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다 막힌 '대선 추경'…"정치권, 공부해야"
입력: 2022.02.15 05:00 / 수정: 2022.02.15 05:00

14일 본회의 처리 무산…여야, 이례적 증액 경쟁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여야 합의는 14일 불발됐다. 여야는 추가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올해 첫 추경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남윤호 기자
올해 1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여야 합의는 14일 불발됐다. 여야는 추가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올해 첫 추경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여야가 새해 첫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를 위해 회동했지만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례적으로 대선을 코앞에 둔 추경인 만큼 여야가 어느 때보다 팽팽한 신경전을 보이면서다. 추경 시한을 '대선 전'으로 무리하게 밀어붙여 여야가 '증액 전쟁'에 빠진 상황이라, 합의 불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는 여야가 '증액' 요구를 서로 내려놓고, 효과적인 추경 집행에 꼼꼼하게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4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추경 합의' 담판에 나섰으나 뜻을 모으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당초 민주당이 '속도전'이라며 예고한 처리 시한인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15일) 전 처리'는 무산됐다.

여야는 대선을 앞두고 추경 증액 경쟁을 보이고 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추경안 처리 관련 회동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여야는 대선을 앞두고 '추경 증액 경쟁'을 보이고 있다.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추경안 처리 관련 회동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회사진취재단

여야는 특히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증액 문제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날 협상에서 소상공인 방역지원금으로 320만 명에게 1인당 300만 원 지원이 담긴 정부안을 우선 처리하고, 추후 대선이 끝나면 논의를 통해 보완하자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앞서 여야가 합의한 1인당 1000만 원 지급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 역시 원안을 굽히지 않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동과 관련해 "소상공인들에 대한 재난지원금은 정부가 동의하는 수준(300만 원)에서 우선 지급하기 위해서 추경을 처리하고 대선이 끝나고 난 뒤에 거기에 반영되지 못한 부분을 야당이 주장하는 수준까지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야당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소한 35조~50조 원 수준 정도에서 이번 추경이 편성돼야 당연하고 그에 맞춰 소상공인 피해지원금도 현행 100만을 1000만 원으로 해야 제대로 된 충분한 보상이 된다"고 했다.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법인택시, 전세버스, 비공영 노선·시내버스 등에 대해서도 '최소한 100만 원 지원'을 주장했다.

이는 정부 여당이 추경 증액을 요구하면 야당이 재정 건전성 등을 이유로 감액을 주장해온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대선 직전에 편성된 추경 역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대통령 후보가 나서 증액을 요구하며 재정당국을 압박하는 행태도 이례적이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추경 규모에 대해 각각 35조, 50조 원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본예산이 통과되고 예산 집행도 되기 전에 다음 해 1월에 추경을 편성한 일은 없었다. 이는 유력 후보 간 5% 이내 박빙 대선 국면에서 대규모 유권자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표를 의식한 전략적 판단이 배경이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전문가는 정치권이 국채 발행에 따른 추경 남발이 미칠 경제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추경 논의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모습. /이선화 기자
전문가는 정치권이 국채 발행에 따른 추경 남발이 미칠 경제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9일 추경 논의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모습. /이선화 기자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추경으로 '선심성 지원'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 정부 들어 추경은 10번째에 이른다. 이 가운데 선거 무렵 추경 편성은 지난 21대 총선, 지난해 4·7재보궐 선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정부의 방역정책 강화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은 불가피하지만, 현금성 지원을 남발하다가 재정 악화를 상쇄할 만한 추경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9차례 추경을 집행하면서 총 225조7000억 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했다. 이번 10차 추경의 11조 3000억 원까지 합하면 총 적자 국채 규모는 238조 원에 이른다.

전문가는 무분별한 추경 증액 경쟁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등 정치권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여러 차례의 국채 발행으로 채권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가격이 하락하고 장기 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어 경제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추경은 시점이 중요한데 집행하고 필요하면 추후에 이야기하는 게 맞다. (여야가 14조 원 정부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14조 원 정도는 (정부와) 합의가 됐는데 증액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사실 1월 추경을 한 적이 없고 본 예산을 집행하기도 전에 추경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선거 직전이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 왜 이걸 35조 원, 50조 원 늘리나"라고 했다.

이어 "그동안 (재난 위로금 명목으로) 다 썼으니 이제 와서 돈이 있나. 정부가 행정명령으로 피해 본 이들을 구제해주는 게 논리에 맞는다. 앞으로는 '위로 지원'이라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또 지난해 10월 금리가 갑자기 올라갔다. 돈이 없으니 (추경을 위해) 국채 발행을 하다 보면 금리가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금리 발작'이라고 한다. 정치권이 (추경이 미칠 영향에 대해) 공부를 좀 더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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