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슈] '언행 자제' 경고장에도 폭주하는 與
입력: 2022.02.20 00:00 / 수정: 2022.02.20 00:00

'가짜 뉴스'부터 '키보드 배틀'까지…실질적 경고 조치 부재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관계자와 의원들이 대선을 앞두고 방송과 SNS 등을 통해 드러난 언행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관계자와 의원들이 대선을 앞두고 방송과 SNS 등을 통해 드러난 언행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SNS에 쓸데없는 말을 적을 거면 안 하는 게 낫다."(이낙연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 회의 발언 중)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 이어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도 훈계에 나섰다. 선대위 대변인 등 일부 여권 정치인들의 언사가 논란이 돼 구설에 오른 탓이다. 당 내부에선 후보를 과하게 감싸려다가 얼마 남지 않은 대선에서 되려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 내부에 '언행 경계령'을 내렸다. 우 본부장은 16일 당 대변인들을 향해 "국민의 눈높이와 정서에 맞는 글과 말을 써달라"라고 당부했다. 그는 "대변인께서 방송 패널, SNS 활동 등에서 지나친 언사로 논란이 생기고 있어 매우 뼈 아프다"며 "과도하거나 자극적인 표현으로 상대 후보와 당을 공격하는 언사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같은 일이 생길 경우, 향후 인사조치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앞서 이 위원장은 9일 여당 인사들을 향해 'SNS 자제령'을 공언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자신이 참석한 첫 회의 자리에서 "SNS에 쓸데없는 말을 적을 거면 안 하는 게 낫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선거 망하자는 얘기"라고 꼬집은 바 있다.

선대위 지도부의 '경고장'은 최근 연이은 여권 인사들의 설화에 따른 파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판세가 '5%이내' 초방빅인 상황에서 이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표심에 행여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이경 선대위 대변인은 '외모 평가' 후폭풍을 겪고 있다. 그는 15일 한 방송에 나와 가수 안치환 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를 마이클 잭슨에 비유해 비하한 노래를 두고 "이렇게 위대한 뮤지션에 비유해 줬다는 건 오히려 더 감사해야 될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앞서 가수 안치환이 최근 발표한 새 디지털 싱글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은 가사를 두고 김 씨(건희-거니)를 겨냥해 희화화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커버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앞서 가수 안치환이 최근 발표한 새 디지털 싱글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은 가사를 두고 김 씨(건희-거니)를 겨냥해 희화화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커버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이 대변인은 이어 "저 같으면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며 "솔직히 (김 씨가) 성형 안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저는 과거 얼굴보다는 성형 이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가수 안치환이 최근 발표한 새 디지털 싱글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은 가사에 '왜 그러는 거니/뭘 탐하는 거니/얼굴을 여러 번 바꾼 여인/이름도 여러 번 바꾼 여인' 등의 부분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김 씨(건희-거니)를 겨냥해 희화화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안치환 씨의 노래를 띄우는 과정에서 김건희 씨 외모를 지적해 민주당이 중요시하는 젠더 감수성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후보의 수행을 맡고 있는 한준호 의원도 사실관계가 잘못된 글을 SNS에 올렸다가 삭제해 곤욕을 치뤘다. 한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만배, 2012년 초 與(여당) 의원 보좌관에게 2억 전달"이라는 제목의 언론 기사를 언급하며 "2012년 여당=새누리당?"이라는 글을 올렸다. 기사에서 언급한 여당은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지칭한 것인데 이를 착각한 것이다. 한 의원은 곧바로 글을 삭제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한 의원이 아닌 보좌진이 올렸다가 삭제한 것으로 '해프닝'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대변인도 같은 취지의 글을 올려다가 삭제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선대위의 동물권 홍보 문제를 시작으로 계속해 SNS로 말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선대위의 동물권 홍보 문제를 시작으로 계속해 SNS로 말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남윤호 기자

