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김문기 유가족 기자회견 이슈..."李, 왜 해명 없지?"
입력: 2022.02.26 00:01 / 수정: 2022.02.26 00:01

'환호와 욕설' 오간 윤석열 수원 팔달문 유세 현장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김은혜 공보단장은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유족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 김문기 처장의 장남이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김은혜 공보단장은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유족'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 김문기 처장의 장남이 발언하는 모습. /뉴시스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김문기 유족 "李, 왜 아버지를 모른다고 거짓말하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유족이 기자회견을 열었지?

-맞아. 유족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왜 아버지를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는지 궁금하다"며 관련 증거를 제시했어. 그동안 이 후보는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주장했어. 이 후보가 2015년 김 전 처장 등과 해외 출장을 간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지만, 이 후보는 모른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았어.

-김 전 처장은 이 후보가 알아서는 안 되는 사람인가?

-야권에서는 대장동 의혹의 핵심으로 이 후보를 지목하고 있는 상황인데,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지침서 작성 단계부터 관여한 인물이야. 김 전 처장은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참여한 컨소시엄 '성남의뜰'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때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고 해. 김 전 처장은 성남의뜰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몫으로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지. 대장동 의혹이 터지면서 김 전 처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수사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기도 했어. 안타깝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생을 마감했어.

국민의힘이 공개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고 김문기 처장의 지난 2015년 호주·뉴질랜드 출장 사진. /국민의힘 제공
국민의힘이 공개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고 김문기 처장의 지난 2015년 호주·뉴질랜드 출장 사진. /국민의힘 제공

-이 후보가 김 전 처장을 안다는 증거는 어떤 거였지?

-이 후보와 김 전 처장이 동행한 해외 출장 사진을 추가로 공개했어. 이 후보와 김 전 처장이 뉴질랜드 오클랜드 스카이타워 전망대에서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사진이야. 또 뉴질랜드 오클랜드 앨버트 공원에서 둘은 손을 잡고 있기도 했어. 당시 김 전 처장은 딸에게 영상을 보내면서 "오늘 시장님하고 본부장님하고 골프까지 쳤다. 오늘 너무 재밌었고 좋은 시간이었어"라고 말했어.

-또, 유족이 제공한 김 전 처장 휴대전화 연락처 기록에서 이 후보는 '이재명 변호사'로 2009년 6월 24일 저장돼 있었어. 두 사람이 상당히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지.

-이 후보는 김 전 처장을 정말 몰랐을까?

-'예단하기 어렵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도 어렵다'는 시각이 많아. 이 후보와 김 전 처장이 동행했던 해외 출장에는 모두 11명이 함께했어. 50명 정도 되는 출장이 아니라 10여 명 정도의 소규모 출장이었지. 보통 이런 경우에는 잠자는 시간이나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함께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라는 거야. 적어도 하루 세끼는 같이 먹는다는 거지.

-김 전 처장은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사람도 아니야.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진행된 대규모 도시개발 프로젝트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을 맡았던 인물이야. 때문에 이 후보가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유족이 밝힌 입장문에도 해당 내용이 담겨 있어.

-김 전 처장의 장남은 이 후보가 아버지 죽음 앞에 어떠한 애도의 뜻도 비치지 않았다며 분노했어. 특히 발인 마지막 날인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산타클로스 복장을 입고 나와 춤추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지. 실제로 이 후보는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여의도동 민주당 당사에서 크리스마스 행사를 가졌어. 이 모습을 본 80대 친할머니는 오열했다고 해.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지난해 12월 24일 산타복을 입고 크리스마스 영상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날은 고 김문기 처장의 발인 날이었다. /이재명 후보 측 제공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지난해 12월 24일 산타복을 입고 크리스마스 영상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날은 고 김문기 처장의 발인 날이었다. /이재명 후보 측 제공

-민주당 선대위는 입장문을 통해 "뜻하지 않은 일로 이별을 고해야 했던 유족의 고통이 얼마나 크실지 헤아릴 수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며 "고 김문기 씨에게 다시 한번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했어. 하지만 유족이 추가로 제시한 증거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어.

-왜 이재명 후보의 해명은 없지? 선거는 대중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이 후보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오해가 있다면 풀어내고 인정할 사안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매듭을 짓는 게 필요해 보여.

◆국민의힘, 수원서 꼬인 '원팀' 유세

-지난 2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수원에서 거점유세 펼쳤는데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

-수원 팔달문 앞 지동·영동시장은 윤 후보를 보기 위해 '구름 인파'라고 불릴만한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어. 지지자들이 대다수인 만큼 뜨거운 환호와 함성이 가득한 현장이었지만 지난주 서초·송파 유세와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던 것 같아.

-어떤 점들이 달랐는데?

-서울에선 현장에 있던 모두가 윤 후보의 지지자라고 느껴질 만큼 한마음으로 '정권교체'라는 구호를 외쳤다면, 이번 수원 유세에선 윤 후보와 국민의힘에 반감을 가진 시민들도 현장에 참석해 사소한 말다툼이 있기도 했어. 윤 후보의 발언이 한참인 와중, 한 시민이 "아주 듣기 싫어 죽겠다. 그런 소리는 대구 가서나 해!"라고 소리치자 한 지지자는 "사기꾼들은 식당가서 초밥이나 먹어"라고 응수했어.

-이들의 다툼에 시장 상인들도 불만을 표출했어. 사람들이 모이면서 가판대를 건들고 싸움이 벌어지자 "장사 안 되게 왜 이런 좁은 곳에 와서 이런 걸 하냐", "여기서 싸우지 말고 다른 데 가서 싸워라", "누가 되든 싫어 죽겠다"라는 반응을 보였어.

