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룸살롱'에 '배설물' 테러까지…막장 치닫는 선거전
입력: 2022.02.26 00:01 / 수정: 2022.02.26 00:01

이준석 vs 이태규, 날선 공방…국힘·국당, 깊어지는 '감정의 골'

대선을 2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은 자질과 능력을 앞세우기보다 상대방의 약점을 비판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남윤호·이선화 기자
대선을 2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은 자질과 능력을 앞세우기보다 상대방의 약점을 비판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남윤호·이선화 기자

<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대선 공식 선거운동 2주 차. 여야의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여야의 극한 대립에 벌써 대선 후 국민 분열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단일화가 결렬된 이후 양당 주요 인사들은 폭로전을 펼치면서 '네 탓' 공방을 펼치고 있다. 지난 22일 야심한 시각에 진행된 군소정당 대선 후보 8인 TV 토론회에선 오만가지 공약이 쏟아졌다.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유가족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왜 아버지를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는지 궁금하다"며 두 사람이 인연이 깊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우려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된 가운데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제재 행보에 우리나라가 다소 늦게 동참하기로 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청와대는 해당 문제를 제기한 언론에 불편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3일부터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을 전국 유권자에게 발송했다. /중앙선관위 누리집 갈무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3일부터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을 전국 유권자에게 발송했다. /중앙선관위 누리집 갈무리

◆욕설 난무 선거판...與 보좌진, 尹 지지자와 설전도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한창 진행 중인데, 후보자의 자질과 공약 선전보다는 상대 후보 비방에 더 열을 올리는 거 같아. '룸살롱'까지 등장했네?

-윤 후보가 유세 트레이드 마크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는 것을 두고 색다른 의혹을 제기한 거야.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22일 충남 논산시 화지중앙시장 유세에서 윤 후보를 겨냥해 "이 양반은 뭐 했느냐. 검사하면서 했던 것이 맨날 사람 잡아서 수사하고 구속시키고 업자들하고 저녁에 룸살롱 가서 술 먹고, 골프 치고 이런 것 잘했지 않았느냐"고 말했어. 그런데 송 대표의 발언은 오히려 본인의 과거만 들추고 말았지.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실은 "송 대표가 윤 후보를 향해 말도 안 되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송 대표 눈에는 모든 사람이 다 자기 같은 줄 아나 보다"라고 비판했어. 그러면서 "송 대표는 5·18 전야제 참석한다고 광주에 가서 '새천년NHK룸살롱'에서 여성 접대부와 함께 술판을 벌인 장본인으로 유명하다"며 "집권 여당 대표라고 하기에는 참 수준이 저질인 송 대표는 허위 비방 유포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질 준비나 하시기 바란다"고 직격했지.

-윤 후보 '룸살롱' 발언은 지난 24일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또 꺼냈어. 진 의원은 윤 후보가 복싱을 배운 적이 없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검사들이 '룸살롱'에 가서 술 먹고 노래 부르다가 점수가 잘 나오면 어퍼컷을 한다더라"라고 주장했어. 그러면서 "술꾼 후보는 '라마다'로 보내고, 일꾼 후보는 '청와대'로 보내야 한다"고 했지. '카더라'식으로 윤 후보가 검사 시절 유흥주점에 다녔다는 의혹을 제기한 거야.

-같은 현장에선 "국민의 말을 들어야지 무당의 말을 듣는가"(이장섭 민주당 의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언제 가르쳐 대통령 역할을 하게 만들겠는가"(변재일 민주당 의원) 등의 인신공격성 발언도 이어졌어.

-국민의힘도 만만치 않아. 윤 후보는 최근 '문재인 정부 적폐 수사' 발언에 여권이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자 "독일의 나치, 이탈리아의 파시즘, 소련의 공산주의자들이 하던 짓"이라며 거친 발언을 쏟아냈어. 심재철 전 의원은 이 후보의 '형수 욕설'에 대해 "인간쓰레기. 자기 형수님한테 욕을 하느냐. 그거 하나면 모든 게 다 끝날 수 있다"고 힐난했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최근 선거 유세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곽현서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최근 선거 유세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곽현서 기자

-거친 공격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것 같은데 과연 효과가 있을까?