청와대 대변인 출신 고민정 의원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와 동물권 공약을 두고 SNS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선대위 동물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그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이 후보를 지지합니다'라고 적힌 여러 반려견의 사진을 게시하는 등 민주당의 동물권 관련 공약을 홍보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를 두고 "동물에 대한 선거운동을 지시할 계획이 없다. '컨셉질'보다는 사람이 먼저"라고 남기는가 하면, "민주당이 진짜 이상한 게 동물권의 기본이 동물을 도구로 쓰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동물을 선거운동의 도구로 쓰는 것 자체가 동물권에 대한 몰이해"라며 고 의원을 저격했다. 이 대표는 "동물권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할 생각이 있으면 받아주겠다"며 고 의원에게 '동물권 숙제'를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고 의원은 "그 당의 대표는 한가하신가 보다. 지금 대통령 선거인 걸 모르냐"며 "국민들이 보고 싶은 건 고민정 vs 이준석이 아니라 윤석열 vs 이재명의 정책토론"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고 의원은 "당 대표께서 이렇게 토론을 좋아하시는데 왜 그렇게 국민의힘 후보는 토론을 피하셨는지 의문이다. 대표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신 게 아니냐"고 했다. 또 "잊고 있었는데 국민의당에서 성상납 의혹이 사실인지 물었던 것 같은데 그 숙제는 하셨느냐"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 대표는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고 의원님이 어떤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시는지 알 것 같다'며 "오늘도 열심히 일해주셔서 감사하다. 에너지 넘치게 파이팅"이라면서 고 의원을 비꼬았다.

설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고 의원은 18일 오후에도 "이 대표님이야말로 저희 당을 위해 뛰어주고 계신다"라며 "오늘도 파이팅하십시오~!"라고 반격했다. 이어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의원이 윤 후보를 향해 신천지 개입 의혹을 제기한 점을 언급하며 "신천지 연루설이 거짓이라면 홍 의원님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인데 왜 고발조치 안하나. 윤 후보는 떳떳하게 본인의 입장을 밝히면 되는데 무슨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나"라고 '신천지 의혹'을 거듭 주장했다.

점입가경으로 민주당 법률지원단 소속의 변호사가 윤 후보의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을 반대하며 뱉은 발언은 '지역 비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설주완 변호사는 17일 한 TV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후보가) 복합쇼핑몰이라는 단초적인 제안을 하는 건 좋지만 그게 지역 발전 공약에 어울리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표하며 "이건 마치 가난한 사람들에게 '너 명품시계 차면 부자 된 거야'(라고 한 것과 같다). 이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방송 방영 이후 설 변호사의 발언이 광주 지역을 비하한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퍼져나갔다. 국민의힘 측도 '민주당 관계자가 광주를 가난한 도시에 비유해 복합 쇼핑몰을 반대'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설주완 변호사는 17일 한 TV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후보의 광주 대형쇼핑몰 유치 공약을 두고 이건 마치 가난한 사람들에게 너 명품시계 차면 부자 된 거야(라고 한 것과 같다). 이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TV조선 갈무리.
설주완 변호사는 17일 한 TV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후보의 '광주 대형쇼핑몰 유치' 공약을 두고 "이건 마치 가난한 사람들에게 '너 명품시계 차면 부자 된 거야'(라고 한 것과 같다). 이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TV조선 갈무리.

여권 인사들의 '말실수 퍼레이드'가 '설화 리스크'로 번지지 않기 위해 민주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당에서 경고성으로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징계 조치는 따로 없는 상황에서 제어 장치 없는 폭주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SNS로 한번 문제 제기가 된 의원들의 경우, 이후에는 좀 더 스스로 자중하긴 한다. 당 내부에서 (경쟁 후보에 대한)음모론이라든지, 사실 확인 안 된 이야기 등을 자신의 공적 공간에 올리면 실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조심해야 한다는)이야기가 나오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역대 선거에서도 의원들의 실언이 표심에 악영향을 미친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4년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60~70대 이상은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가 '노인 비하' 논란으로 지지율이 10% 포인트 이상 추락했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라는 말을 했다가 '이부망천' 논란으로 지역민들에게 고발을 당하고, 당에서도 자진 탈당한 바 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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