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2022] '윤-안 단일화'…'제2의 노무현' 기대 거는 민주당
입력: 2022.03.04 00:00 / 수정: 2022.03.04 00:00

단일화 효과 파장 최소화 주력…지지층 결집 기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깜짝 단일화 선언에 진짜 통합정부론을 강조하며 맞섰다. 3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발언하는 이 후보. /남윤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깜짝 단일화 선언에 '진짜 통합정부론'을 강조하며 맞섰다. 3일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발언하는 이 후보.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실망스러웠다." "깜짝 놀랐다."

국민의힘 윤석열·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심야 '단일화' 합의에 더불어민주당은 '올 것이 왔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예상보다 시너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며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중도·무당층의 '동정 여론'에 힘입어 극적 승리하는 '제2의 노무현' 시나리오를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윤-안 단일화를 정치 야합이라고 평하절하하고, 안 전 후보를 비판하는 등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2일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발언하는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왼쪽). /국회사진취재단
민주당은 윤-안 단일화를 '정치 야합'이라고 평하절하하고, 안 전 후보를 비판하는 등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2일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발언하는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왼쪽). /국회사진취재단

3일 야권 후보 단일화 소식에 민주당 선대위는 즉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24시간 비상체제로 전환해 총력 대응키로 했다. 다만 '유능한 경제대통령 이재명'을 슬로건으로 한 인물론 중심의 전략을 유지하면서 정면돌파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두 후보의 단일화를 "정치 야합"이라고 평가절하하고,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의 박빙 여론조사 추이는 '단일화 변수'가 이미 표심에 반영된 상태라는 것이다. 특히 여러 차례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의 잡음에 대중 피로감이 높아졌고, '완주' 입장을 밝혔던 안 후보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국민이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런 식의 단일화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박광온 선대위 공보단장은 "여야 대선 후보를 검증하기 위한 마지막 TV 토론이 끝나고 국민들은 후보들에 대한 판단을 마치고 사전 투표를 위해 마음을 정리하고 있을 시간이었다"며 "국민의 판단을 뒤집으려는 무리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최근까지 안 후보에 '통합정부론'으로 '정치개혁연대' 러브콜을 보냈던 민주당은 곧바로 안 전 후보를 겨냥해 여론전에 나섰다.

여권 인사들은 특히 안 전 후보가 대선 완주 의지를 표명하며 언급했던 이른바 '손가락' 발언을 인용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찍으면 손가락 잘라버리겠다'면서 내 사전에 단일화는 없다는 듯 정치생명 걸고 한 맹세를 일주일 만에 저버렸다"고 했고,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단군 이래 최악의 거짓말쟁이"라며 인신공격성 발언도 퍼부었다. 여권 지지층 중심의 온라인 공간에서는 안 전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담은 이른바 '안철수 엑스파일'을 공유하며 '철수 까기'에 나선 모습이다.

민주당은 제2의 노무현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 2월 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 후보(가운데). /뉴시스
민주당은 '제2의 노무현'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 2월 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이 후보(가운데). /뉴시스

민주당은 이번 단일화로 오히려 지지층 결집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서 하나같이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철회' 사태를 예로 들었다.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는 우여곡절 끝에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매듭지었지만, 정 후보가 대선을 하루 앞두고 지지를 철회한 바 있다. 단일화로 지지율이 급등했던 만큼 정 후보의 지지철회로 노 후보가 질 수 있다는 전망이 컸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지지층과 중도층이 결집하면서 노 후보가 약 57만 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승리한 바 있다. 민주당이 갑작스러운 윤-안 단일화도 오히려 중도층의 동정 여론을 자극해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을 내놓은 것이다.

민주당은 이처럼 이른바 '제2의 노무현' 시나리오를 전망, 여론을 형성하는 분위기다. 2002년 대선 당시 단일화 과정에 참여했던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윤-안 단일화 소식에 곧바로 "정치공학의 시대는 20년 전에 이미 끝났다. 공학이 아니라 국민이 결정한다"고 했다.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 씨도 "20년 만에 극적으로 기억될 순간이 펼쳐질 것 같다"고 예측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도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며 지지층 결집에 호소했다. 그는 이날 영등포 유세에서 "한 분 한 분 나서서 김대중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처럼 담벼락에 대고 실천하자, 노무현 대통령의 말처럼 우리가 조직해서 행동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내부에서도 지지층 결집과 중도층 흡수를 기대하는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다.

한 초선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내 분위기에 대해 "아침에 깜짝 놀랐다. 그런데 막상 분위기가 괜찮은 것 같다. 안 (전) 후보 지지자 중에는 (이번 단일화로) 이 후보를 지지한다는 젊은 층이 있다고 한다. 그런 데다 우리 지지자들도 열났다. 난리 나서 열심히 뛰고 있다고 전하더라. 단일화 절대 안 한다더니 하니까 국민을 무시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 (저쪽은) 이겼다고 난리 치고 박수 치는데 국민 눈에는 더 안 좋게 보일 수 있다. 1~2% 우리가 밀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단일화로) 1~2%가 우리에게 오면 이기는 거다. 그래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편해졌다. 우리는 지금처럼 똑같이 겸손하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안 (전) 후보나 다른 후보들에게 통합정부를 같이 하자는 뜻을 계속 밝혀왔는데 그런 의미에서는 (이번 단일화가) 좀 실망스럽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단일화로 지지층 결집이 급속도로 진척되고 있는 것 같다. 윤 후보와의 시너지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 같고, 결집 효과가 좀 있을 같다"며 "'정치는 국민이 한다'는 후보의 말대로 일희일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 국민도 부응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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