-일단 지지자들은 격한 발언에 호응하는 분위기야. 문제는 상대 진영을 향한 막말과 혐오가 유세 현장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각 진영 지지자 간에도 번지고 있다는 점이야. 지난 23일 국회 본청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앞을 지나는데 큰 소리가 들리더라고. 과방위원장실에서 나는 소리였어. 시끄러웠다 잠잠해지기를 반복하길래 좀 더 가까이 가서 들어봤지. 민주당 소속 이원욱 과방위원장의 보좌진이 윤 후보 지지자로 추정되는 인물과 전화 통화하는 소리였어.

-왜 고성이 난 거야?

-종합편성채널(종편) 경고에 대한 항의 전화였던 것 같아. 앞서 당일 오전 선대위 회의에서 이 위원장은 이 후보와 윤 후보 배우자 이슈 편성을 편향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종편을 향해 "정치적 중립으로 공정성을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노골적 대선 개입으로 대선 후 소멸의 길을 걸을 것인가"라고 했거든. 항의 전화에 대해 보좌진은 '종편이 가진 특혜가 얼마나 많은지 아나'라면서 반박하더라고. 또 "그냥 윤석열 찍으세요" 이런 말도 들렸어.

-상임위원장은 최소한의 중립이 요구되는 자리인데 보좌진의 발언이 조금 부적절했다는 생각이 드네. 항의 전화가 계속 오면 신경 쓰일 순 있겠지만, 그래도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넘어가는 게 어땠을까 싶어.

지난 24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선대본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 대하빌딩 입구 로비에 배설물이 뿌려져 건물 관계자가 청소한 모습. /국민의힘 관계자 제공
지난 24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선대본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 대하빌딩 입구 로비에 배설물이 뿌려져 건물 관계자가 청소한 모습. /국민의힘 관계자 제공

-심지어 막말을 넘어 배설물 테러도 등장했어. 24일 오전 윤 후보 선거대책본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 입구 로비에 견분(犬糞)으로 보이는 배설물이 뿌려졌다고 해. 윤 후보를 향한 테러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어.

-지지자들이 서로 원색적인 비난을 하면 후보를 포함한 정치인들이 다독여야 할 판에 오히려 부추기는 꼴이야. 초박빙 판세에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시도는 이해하지만 이럴수록 무당층, 중도층의 관심은 오히려 멀어질 뿐이야. 대선 이후 이 분열을 어떻게 해소하려고 이렇게 갈등을 조장하고 방치하는 건지 걱정이 앞서.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결렬…양당 '네 탓' 공방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한 이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야. 책임 공방과 폭로전도 벌어지고 있는데, 단일화 결렬의 중심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있다는 이야기가 있네?

-맞아. 이 대표는 그간 지속해서 안 후보를 비방해왔지. 그것도 공개적으로 말이야. 물론 안 후보가 국민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한 이후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가 단일화 방식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도 단일화 결렬의 요인으로 꼽혀. 여기에 이 대표의 날선 발언들이 더해져 국민의당의 불만이 커진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 나와.

-이 대표가 합당을 제안했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잖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대선 후보 단일화 협상 결렬 이후 책임론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더팩트 DB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대선 후보 단일화 협상 결렬 이후 책임론을 두고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더팩트 DB

-맞아. 이태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본부장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초 이 대표가 안 후보의 사퇴를 전제로 합당과 서울 종로, 부산시장 공천을 제안했었다고 폭로했어. 특히 2월 11일 국민의힘 첫 '열정열차' 출발일에 도착역인 여수에서 윤 후보와 안 후보가 함께 내리면서 단일화 선언을 하는 빅 이벤트를 준비했다는 내용도 전했어.

-곧장 이 대표도 반격했어. 이 본부장 기자회견 이후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슨 목적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태도는 지난해 진행됐던 합당 협상에서의 국민의당 태도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며 유감을 나타냈어. "단일화는 후보가 전권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합당에 관한 이야기는 당의 영역"이라면서 지난해부터 일관되게 합당을 이야기했다고 강조했어.

-두 사람의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어. 이 본부장은 24일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정치 태도와 정치 품성이 나쁜 것 같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어. 그러자 이 대표는 25일 "단일화하자고 하고 단일화 결렬하자고 한 사람이 같다"며 단일화 결렬 책임이 안 후보에게 있다고 주장했어.

