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이미지 劉 지지, 尹에 도움 관측
유승민(왼쪽) 전 의원이 17일 오후 서울 동묘앞역 일대에서 열린 '나라를 바로 세웁시다' 종로 지역 유세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동묘=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당 경선에서 경쟁했던 유승민 전 의원의 협력을 약속받았다. 청년 지지층이 두꺼운 홍준표 의원에 이어 잠행을 이어갔던 유 전 의원까지 선거운동에 합류하면서 국민의힘은 '원팀'을 이루게 됐다. 특히 유능한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이미지를 가진 유 전 의원이 지원사격을 공언함에 따라 윤 후보가 중도층 표심을 끌어들일지 관심이 쏠린다.
윤 후보와 유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유 전 의원과 약 20분간 비공개 회동을 했다. 유 전 의원은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면서 협력하겠다. 아무 조건도 없고 직책도 없이 열심히 돕겠다"고 말했다. 또 윤 후보에게 "경제 문제 해결에 대해 더 큰 비중을 두고 다시 성장하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 큰 전략과 중요한 정책들을 꼭 채택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유 전 의원은 "문재인 정권 5년과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국민께서 제일 고통받는 것이 일자리, 주택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해결하겠다는 믿음을 드리면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아울러 "양극화, 불평등 문제도 우리가 가짜 진보 세력들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드렸다"고도 덧붙였다.
윤 후보는 "본격 선거운동에 돌입한 저로서는 유승민 선배님의 이 격려가 천군만마를 얻는 것 같다"면서 "우리 당의 원로이며 소중한 자산이고, 당의 최고 경제전문가로서 선거 승리뿐 아니라 향후 성공한 정부가 되게 하기 위해 모든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에 힘을 얻었다"고 화답했다. 유 전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통'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유승민 전 의원과의 면담을 마치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유 전 의원이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하면서 국민의힘은 중도층 외연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부 원내지도부 연석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유 전 의원이 특히 경제 정책 면에서 강점이 있고 중도적 이미지가 굉장히 강하다"며 "우리 당과 후보에게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거로 본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따뜻한 보수' '합리적 보수'를 표방해왔다. 보수 혁신을 통해 한국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진일보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때문에 유 전 의원은 다소 옅은 보수 색채를 띠며 중도성향 지지층이 두껍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배신자' 프레임에 갇혀 보수층으로부터 외면받고, '사표' 우려 속에서도 200만 표가 넘는 득표를 기록했다.
윤 후보는 보수 색채가 강하다. 지난해 11월 본선 티켓을 거머쥔 이후 정부·여당을 강하게 때리고 있다. 본격적인 대선 운동 과정에서 나온 발언도 보수 지향에 가깝다. 이날 경기 안성에서 진행된 유세에서 문재인 정권을 '히틀러', '파시스트'에 비유하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런 강한 보수 이미지를 가진 윤 후보에 대한 중도 성향 유권자의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4~16일 전국 성인 남녀 1012명을 상대로 실시한 2월 3주 차 전국지표조사(NBS) 4자 가상 대결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4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1%로 조사됐다. 이념성향별로 보면, 진보(李 63%, 尹 15%)와 보수(李 10%, 尹 69%)에서는 극단적으로 나뉘었지만 중도에선 상대적으로 윤 후보(37%)가 이 후보(28%)보다 다소 우위를 보였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유 전 의원의 지지 선언으로 윤 후보는 중도 표심을 끌어들일 가능성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유 전 의원은 보수 중에서 가장 중도에 가깝고 따뜻한 보수를 주장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윤 후보가) 중도 표심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유 전 의원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보다 중도에 대한 상징성이 크지는 않지만, 윤 후보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