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건진법사' 파문 국민의힘 네트워크본부, 그 '시작'과 '해산' 전말
입력: 2022.02.14 00:00 / 수정: 2022.02.14 00:00

건진법사, 처남 소개로 '양재 캠프' 첫 발…고문 역할에는 이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를 둘러싼 무속 논란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달 국민의힘 선대본 네트워크본부에 무속인 건진법사 전 모 씨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뜨거웠다. 권영세 선대본부 사무총장은 윤 후보의 결단이라며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지만, 여전히 전 씨의 역할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건진법사 전 씨의 자택 전경. /역삼동=김정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를 둘러싼 무속 논란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특히 지난달 국민의힘 선대본 네트워크본부에 무속인 '건진법사' 전 모 씨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뜨거웠다. 권영세 선대본부 사무총장은 윤 후보의 결단이라며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지만, 여전히 전 씨의 역할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건진법사 전 씨의 자택 전경. /역삼동=김정수 기자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이 시간부로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한다. 해산 조치는 윤석열 대선 후보의 결단이다."

지난달 18일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 사무총장은 '건진법사' 전 씨 논란이 불거지자 윤 후보의 뜻이라며 네트워크본부 해산을 알렸다. 윤 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를 둘러싼 '무속인'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네트워크본부에는 '건진법사' 전 씨는 물론, 그의 딸과 처남까지 활동했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한 지 약 한 달이 돼가지만, 전 씨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더팩트>는 논란의 전 씨와 딸, 그리고 처남의 이후 행적을 취재하던 중 네트워크본부의 전신을 파악했다. 또, 무속인 논란 중심에 있는 전 씨의 위상과 참여 계기 등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전 씨의 행적을 윤 후보의 대선 경선부터 추적, 집중 조명한다.<편집자 주>

전 씨, 처남 소개로 '양재 캠프' 참여

건진법사 전 씨는 '양재 캠프'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양재 캠프는 지난달 해체된 '네트워크본부'의 전신 격이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8일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무속인으로 알려진 건진법사 전 씨가 네트워크본부에서 고문 역할을 맡았다는 의혹이 제기돼서다. 전 씨는 어떤 이유로 네트워크본부에 있었던 걸까. 시간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 후보는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광화문 이마빌딩에 캠프를 차렸다. 이 외 두 개의 외곽조직이 움직이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초구 소재 '서초동팀'과 양재역 서희빌딩에 자리 잡은 '양재 캠프'다.

오 전 위원장과 김 씨는 마스크 사업 이후에도 사업적 관계를 끊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사 법인등기부등본.
오 전 위원장과 김 씨는 마스크 사업 이후에도 사업적 관계를 끊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A사 법인등기부등본.

<더팩트> 취재를 종합해보면 양재 캠프는 오을섭 전 네트워크본부 위원장이 꾸린 것으로 파악된다. 오 전 위원장은 자신의 지인에게 부탁해 서희빌딩 사무실 내 조그만 방을 하나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처남 김 모 씨의 소개로 양재 캠프에 참여하게 됐다.

김 씨는 오 전 위원장과 사업적으로 알고 지내던 관계였다. 두 사람은 KF94 마스크 사업을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이들은 최근까지도 사업적으로 가까운 관계에 놓여 있었다. A사 법인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김 씨가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날 오 전 위원장이 사내이사로 신규 취임했다.

전 씨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경선 당시 이른바 양재 캠프로 불리는 곳에서 처남 김 씨의 소개로 참여하게 됐다. 양재 캠프가 있었던 건물과 사무실. 현재는 다른 업체가 사용 중이다. /양재동=김정수 기자
전 씨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경선 당시 이른바 '양재 캠프'로 불리는 곳에서 처남 김 씨의 소개로 참여하게 됐다. '양재 캠프'가 있었던 건물과 사무실. 현재는 다른 업체가 사용 중이다. /양재동=김정수 기자

◆"1층 커피숍 캠프"...사람 없어 후보 일정에 알바생 동원

오 전 위원장과 전 씨, 그리고 김 씨가 소속된 양재 캠프의 위상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규모 자체부터 캠프라고 보기 어려워 세간에 알려진 '외곽 조직'으로서의 영향력은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양재 캠프의 별칭은 '1층 커피숍 캠프'였다. 사무실이 비좁은 탓에 방문객들을 1층 커피숍으로 안내해서다. 당시 양재 캠프를 방문한 관계자는 "말이 캠프지 실제로 보면 캠프라고 말하기 민망하다"라며 "상주하는 인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무실 안에 있는 작은 방 하나가 캠프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양재 캠프는 당시 경선을 치르고 있던 윤 후보를 지원하기에도 벅찼던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윤 후보가 지역 방문에 나설 때 동행할 인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외곽조직으로 불리는 캠프라면 후보 일정에 맞춰 인력 정도는 지원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얼마나 사람이 없었으면 당원이나 지지자가 아닌 아르바이트생을 구해 후보 일정에 데리고 갔겠느냐"고 말했다.