-이제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양측의 감정이 깊어지면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표류하게 됐어. 하지만 여전히 정치권에서는 단일화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와.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 문제를 담판 지을지 앞으로 지켜보자고.

◆한밤 중 1박 2일 편성 '군소정당 대선 후보 토론회' 뒷얘기

-지난 2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하는 군소정당 대선 후보 토론회가 열렸어. 오준호 기본소득당, 허경영 국가혁명당, 이백윤 노동당, 옥은호 새누리당, 김경재 신자유민주연합, 김재연 진보당, 이경희 통일한국당, 김민찬 한류연합당 후보 등 8명의 후보가 참석했어. 김동연 새로운물결,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는 불참했어.

-불참자 중 김동연 후보는 일찍부터 한 매체 인터뷰에서 'TV토론으로 유권자들에게 잠깐 얼굴을 비치는 것보다 충청에 가서 직접 스킨십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며 불참을 예고했어. 이를 두고 김 후보가 '엘리트 의식' 때문에 안 나오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어. 이전에 이재명 후보와 양자 정책 토론도 했는데, 지지율이 낮은 군소정당 후보와의 토론은 격이 안 맞다고 생각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야.

지난 22일 밤 중앙선관위가 주관한 초청 외 후보 대선후보 토론회가 열리는 모습. /SBS 유튜브 갈무리
지난 22일 밤 중앙선관위가 주관한 '초청 외 후보 대선후보 토론회'가 열리는 모습. /SBS 유튜브 갈무리

-토론이 밤 11시부터 새벽 1시로 편성된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어.

-한 후보는 <더팩트>에 "주요 대선 후보 4명은 TV만 틀면 온종일 나오지 않나. 왜 이미 큰 스피커를 가지고 있는 후보들의 이야기만 주목하고, 그렇지 않은 후보들은 '군소'로 묶어 사실상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자정 넘는 시간에 토론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고 목소리를 높였어.

-그 후보의 말에 따르면 편성에 대해서 중앙선관위로부터, 방송사로부터도 일방적 통보를 받았고 왜 그런지 단 한 번도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해. 사실상 국민의 알 권리 침해라는 지적이야.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는 토론에서 "똑같이 (후보 기탁금) 3억을 냈다"며 방송 시간대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어.

-토론 내용은 어땠어?

-오만가지 공약이 쏟아졌어. 오준호 기본소득당 후보는 매달 65만 원의 기본소득을 국민들에게 제공한다고 했어. 또 이백윤 노동당 후보는 핵발전을 찬성하는 윤석열 후보 집 지하에 핵폐기물을 저장하겠다고 하면서, 재벌 국유화로 1000만 일자리를 만들고 재벌이 번 돈은 사회로 환수하겠다고 공약했어.

-김경재 신자유민주연합 후보는 100만 명이 넘는 국내 거주 중국인들을 모두 중국으로 내보내겠다고 했어.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는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을 100명으로 줄이고, 무보수 명예직에 의원의 보좌관들은 다 없애고 지자체 의원들의 월급을 없애 '국가 예산의 70%'를 줄이겠다고 했어. 김재연 진보당 후보는 '땅보다 땀이 대접받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성 평등을 실현하는 최초의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어.

-옥은호 새누리당 후보는 4·15 총선 이후 대한민국 선거가 부정부패 조작으로 국민 주권이 강탈당했다면서 3·9일 선거를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고 바로잡겠다고 했어. 김민찬 한류연합당 후보는 비무장지대(DMZ)에 세계문화예술도시를 건립하겠다고 했고, 이경희 통일한국당 후보는 남북통일을 이뤄내겠다고 공언했지.

-시간은 한정돼 있고 참여한 후보가 많다 보니 지난 4자 TV토론에서 봐왔던 주도권 토론이나 주제별 토론의 형식은 하지 못한 것 같더라고. 군소정당 후보자들에게는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 토론 자리인데, 두어 번 돌아가며 후보별 공약 소개를 하고 나니 토론이 어느새 끝나있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

-후보자들의 공약이 다소 허무맹랑하거나, 혐오를 부추기는 발언인데도 거리낌 없이 내뱉는 모습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어. 토론 시청률은 4%가 나왔다고 하던데, 토론을 시청한 국민들이 과연 거대 양당 위주의 대선 후보 선택을 벗어나 5번 이후의 번호로도 마음을 돌릴지 궁금하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신정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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