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대통령? '대장동·업추비'에 발목 잡힌 이재명
입력: 2022.02.17 05:00 / 수정: 2022.02.17 05:00

與 '유능 대 무능' vs 野 '부정부패 대 공정'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유능한 경제대통령으로 부각하고 있지만, 지자체장 시절 대장동 의혹과 업무추진비 회계 부정 등 논란이 지속되면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강남역 유세 중 포즈를 취하는 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유능한 경제대통령'으로 부각하고 있지만, 지자체장 시절 대장동 의혹과 업무추진비 회계 부정 등 논란이 지속되면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강남역 유세 중 포즈를 취하는 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유능한 경제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삶을 확실하게 바꾸어 놓겠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방점을 찍고 있다. 11년간 '행정가'로서 일궈낸 성과를 근거로 내세운다. 하지만 '대장동 사업' 관련 핵심 인사의 법정 진술이 흘러나오고, 업추추진비 회계 부정 의혹까지 불거졌다. 야권이 공세를 퍼부으면서 민주당의 '유능 대 무능' 구도가 좀처럼 맥을 못 추는 분위기다.

이 후보는 16일 강남역과 잠실새내역 등 서울 집중유세에서 "유능한 경제 대통령으로 반드시 G5에 진입하는 경제회복과 성장을 만들어내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오후 7시께 잠실새내역 유세 차량에 오른 이 후보는 "이재명은 합니다. 왜?. 지금까지 했으니까. 지금까지 약속을 지켰으니까. 지금까지 실적을 가지고 실력을 증명했으니까. 이재명에게 경제를 되살리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나라를 만들 기회를 주시겠습니까"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한 가수 이은미 씨도 연단에 올라 "지난 10년 동안 행정가로서 능력을 발휘했던 이 후보, 공약 이행률이 90% 이상인 걸로 안다. 이제 그에게 대한민국의 방향키를 쥐어주시라"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공식 선거운동 직전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새로 추가할 만큼 이 후보의 '행정가' 면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쟁자인 윤 후보에 비해 이 후보가 경제와 민생, 행정 능력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연설 메시지는 물론 선거 포스터와 책자 등 홍보물에서도 '위기극복', '유능', '경제'에 힘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성남시장 시절 각종 의혹이 지속적으로 불거지면서 '유능한 이재명 대 무능한 윤석열' 구도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6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남욱 씨의 법정 진술 보도와 관련해 부정부패를 단호히 처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강원도 유세 중인 윤 후보. /원주=이선화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6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남욱 씨의 법정 진술 보도와 관련해 "부정부패를 단호히 처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강원도 유세 중인 윤 후보. /원주=이선화 기자

우선 배우자 김혜경 씨에 이어 이 후보 본인도 성남시장 시절 업무추진비 논란에 휩싸였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업무추진비 내역을 2321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는 하루 최대 9차례 점심을 먹거나 점심 저녁을 합쳐 18차례 식사했다는 내용이 드러났다. 또 '부속실 방문 민원 접대용 다과물품' 구입 항목으로 230건이 제출됐는데 이중 200여 건이 성남시청과 다소 거리가 먼 정자동, 야탑동, 서현동 등에서 구매한 내역으로 파악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를 두고 부산 유세에서 "행정의 달인이라고 스스로 이야기하지만, 세금 도둑에 소고기는 왜 그리 좋아하냐. 소도둑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최지현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도 경기도 공무원 제보자 A 씨가 이 후보 수내동 자택 인근 복집에서 법인카드로 음식을 여러 차례 결제한 내역을 공개하며 '공금 유용'이라고 비판했다. 2009년 10월부터 2021년 8월까지 'B복집'에서 15회, 318만 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김혜경 씨가 집 앞 맛집에서 '공무원 공공 배달'로 시켜 먹은 것이 틀림없지 않은가"라며 "이 후보는 명확히 드러난 공금 유용에 대해서 어떻게 책임을 지려고 하는가"라고 밝혔다.

경기도 퇴직 공무원 77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와 김 씨, 비서 배 모씨를 법인카드 불법 사용 의혹으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 후보와 김 씨가 하루아침에 경기도를 부패의 온상으로 만들었다"며 "경기도 법인카드로 초밥과 소고기를 사 먹고 5급, 7급 비서를 사적으로 부렸다. 의전 차량까지 배치했다. 공직 윤리와 거리가 먼 특혜이자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도 핵심 인사의 법정 진술이 추가로 나오면서 선거운동판을 흔들고 있다. 일부 언론은 남 씨가 '2012년 현 여당 소속 A 의원에게 현금 2억 원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중앙지검에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2012년 당시 무소속으로 총선 출마했던 B 전 의원에 대해서도 남 씨가 '1억 원을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에게 전달했는데 김 씨가 종교단체에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연설에서 이 후보를 겨냥해 '부패 엄단' 메시지에 주력했다. 윤 후보는 이날(16일) 전북 전주 유세에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두고 "3억5000만 원을 넣은 일당이 1조 원 가까이 챙겨가는 개발 사업이 도대체 지구상에 어딨나"라며 "부정부패는 내 편, 네 편을 가리지 않고 저 역시 대통령이 되면 내 편의 부패부터 단호히 처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남 씨의 '3억 진술'을 언급하며 '민주당 대장동 게이트'라고 명명하고, 민주당에 특검을 촉구했다.

16일 강남역 유세에서 지지자들과 주먹인사하는 이 후보(가운데). /남윤호 기자
16일 강남역 유세에서 지지자들과 주먹인사하는 이 후보(가운데). /남윤호 기자

민주당 선대위 측은 공식 논평 등 관련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김혜경 씨도 당초 15일 공식 선거운동 첫날부터 비공개 유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으나, 등판 시점을 미뤘다고 선대위 측은 설명했다. 선대위 공보단은 이날 야권의 법인카드 유용 지적에 대해 "이재명 후보 배우자가 법인카드 결제를 지시했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로 악의적인 네거티브"라고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남욱 진술에 관한 것은 법정에서 가릴 문제이기 때문에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 업무추진비도 회계처리를 하다 보면 날짜를 몰아서 하는 경우도 많다. 일일이 대응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업추비로 보자면)윤 후보도 검찰총장 시절 업추비 쓴 것을 다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후보는 17일에도 서울 집중유세에 나선다. 특히 취약계층인 2030 청년 직장인이 밀집한 광화문, 마포, 홍익대학교 일대에서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unon8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