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김혜경 '관용차·공무원 수행' 논란, 사진 속 진실은?
입력: 2022.02.17 00:00 / 수정: 2022.02.17 08:34

행안부 "자치단체장 부인 공적 업무란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붉은 원)씨가 지난 2019년 6월 12일 경기도지사의 외빈용 의전차량인 제네시스 G80 40머XXXX에서 공무원들의 의전을 받으며 내리고 있다. 김 씨는 관용차 사용, 공무원 수행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분당=이철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붉은 원)씨가 지난 2019년 6월 12일 경기도지사의 외빈용 의전차량인 '제네시스 G80 40머XXXX'에서 공무원들의 의전을 받으며 내리고 있다. 김 씨는 관용차 사용, 공무원 수행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분당=이철영 기자

[더팩트ㅣ이철영·김정수 기자] 20대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15일 시작했다. 그 어느 때보다 대통령 후보 부인 논란이 뜨겁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 씨를 둘러싼 관용차 이용, 공무원 수행 및 심부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누구보다 이 후보를 도왔던 김 씨지만, 여러 의혹으로 선거운동 전면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이재명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김 씨의 관용차 사용과 공무원 수행 논란은 그동안 수차례 제기돼 왔다. 지난 7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자체장 배우자의 사적 행위에 관한 준수사항 2호를 보면 단체장 배우자가 사적으로 관용차량을 이용할 수 없다고 돼 있다. 규정 위반"이라며 이 후보의 거주지인 성남시 수내동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관용차량 사진을 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은 즉각 반박했다. 공보단 선대위는 같은 날 "이 후보 배우자의 관용차량 사용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사적 이용은 없다"고 주장했다. <더팩트>는 김 씨의 관용차 사용과 공무원 수행, 의전차량의 이 후보 자택 주차 등에 문제가 없는지 실제 사진 취재 내용과 관계자들의 주장을 바탕으로 따져봤다.

√팩트 체크1=김 씨의 관용차 이용은 공적? 사적?

김 씨는 관용차를 이용했을까?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사실이다. 김 씨는 관용차를 실제 이용했다. 국민의힘에서 지적한 문제의 외빈용 의전차량은 '제네시스 G80 40머XXXX'다. 김 씨의 관용차 이용 논란이 꾸준하게 제기됐지만, 실제 차량에 타 있거나 내리는 모습은 공개되지 않았다. <더팩트>는 지난 2019년 6월 12일 당시 김 씨가 문제의 의전차량에서 내리는 모습을 확인했다.

김 씨의 관용차 실제 이용 확인을 위해선 시간을 약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약 3년 전이었던 2019년 6월 12일 오후, 김 씨는 경기도 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 '제34회 경기여성대회' 기념식에 참석했다. 당초 이 행사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고 이희호 여사 조문으로 불참하면서 김 씨가 참석했다. 당시 경기도청 관계자는 "(김 씨가) 불가피하게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12월 11일 이른바 '혜경궁 김씨 트위터 사건'에 대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지 약 7개월 만의 공개 행보였다. 김 씨는 경기여성대회에서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명예회장으로 위촉됐다.

김 씨는 행사가 끝난 후 경기도청 관용차를 이용해 경기도 성남시 수내동 자택으로 돌아왔다. 따라서 김 씨가 관용차를 이용한 것은 사실에 부합한다. 하지만 김 씨의 관용차 이용을 놓고 경기도 측은 '공적 업무'를 주장하는 반면 행정안전부 지침과 설명을 고려하면 단체장 부인의 관용차 이용은 공적 업무에 해당하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6년 '지방자치단체장 배우자의 사적행위에 대한 지자체 준수사항'을 발표했다.

준수사항을 보면 △단체장의 부부동반 해외 출장 시 공적목적 외에는 경비지급을 할 수 없다 △단체장 배우자는 사적으로 관용차량을 이용할 수 없다 △단체장 배우자의 사적활동에 공무원을 수행하게 하거나 의전지원을 할 수 없다 △단체장 배우자의 사적인 행사에 간부공무원(배우자) 등을 동원할 수 없다 △단체장 배우자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전담인력지원은 금지해야 한다 △관사에 비치된 물품 교체는 내용연수를 준수해야 한다 △단체장 배우자 및 친∙인척의 인사개입은 부정부패의 원인이다 등이다.

2019년 6월 12일 김혜경 씨가 경기여성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던 당시. /경기도청 제공
2019년 6월 12일 김혜경 씨가 경기여성대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던 당시. /경기도청 제공

취재진은 김 씨의 관용차 사용과 당시 업무를 공적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사적 영역인지를 행정안전부를 통해 해석을 요청했다.

