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퍼컷-발차기-야구 배트까지, 퍼포먼스 과열…과유불급 우려
입력: 2022.02.24 00:00 / 수정: 2022.02.24 00:00

"바람직하진 않지만, 후보들 입장에선 필요"

대선 후보들이 최근 유세 현장에서 퍼포먼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뉴시스, 이선화 기자
대선 후보들이 최근 유세 현장에서 퍼포먼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뉴시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신정인 인턴기자] 여야 대선 후보들의 퍼포먼스 경쟁이 뜨겁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차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어퍼컷에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야구 배트 스윙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았다. 후보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자칫 '선거가 희화화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처럼 역동적인 퍼포먼스의 포문은 윤 후보가 처음 열었다. 윤 후보는 지난 15일 부산 유세현장에서 주먹을 아래에서 위로 힘껏 올리는 '어퍼컷'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 퍼포먼스는 현장의 지지자들은 물론 온라인상에서도 다양한 패러디로 만들어지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모았다. 이후 윤 후보는 유세 현장마다 어퍼컷 퍼포먼스를 하며 이를 '시그니처 포즈'로 굳히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유세본부장은 "어퍼컷은 비상식 체제를 허물고 새로운 상식이 통하는 정상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현장의 뜨거운 열기에 윤 후보가 즉흥적으로 고안해낸 포즈"라며 "이젠 윤 후보의 유세 고유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들이 먼저 어퍼컷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주당도 이를 의식한 듯 일명 '코로나 퇴치' 발차기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이 후보는 지난 19일 전북대 유세에서 "코로나19, 이 째깐한 거 확 한 번 차버리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잠시 달리다 오른쪽 발을 힘껏 차올렸다. 지지자들의 환호가 이어지자 주먹을 흔들며 화답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때아닌 원조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같은 날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발차기 사진과 이 후보의 발차기 사진을 나란히 올린 뒤 각각 사진 하단에 '원조', '짝퉁'이라고 적었다. 이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 후보가 아무리 급해도 허경영 후보의 무궁화 발차기를 따라할 줄 꿈에도 몰랐다"고 비꼬기도 했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차기 퍼포먼스에 대해 짝퉁이라고 저격했다. /허경영 페이스북 캡처
허경영 국가혁명당 대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차기 퍼포먼스에 대해 '짝퉁'이라고 저격했다. /허경영 페이스북 캡처

이외에도 이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손하트를 하거나 태권도복을 입고 '코로나 위기'라고 적힌 송판을 주먹으로 격파하는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전용기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번 퍼포먼스에 대해 "코로나 위기를 물리친다는 의미"라며 "캠프에서 아이디를 제안했고 후보님께서 흔쾌히 오케이했다. 지지자들도 계속 의견을 주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에 질세라 안 후보도 야구 배트 퍼포먼스로 세리머니 대결에 가세했다. 22일 안 후보는 고향이자 '야구의 도시' 부산에서 "마~ 고마해라"라고 소리치며 야구 배트를 휘둘렀다. 이에 맞춰 진행자와 지지자들은 "마이 무따 아이가"라며 화답했다.

장지훈 국민의힘 공보팀장은 "대선이 9회말 2아웃인 상황에서 만루 홈런을 칠 4번 타자, 기호 4번 안철수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의당 제공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의당 제공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아직 특별한 퍼포먼스 없이 남편 이승배 씨와 유세 현장을 함께하고 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윤 후보가 한 뒤로 (다른 후보들도) 따라서 하는 모양새인 것 같은데 저희가 의식해서 할 생각은 없다"며 "유세 콘셉트에 맞춰 그때 그때 퍼포먼스를 한다"고 했다.

이어 "'지워진 사람들'이라는 선거 캠페인을 별도로 하고 있다"며 "이번 대선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시간을 쓰고 찾아가겠다는 취지로 유세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퍼포먼스 과열 현상에 대해 '대선의 무게를 자칫 가볍게 만들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선 후보들은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끌고 지지자를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후보들 입장에선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 평론가는 "이런 홍보 차원의 퍼포먼스는 대선 때마다 늘 있었지만, 이번처럼 박빙 승부일 때 더 심해진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다만 퍼포먼스도 과유불급이라 과하면 반감을 유발한다. 너무 과한 행동은 자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righ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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