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돌풍'에서 '리스크'로…이준석을 향한 '불안한 눈빛'
입력: 2022.02.25 00:00 / 수정: 2022.02.25 00:00

지나치게 자극적 발언으로 구설…단일화 악영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조롱성 발언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 앞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해 윤석열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조롱성 발언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 앞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해 윤석열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해 유력 정당의 당수에 올랐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30대 0선'이 당권을 잡았다. '이준석 신드롬'을 일으키며 정치사에 새 역사를 썼다. 그의 최종 승리는 '보수 세대교체'의 열망이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여의도 정가는 술렁였다. 정치권이 변해야 한다는 신호로 읽혔기 때문이다. 구태 정치에 대한 엄중한 경고와도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경원·주호영·조경태·홍문표 등 중진이 고배를 마셨다. 이 대표는 '고인 물'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셈이다.

'30대 청년 당수' 선출을 계기로 여야 할 것 없이 혁신과 개혁을 내세웠다. 이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변화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이 대표는 선출 직후 "우리 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 대통합에 많은 국민과 당원들이 지지를 보내줬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최근 이 대표가 정치권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지 의문이란 목소리가 많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대선운동 과정에서 그의 언행을 보면 실망감이 커진다는 얘기다. 특히 단일화 국면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향해 독설을 내뱉고 있는 것이 커 보인다. 인신공격성 발언도 한다.

이 대표는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 후보는) 속 좁은 사람이고 우리 후보(윤석열)는 통 큰 사람"이라며 비하했다. 공개 석상에서 상대 당 후보를 깎아내리는 태도는 공당의 대표로서 부적절하다.

유세차에서 불의의 사고로 안타깝게 숨진 국민의당 당원이 묶인 '고인 유지' 발언도 논란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KBS 라디오 '일요진단'에서 "고인이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나. 국민의당 유세차를 운전하는 분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 써놓고 가나"라고 했다. "동지의 뜻을 받들겠다"는 안 후보의 발언을 지적한 것인데, 고인까지 거론할 필요가 있었을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20일 여론조사 방식의 야권 단일화 제안을 철회했다. 안 후보는 단일화 제안을 받은 윤 후보가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20일 여론조사 방식의 야권 단일화 제안을 철회했다. 안 후보는 단일화 제안을 받은 윤 후보가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후에도 이 대표는 단일화와 관련한 안 후보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SNS에 공유하면서 "댓글로 'ㄹㅇㅋㅋ' 네 글자만 치세요"라고 했다. 그의 지령(?)은 '리얼(진짜)'을 의미하는 초성 'ㄹㅇ'과 웃는 소리를 나타내는 'ㅋㅋ'를 합친 것으로, 온라인상에서 조롱조로 쓰이는 말이다.

국민의당 인내는 임계점에 달한 모양새다. 23일 이태규 국민의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 대표가 하는 비난의 진의를 알고 싶다고 했다. 또한 이달 초 이 대표와 비공개로 만나 합당을 제안받았다고 폭로했다.

접전 양상의 대선 판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상대 후보와 당을 자극하는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준석 신드롬'에서 '이준석 리스크'로 바뀌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갈등을 조장하는 그의 가벼운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선 정국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그의 리더십과 정치 철학이 기성 정치인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윤핵관'을 고리로 윤 후보와 갈등을 빚은 이후 극적으로 화해했던 정교한 정치공학적 행보를 재연하려는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물론 그의 속내는 알 수 없다. 다만, '올드 보이'와 분명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은 사그라들고 있다.

강렬한 인상을 줬던 대표 수락연설문이 새삼 다시 떠오른다.

"변화에 대한 이 거친 생각들,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

shincomb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