14일 행정안전부 지방인사제도과 관계자는 "지자체는 행사 주체의 협조 요청에 따라 해당 행사가 공적 업무인지 판단하고 참석할 관계자 등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경기여성대회에 참석한다면 당연히 이 지사의 활동은 공적 업무로 볼 수 있다. 공적 업무와 관련된 행사에서 민간인(외빈)들이 주최 측의 관용차를 이용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적 행사에 참석하는 관계자들에 대한 의전은 민간을 대상으로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김혜경 씨가 경기여성대회를 주최한 경기여성단체협의회의 제공 차량을 이용했다면 논란의 여지가 없다. 민간인 자격으로 명예회장 위촉식에 참여하기 위해 주최 측이 제공한 차량을 이용했다고 하면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 하지만 김 씨가 이재명 지사 대리 참석이 아닌 명예회장으로 참석하며 경기도 관용차를 이용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더팩트> 취재진이 김 씨의 관용차 사용을 확인했을 당시 경기도청 관계자는 "이 지사를 대신해 불가피하게 참석했다"고 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16일 당시 행사를 주최한 사단법인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에 확인한 결과 김 씨는 이 지사를 대신해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 씨는 경기도 주장처럼 행사에 대리 참석도 아니고, 민간인 자격으로 참석했는데 경기도 차량을 이용한 것이 된다.

여성대회 관계자는 "이 지사를 초청했지만, 일이 있어 불참했다"면서 "김혜경 여사는 협의회 명예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여성협의회 정관을보면 '제25조 '명예회장'은 본회의 직전 회장 및 경기도지사의 부인은 명예회장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또 "협의회에서 초청 공문을 보낸 곳은 이 지사와 경기도의회의장 등 두 곳이다. 나머지 참석자들에 대해선 별도의 초대장을 보냈다"고 했다.

따라서 김 씨의 이날 행사 참석은 이 지사를 대신한 참석도 아니며, 공적 업무 영역으로 보기도 어렵다. 또한, 경기도 관용차 이용과 공무원 수행 역시 문제의 소지가 다분해 김 씨의 관용차 및 공무원 수행 사적 이용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불어 경기도 측이 주장하는 이 지사 대리 참석 자격에 대해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배우자가 어떻게 대리를 하죠? 갈 수는 있지만, 대리를 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닌 것 같다"라고 판단했다. 관계자는 "지자체장이 참석 못 하는 행사에는 부지자체장 등이 가는 게 일반적"이라며 "지자체장의 배우자가 갔다면 '왜 부지자체장이 아닌 부인인가'에 대한 당위성을 따져봐야 한다"며 "왜 갔는지 배경을 알아야 한다. 가기 위해서 의전 제공이 됐으니까. 의전이 제공될 만한 당위성이 있었는지 먼저 판단하고, 사적 여부는 그다음에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경 씨를 수행해 논란을 빚고 있는 배 모(오른쪽)씨와 또다른 수행 공무원.
김혜경 씨를 수행해 논란을 빚고 있는 배 모(오른쪽)씨와 또다른 수행 공무원.

√팩트 체크2= 김 씨의 공무원 수행 적법한가?

김 씨를 둘러싼 또 다른 논란은 5급·7급 공무원으로부터 의전을 받았다는 점이다. 공무원의 공식 수행은 대통령은 4급 공무원, 국무총리 5급 공무원, 장관 6급 공무원 등이다. 김 씨가 총리급 수행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씨는 선출직 공무원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장의 부인 신분에 불과하다는 것도 비판 지점이다.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에 따르면 김 씨는 경기도청 5급 공무원 배 씨와 7급 공무원 A 씨의 수행을 받았다. 다만, 배 씨나 A 씨가 직접 김 씨를 수행한 모습은 공개되지 않았다. 배 씨와 A 씨가 주고받은 녹취록과 음식 등 관련 사진이 전부다. <더팩트>가 약 3년 전 취재 당시 확인했을 때 배 씨와 함께 다른 여성 공무원 등이 김 씨를 수행했다. 현재 제보자로 알려진 A 씨의 전임이다.

따라서 김 씨가 공무원의 수행을 받은 것도 사진으로 볼 때 사실이다. 물론 사진에 찍힐 당시만 일시적으로 수행을 받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배 씨가 김 씨를 수행했다는 A 씨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15일 낙상 하고 후 6일 만에 외출하는 김혜경(맨 오른쪽)씨와 김 씨 대역(맨 왼쪽), 경기도청 근무 당시부터 수행했던 전 5급 공무원 배 씨(붉은 원). /분당=이덕인 기자
지난해 11월 15일 낙상 하고 후 6일 만에 외출하는 김혜경(맨 오른쪽)씨와 김 씨 대역(맨 왼쪽), 경기도청 근무 당시부터 수행했던 전 5급 공무원 배 씨(붉은 원). /분당=이덕인 기자

행안부 관계자는 공무원 수행과 관련해 "자치단체장의 배우자라는 이유로 지자체 사무를 위임받거나 업무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건 아니다"라며 "배우자에 대한 공적 업무 영역은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김 씨의 공무원 수행은 공적 업무나 사적 업무를 떠나 부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더팩트>는 전용기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에게 15일 2019년 6월 12일 관용차 이용과 공무원 수행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경기도 공식행사에 관한 내용으로 경기도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들었다.

