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차 사고'로 선거운동 중단…尹, 단일화 '묵묵부답'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6일 오후 충남 천안시 단국대병원에 마련된 유세 버스 사고로 숨진 당원 빈소로 들어가고 있다. 안 후보는 15일 밤부터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했다. /천안=이선화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브레이크가 걸렸다. 유세차에서 안타까운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해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하며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하향곡선을 긋는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도 진전되지 않고 있다.
안 후보는 전날(15일) 밤부터 선거 유세를 멈췄다. 16일 수도권 인근에서 출근 인사와 광화문 유세 계획도 취소했다. 불의의 사고 때문이다. 충남 천안에서 유세차 버스기사와 당원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강원 원주에서 유세차 기사도 비슷한 사고로 입원했다. 당은 국민의당 장(葬)으로 치르기로 했다.
안 후보는 선거 유세를 중단함으로써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이 고인을 애도하는 차원에서 이날 하루 요란한 선거 운동을 자제하기로 했지만, 각 정당 후보는 예정된 유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1분 1초가 아쉬운 안 후보의 선거운동 재개 시점도 정해지지 않았다. 장례 기간 등을 고려하면 이번 주말부터 다시 유세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어, 안 후보의 고민은 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두 자릿수를 찍었던 안 후보 지지율은 많이 떨어졌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조사에서 안 후보는 7.2%를 기록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41.9%)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42.4%)에 한참 뒤처진 수치다.
윤석열(오른쪽)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간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후보는 16일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안 후보 선거 운동원 빈소를 찾아 안 대표를 위로했다. |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도 잘 풀리지 않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13일 '국민 경선' 방식 야권 단일화를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역선택을 우려하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윤 후보도 단일화 제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 후보와 국민의당이 빠른 결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묵묵부답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MBC 라디오에 출연해 "선거가 20일가량 남은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에 대한 협상이나 너무 길게 대화하면 국민이 우리 후보의 진짜 정책이나 비전을 확인할 기회가 줄어든다"며 "그런 방식의 단일화 시한은 보통 선거 40일 전에 이야기한다. 이미 한참 지났다"고 말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도 "윤 후보가 '아쉽다. 그리고 고민해 보겠다'고 말한 선에서 아직 진전된 것은 없다"라고 했다. 또, 윤 후보가 직접 빈소를 찾아 조문할 계획을 두고서도 "인간적인 도리에서 조문을 가시는 것이기에 일체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해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도 <더팩트>와 만나 야권 단일화에 대해 "특별히 계획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안 후보가 사고 원인 규명과 사고 수습을 약속한 만큼 당분간 단일화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긴 어려울 전망이다. 또,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과 정당 간 의석수 격차가 크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이 대승적으로 안 후보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도 제로에 가깝다. 현실적으로 안 후보가 주도권을 갖는 것은 무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일각에선 단일화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있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이번 유세차량 사고는 안 후보가 완주하는 것을 어렵게 할 가능성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며 "국민의힘에서 안 후보가 명예롭게 퇴진하고 윤 후보를 지지할 수 있도록 퇴로를 키워준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단일화 가능성은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