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부터 '키보드 배틀'까지…실질적 경고 조치 부재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관계자와 의원들이 대선을 앞두고 방송과 SNS 등을 통해 드러난 언행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SNS에 쓸데없는 말을 적을 거면 안 하는 게 낫다."(이낙연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 회의 발언 중)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 이어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도 훈계에 나섰다. 선대위 대변인 등 일부 여권 정치인들의 언사가 논란이 돼 구설에 오른 탓이다. 당 내부에선 후보를 과하게 감싸려다가 얼마 남지 않은 대선에서 되려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 내부에 '언행 경계령'을 내렸다. 우 본부장은 16일 당 대변인들을 향해 "국민의 눈높이와 정서에 맞는 글과 말을 써달라"라고 당부했다. 그는 "대변인께서 방송 패널, SNS 활동 등에서 지나친 언사로 논란이 생기고 있어 매우 뼈 아프다"며 "과도하거나 자극적인 표현으로 상대 후보와 당을 공격하는 언사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같은 일이 생길 경우, 향후 인사조치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앞서 이 위원장은 9일 여당 인사들을 향해 'SNS 자제령'을 공언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자신이 참석한 첫 회의 자리에서 "SNS에 쓸데없는 말을 적을 거면 안 하는 게 낫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선거 망하자는 얘기"라고 꼬집은 바 있다.
선대위 지도부의 '경고장'은 최근 연이은 여권 인사들의 설화에 따른 파장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판세가 '5%이내' 초방빅인 상황에서 이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표심에 행여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이경 선대위 대변인은 '외모 평가' 후폭풍을 겪고 있다. 그는 15일 한 방송에 나와 가수 안치환 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를 마이클 잭슨에 비유해 비하한 노래를 두고 "이렇게 위대한 뮤지션에 비유해 줬다는 건 오히려 더 감사해야 될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앞서 가수 안치환이 최근 발표한 새 디지털 싱글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은 가사를 두고 김 씨(건희-거니)를 겨냥해 희화화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커버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
이 대변인은 이어 "저 같으면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며 "솔직히 (김 씨가) 성형 안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저는 과거 얼굴보다는 성형 이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가수 안치환이 최근 발표한 새 디지털 싱글 '마이클 잭슨을 닮은 여인'은 가사에 '왜 그러는 거니/뭘 탐하는 거니/얼굴을 여러 번 바꾼 여인/이름도 여러 번 바꾼 여인' 등의 부분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김 씨(건희-거니)를 겨냥해 희화화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안치환 씨의 노래를 띄우는 과정에서 김건희 씨 외모를 지적해 민주당이 중요시하는 젠더 감수성과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후보의 수행을 맡고 있는 한준호 의원도 사실관계가 잘못된 글을 SNS에 올렸다가 삭제해 곤욕을 치뤘다. 한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만배, 2012년 초 與(여당) 의원 보좌관에게 2억 전달"이라는 제목의 언론 기사를 언급하며 "2012년 여당=새누리당?"이라는 글을 올렸다. 기사에서 언급한 여당은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지칭한 것인데 이를 착각한 것이다. 한 의원은 곧바로 글을 삭제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한 의원이 아닌 보좌진이 올렸다가 삭제한 것으로 '해프닝'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대변인도 같은 취지의 글을 올려다가 삭제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당 선대위의 동물권 홍보 문제를 시작으로 계속해 SNS로 말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남윤호 기자 |
청와대 대변인 출신 고민정 의원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와 동물권 공약을 두고 SNS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선대위 동물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그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이 후보를 지지합니다'라고 적힌 여러 반려견의 사진을 게시하는 등 민주당의 동물권 관련 공약을 홍보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를 두고 "동물에 대한 선거운동을 지시할 계획이 없다. '컨셉질'보다는 사람이 먼저"라고 남기는가 하면, "민주당이 진짜 이상한 게 동물권의 기본이 동물을 도구로 쓰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동물을 선거운동의 도구로 쓰는 것 자체가 동물권에 대한 몰이해"라며 고 의원을 저격했다. 이 대표는 "동물권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할 생각이 있으면 받아주겠다"며 고 의원에게 '동물권 숙제'를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고 의원은 "그 당의 대표는 한가하신가 보다. 지금 대통령 선거인 걸 모르냐"며 "국민들이 보고 싶은 건 고민정 vs 이준석이 아니라 윤석열 vs 이재명의 정책토론"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고 의원은 "당 대표께서 이렇게 토론을 좋아하시는데 왜 그렇게 국민의힘 후보는 토론을 피하셨는지 의문이다. 대표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신 게 아니냐"고 했다. 또 "잊고 있었는데 국민의당에서 성상납 의혹이 사실인지 물었던 것 같은데 그 숙제는 하셨느냐"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 대표는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고 의원님이 어떤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시는지 알 것 같다'며 "오늘도 열심히 일해주셔서 감사하다. 에너지 넘치게 파이팅"이라면서 고 의원을 비꼬았다.
설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고 의원은 18일 오후에도 "이 대표님이야말로 저희 당을 위해 뛰어주고 계신다"라며 "오늘도 파이팅하십시오~!"라고 반격했다. 이어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의원이 윤 후보를 향해 신천지 개입 의혹을 제기한 점을 언급하며 "신천지 연루설이 거짓이라면 홍 의원님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인데 왜 고발조치 안하나. 윤 후보는 떳떳하게 본인의 입장을 밝히면 되는데 무슨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나"라고 '신천지 의혹'을 거듭 주장했다.
점입가경으로 민주당 법률지원단 소속의 변호사가 윤 후보의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을 반대하며 뱉은 발언은 '지역 비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설주완 변호사는 17일 한 TV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후보가) 복합쇼핑몰이라는 단초적인 제안을 하는 건 좋지만 그게 지역 발전 공약에 어울리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표하며 "이건 마치 가난한 사람들에게 '너 명품시계 차면 부자 된 거야'(라고 한 것과 같다). 이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방송 방영 이후 설 변호사의 발언이 광주 지역을 비하한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퍼져나갔다. 국민의힘 측도 '민주당 관계자가 광주를 가난한 도시에 비유해 복합 쇼핑몰을 반대'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설주완 변호사는 17일 한 TV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 후보의 '광주 대형쇼핑몰 유치' 공약을 두고 "이건 마치 가난한 사람들에게 '너 명품시계 차면 부자 된 거야'(라고 한 것과 같다). 이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TV조선 갈무리. |
여권 인사들의 '말실수 퍼레이드'가 '설화 리스크'로 번지지 않기 위해 민주당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당에서 경고성으로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징계 조치는 따로 없는 상황에서 제어 장치 없는 폭주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SNS로 한번 문제 제기가 된 의원들의 경우, 이후에는 좀 더 스스로 자중하긴 한다. 당 내부에서 (경쟁 후보에 대한)음모론이라든지, 사실 확인 안 된 이야기 등을 자신의 공적 공간에 올리면 실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조심해야 한다는)이야기가 나오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역대 선거에서도 의원들의 실언이 표심에 악영향을 미친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4년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60~70대 이상은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가 '노인 비하' 논란으로 지지율이 10% 포인트 이상 추락했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라는 말을 했다가 '이부망천' 논란으로 지역민들에게 고발을 당하고, 당에서도 자진 탈당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