경기도청 관계자 역시 당시 김 씨의 관용차 사용과 공무원 수행에 대해 "김혜경 여사의 경우 이 지사 도정 활동 시 경기도 대외활동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무슨 수행 이야기가 되나. 시작하자마자 재판 송사에 휘말렸다"며 "수행을 한다 그러면 공식 일정이 되거나 지사를 대신하게 가거나 했을 때 하는 것이다. 여성대회면 공무 아닌가. 수행하고 차량 배차가 되는 게 맞는 것 아닌가"라고 해명했다.

경기도 관계자의 설명은 "도지사 부인의 공적 업무는 없다"는 행안부 관계자의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이재명 부호가 경기도지사 당시 관용차를 자택 주차장에 주차했던 사진을 공개하며 김 씨가 사적으로 상시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수영 의원실 제공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이재명 부호가 경기도지사 당시 관용차를 자택 주차장에 주차했던 사진을 공개하며 김 씨가 사적으로 상시 이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수영 의원실 제공

√팩트체크3=자택 주차장 관용차 주차 가능한가?

이 후보가 지사 시절 김 씨가 이용했던 관용차를 주거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했다. 국민의힘은 관용차가 이 후보 자택 주차장에 있었던 것으로 볼 때 김 씨가 사적으로 상시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7일 "이 후보는 지사 당시 긴급대응 등의 공적업무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사택에 관용차를 배치했었다"며 "이는 매우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행정조치다. 특히 배우자의 관용차량 사적 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사적 이용한 사실도 없다"고 강조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관용차에 대해 "관용차량은 지자체 자치사무"라며 "지자체가 정하는 기준이나 지자체의 사무 범위에서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공용차량 관리 운영은 해당 지자체 공용차량 관리 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다"며 "공용차량의 사용 목적이나 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례에 따라 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기도 조례 '경기도 공용차량관리 규칙' 제17조(차량의 관리 및 운행) ⑥ 공용차량은 경기도청 또는 단위행정기관의 청사 내 차고지에 두어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차고지를 별도로 지정하여 배차·운영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단위행정기관의 장은 별지 제16호서식에 따라 차량총괄부서의 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차고지를 별도 지정할 수 있는 경우는 '1. 경기도지사 또는 단위행정기관의 장이 차량의 효율적인 운영·관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2. 재난·재해 발생 등 긴급한 현장 출동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3. 공무수행을 목적으로 다른 지역에 숙박하여 출장하는 경우(배차 신청·승인으로 차고지 별도지정을 신청·승인한 것으로 본다) 등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자택에 관용차가 주차된 시기에 이 지사는 승합차인 카니발을 주로 이용했다. 2020년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 지사가 카니발을 이용해 경기도청으로 출근하는 모습.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자택에 관용차가 주차된 시기에 이 지사는 승합차인 카니발을 주로 이용했다. 2020년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로 지사직을 유지하게 된 이 지사가 카니발을 이용해 경기도청으로 출근하는 모습. /뉴시스

이 후보 측이 자택 아파트 주차 가능 이유로 "긴급대응 등의 공적업무 필요"를 언급했는데. 이는 차고지 별도 지정이 가능 사유인 '2. 재난·재해 발생 등 긴급한 현장 출동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를 든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지사 당시 대부분 카니발 승합차를 이용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출근부터 오후 늦은 밤 일정에 대체로 카니발을 이용했다는 점에 비춰, 민주당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난 14일 TV조선은 14일 김 씨의 관용차 사적 이용을 알 수 있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배 씨는 지난해 4월 A 씨에게 "사모님 병원 일정이 바뀌었다"며 "사모님이 10시 반에 나오신다 하신다. 내일 오전에 급한 일 없으면 10시 반에 서울대병원으로 가는데 차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A 씨가 "아침에 가져가야 될 거 같다"고 답하자, 배 씨는 자신은 김 씨 자택에서 함께 출발한다며 "10시 반 서울대병원에 가라"고 지시했고, A 씨는 "배 씨가 자택에 주차된 제네시스 관용차를 운전해 김 씨를 태워 병원에 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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