이다.
윤 후보와 안 전 후보의 단일화는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 윤 후보는 안 전 후보와 단일화로 보수층 표심이 갈리는 것을 막게 됐다. 또, 대선 판세가 박빙인 상황에서 외연 확장의 폭을 넓힐 발판도 마련했다. 사실상 당선권과 멀었던 안 후보는 통합정부 구성 합의를 끌어내며 실익을 챙겼다.
국민의힘은 단일화를 환영하면서도 내심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확대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당원들을 향해 "야권 통합은 됐으나 선거는 이제 진짜 시작"이라며 "절대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더욱 신중한 처신과 단단한 각오로 우리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많이 갈 수 있도록 더 많이 활동해달라"고 당부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단일화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 /네이버 갈무리 |
안 전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내왔던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본부장단 긴급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새벽에 갑자기 이뤄진 두 후보의 단일화는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으로 규정한다"면서 24시간 비상 체제로 전환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보수 야권 단일화가 어느 후보에게 득이 될지는 미지수다. 안 전 후보가 단일화를 선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제 결심에 따라 실망할 분이 많이 계실 것"이라며 사과했지만,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 여론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 후보가 안 전 후보의 지지율을 온전히 흡수할지 불분명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8일~이달 2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3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대선 후보 지지도는 이 후보 40%, 윤 후보 40%, 안 후보 9%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안 전 후보 지지층 표심 향방에 따라 운명이 갈릴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단 단일화 효과는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재외국민 투표가 끝난 시점에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사표'가 됐다는 점을 거론한 뒤 "선거 정신을 왜곡하는 처사에 합리적인 중도층의 반감과 실망감이 클 것"이라며 "윤 후보가 얻는 표는 미미할 것으로 본다. 자칫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도 "(단일화로) 한 번 더 미세하게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후광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30대 여성 표심이 제일 중요할 것으로 본다. 많은 30대 여성이 안 전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30대 여성 표심이 과연 이 후보에게 갈지, 사표가 되더라도 심 후보에게 향할지 여부가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