전 씨나 처남 김 씨는 양재 캠프 안팎으로 영향력이 없었다. 특히 김 씨는 윤 후보의 공식 수행팀에 들어가지 못했고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에는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관계자는 "전 씨가 소위 '빽'있는 사람이었다면 처남 김 씨를 양재 캠프가 아닌 공식 캠프로 넣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라며 "지난해 11월 윤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김 씨는 공식 수행팀에 들어가지 못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 용무차 해외 출장을 다녀왔을 정도로 크게 할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양재 캠프에서 지인을 통해 받은 위촉장. 관계자는 위촉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외곽조직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양재 캠프'에서 지인을 통해 받은 위촉장. 관계자는 "위촉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외곽조직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네트워크본부로 재탄생, '고문 역할'에는 이견

양재 캠프는 윤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기 전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후 네트워크본부로 재편돼 국민의힘 선대본부 산하 조직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양재 캠프를 구축한 오 전 위원장은 네트워크본부에서 위원장을 맡았고 전 씨는 '고문'으로 불렸다.

양재 캠프의 실질적 영향력은 미미했지만, 선대본부 산하에 편입될 만한 명분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양재 캠프에서는 지인이나 주변인 등을 통해 위촉장 받는 일에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위촉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외곽조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전 씨가 네트워크본부에서 고문을 맡아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전 씨는 오래전부터 스스로 고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 씨를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전 씨는 10년 넘게 고문이었다"며 "회사나 단체의 고문이 아니라 본인 입으로 고문이라고 한다. 전 씨와 가까운 사람들도 전 씨를 찾을 때는 '고문님 계시냐'고 물어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네트워크본부 방문 당시 건진법사 전 씨(붉은 원)는 사람들과 사진촬영 등을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윤 후보와 전 씨. /유튜브 갈무리
지난달 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네트워크본부 방문 당시 건진법사 전 씨(붉은 원)는 사람들과 사진촬영 등을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윤 후보와 전 씨. /유튜브 갈무리

권 사무총장도 네트워크본부 해산을 알리며 전 씨의 직책과 관련해 "고문은 자기가 알아서 쓰는 명칭에 불과하다. 공식 임명한 적도 없고, 선대위 관여한 적도 우리 정보에 따르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전 씨가 윤 후보 부인 김 씨와는 오래 전 인연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는 전 씨가 김 씨의 회사 코바나콘텐츠 고문 명함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입장문을 통해 "전 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전시를 홍보해주겠다고 해 (김 씨가) 고문 직함을 쓰라고 한 사실은 있으나 그 후 출근하거나 활동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본부 해체 후 전 씨..."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지난 9일 한 언론은 네트워크본부가 해체된 이후인 지난달 22일 윤 후보 캠프 사무실이 있는 국회 앞 대하빌딩에서 지지 선언을 했던 한 종교단체가 전 씨와 연관된 단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 씨는 지지 선언장소를 정하는 등 사실상 행사를 주선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 씨가 네트워크본부 해체 이후에도 캠프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당시 지지 선언을 주관했던 세계불교법왕청 목탁 스님은 11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건진법사 전 씨와는 연관 없는 행사였다"고 말했다. 지지 선언은 세계불교법왕청에서 주관했는데 전 씨와 연관된 단체가 '법왕청 평화재단'이라 혼동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법왕청 평화재단 등기부등본에는 전 씨가 기획실장으로 있던 대한불교종정협의회가 분사무소로 있지만, 세계불교법왕청에는 분사무소가 따로 없다.

전 씨 앞으로 도착한 택배 사진. 이름 뒤에 고문이 붙어 있다. /김정수 기자
전 씨 앞으로 도착한 택배 사진. 이름 뒤에 '고문'이 붙어 있다. /김정수 기자

지지 선언에 참여했던 백승진 서정대 교수도 "목탁 스님이 지지 선언을 하신다고 해서 실무를 도와드린 사실이 있다"라며 "건진법사가 해당 행사에 연관됐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전직 국회의원 A씨 역시 "건진법사와는 전혀 관련 없는 행사였다"라고 말했다.

목탁 스님은 "우리 쪽에서 지지선언을 했던 전후로 건진법사 전 씨와 관련된 단체에서 지지선언을 한다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무속인 논란이 발생해 취소됐다고 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전 씨는 무속인 논란이 제기되고 네트워크본부가 해체되자 종적을 감춘 것으로 파악된다. 전 씨 집에서 가사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는 A 씨는 지난달 26일 <더팩트>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집주인 가족들은 일주일 전 집을 비웠다"라며 "집에 강아지들이 많아 밥을 주러 다닌다"고 말했다. 주변인들도 전 씨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A 씨는 '건진법사를 알고 있느냐'는 물음에 "일자리를 알아봐서 일하는 것이고 집주인이 누군지 모른다"며 "연락처도 모른다"고 답했다. 전 씨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역삼동 소재 단독주택에도 인기척은 없었다.

<더팩트>는 전 씨와 김 씨, 오 전 위원장 등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들은 '양재팀'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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