24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수원 유세 현장에도 어김없이 호랑이 삼촌이 등장했다. 호랑이 삼촌은 <더팩트> 취재진에게 호랑이 삼촌을 인터넷에 치면 나온다며 윤 후보가 가는곳 마다 따라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곽현서 기자
24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수원 유세 현장에도 어김없이 호랑이 삼촌이 등장했다. 호랑이 삼촌은 <더팩트> 취재진에게 "호랑이 삼촌을 인터넷에 치면 나온다"며 "윤 후보가 가는곳 마다 따라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곽현서 기자

-수원은 경기도청이 있어서 이 후보의 '정치 본거지'로 불려.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이 후보가 오랫동안 공들여온 지역이기 때문에 지지세가 강한 곳이지. 지역 민심이 윤 후보 유세 현장에도 고스란히 드러난 게 아닌가 싶어.

-윤 후보 유세 현장에 익숙한 얼굴들도 보였어. 지난 서초 유세에서 호랑이 옷을 뒤집어쓰고 깃발을 흔들던 '호랑이 삼촌'을 다시 만날 수 있었어. 호랑이 삼촌은 '수원까지 먼 걸음 오셨는데 힘들지 않으시냐'는 질문에 "윤 후보가 가는 곳을 다 따라다니고 있다"며 웃었어.

-그런데 이날 참석을 예고했던 주요 인사들이 급작스럽게 일정을 변경하면서 다소 혼란이 있었다고?

-전날(23일)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알림을 통해 홍준표 의원·유승민 전 의원·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참석을 예고하며 '원팀'을 강조했어. 하지만 이들 모두 이날 유세 현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 심지어 이준석 대표도 약속 시각 20분 전 일정 취소를 알려왔어.

-이를 두고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의 발언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와. 권 본부장은 이날 오전 선대본부 회의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 후보를 겨냥해 "당대표를 비롯해 우리 모두 사감이나 사익은 뒤로하고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앞세워야 한다. 우리 모두 명심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어.

-내부 분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지자, 국민의힘 측은 "이 대표의 불참 공지가 누락돼 늦게 알려진 것"이라고 해명했어. 대선 투표일까지 얼마 남지 않아, 후보들의 발걸음이 더 급해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 더 많은 현장 유세들이 있을 텐데 다음에는 어떤 일들이 생길지 궁금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작전을 개시한 24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AP.뉴시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작전을 개시한 24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AP.뉴시스

◆靑, '러시아 제재' 늑장 동참 지적에 '발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제재' 방안을 속속 발표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제재 동참이 조금 늦었다는 비판이 나왔네?

-맞아 일본은 지난 23일 러시아에 대해 채권 발행 및 유통 금지 제재안을 발표한 데 이어 25일에는 반도체 수출 제한, 개인·단체 비자 발급 중단 및 자산 동결 등 추가 제재안을 발표하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와 발 빠르게 보조를 맞췄어.

-앞서 지난 14일 G7 재무장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막대하고 즉각적인' 집단 제재에 나서겠다고 경고했고, 미국의 대다수 동맹국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다고 일찍이 의사를 표시했어.

-반면 우리나라는 23일까지도 러시아 제재에 대한 발언을 아껴왔어. 그러다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하기 직전에서야 청와대는 "무고한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무력 사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무력 침공을 억제하고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경제 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이에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어.

-다른 동맹국들에 비해 우리 정부의 제재 동참 결정이 미뤄지자 미국 정계에선 "한국이 (제재) 결정을 질질 끌고 있는데,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함께 러시아 제재에 합류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어. 이를 근거로 일부 언론들은 "뒤늦은 제재 동참 검토로 동맹 내에서 불신을 자초했다"고 비판했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5일 우리나라가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에 비해 뒤늦게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비판하는 언론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5일 우리나라가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에 비해 뒤늦게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비판하는 언론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제공

-여기에는 앞서 문재인 정부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에 3년째 이름을 올리지 않고, 최근 국제사회의 북한 미사일 도발 규탄에도 참여하지 않는 등 동맹 대열에서 자주 이탈하는 모습을 보인 점도 영향을 끼쳤어.

-그런 목소리가 청와대에는 불편하게 들렸나 봐?

-맞아.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어제오늘 언론 보도를 보면 '러시아 제재에 한국만 빠졌다' 이렇게 비판을 하는데, 한국 보고 독자 제재를 하라는 뜻인가"라며 "러시아에 있는 우리 기업과 교민들은 하나도 생각을 안 하고 한국만 제재에서 빠졌다는 취지? 그리고 어제 발표를 하니까 오늘은 또 '뒤늦은 제재 동참' 도대체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관련 보도를 한 언론을 비판했어.

-러시아와 교역을 하는 국가, 러시아에 자국민이 거주하는 국가가 우리나라만 있는 것은 아니야. 미국의 행보에 동참하는 동맹국들 모두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면서 일찍이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 제재를 할 것이다"라고 한목소리로 경고했고, 우리의 동맹국인 미국도 이런 점을 독려했어.

-우리가 다른 동맹국에 비해서 '제재에 동참한다'는 발표가 늦은 것은 사실이야. 관련해 미국 정계에서 한국에 대한 불만이 나온 것도 사실이고. 그런 점을 지적하는 언론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는 청와대의 태도가 오히려 이해가 안 간다는 비판도 나와. 청와대는 자신들을 비판하는 야당이나 언론의 목소리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실제로 수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어. 오히려 그럴 때마다 문제를 제기하는 쪽이 문제라면서 역비판을 가해 왔는데, 이번에도 같은 대처를 한 것으로 보여.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신정인 인턴기자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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