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근거 없이 수사 대상으로 몬 것 사과 요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적폐청산' 발언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며 입장 밝히기를 자제해 왔던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윤 후보는 "정치보복이란 단어는 없다"라며 풀 꺾인 모습을 보였다. /국회사진취재단 |
[더팩트ㅣ곽현서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또 구설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적폐 청산 수사를 하겠다'고 발언하면서다. 해당 논란은 대선 막판 리스크로 급부상하며 더욱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향후 벌어질 파장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 대선 후보와 현직 대통령이 정면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윤 후보가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윤 후보는 '이전 정부에 대한 수사가 정치보복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도 "자기네 정부 때 정권 초기에 한 것은 헌법 원칙에 따른 것이고, 다음 정부가 자기네들의 비리와 불법에 대해 한 건 보복인가"라고 수위 높은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 회의에서 "(윤 후보가) 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 척했다는 말인가, 아니면 없는 적폐를 기획 사정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것인가. 대답해야 한다"라며 윤 후보를 향해 사과를 촉구했다.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며 입장 밝히기를 자제해 왔던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청와대의 강한 반발에 윤 후보는 "제가 당선되면 어떤 사정과 수사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 윤석열 사전에 정치보복이라는 단어는 없다"라며 한 풀 꺾인 모습을 보였다.
윤 후보의 사과에도 민주당은 공세 수위를 높이며 압박에 들어갔다. 최근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과잉 의전' 논란으로 수세에 몰렸던 현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총력전에 들어간 것으로 보여진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윤 후보가 정치보복을 선언한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민주당은 반드시 승리해 검찰 공화국이 되는 일을 막겠다"고 강조하며 진영 총결집에 나섰다.
이 후보도 윤 후보를 향해 '국민들께 사과하라'고 촉구하며 가세했다. 윤 후보의 발언이 '리스크'로 떠오르자 부각시키고 나선 것이다. 이 후보는 "지금 대한민국에는 무능한 복수자가 아니라 위기에 강한 통합 대통령,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 필요하다"라며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
윤 후보의 발언을 기점으로 '친문' 지지층과 이 후보 측간의 물리적 결합을 이뤄내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고민정 의원을 포함한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 20명은 "윤 후보가 현직 대통령을 수사하겠다고 정치보복을 공언했다"라며 "대선 승리로 대한민국과 문 대통령을 반드시 지키겠다"라고 선언했다.
민주당의 재빠른 대응에 일각에선 문 대통령은 지지하지만 이 후보에 대해서는 쉽사리 마음의 문을 열지 못했던 여권 지지층이 '대통령 지키기' 차원에서 이 후보로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후보는 그간 문 대통령 정책 기조에 반하는 발언과 공약을 발표하면서 '지지층 결집을 이뤄내지 못했다'는 평을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집권하면 현 정권에 대한 적폐 수사를 하겠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발언에 대해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국회사진취재단 |
국민의힘 측은 윤 후보를 두둔하며 방어 태세에 돌입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청와대가 저렇게 나서고 여당이 적폐 수사라는 말을 가지고 정치 보복한다고 하는데, 제가 보니까 꼭 스스로 자해공갈 수준이 아닌가"라며 "자기들이 지금 지은 죄가 많다는 건지 또는 이제 수사를 하면 모두 교도소에 갈 것을 스스로가 알고 있는 건지 좀 그렇다"고 반박했다.
이준석 대표도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청와대가 대선 과정에서 통상적인 이야기에 대고 극대노 하고 발끈하는 걸 보면서 정권 심판 여론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본인들이 급발진해놓고는 수습이 안 되니까 야권 대선후보한테 사과 '해줘'라고 매달리는 이유는 뭐냐"고 되물었다.
윤 후보의 발언은 자신의 지지층 결집을 위해 '반문'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오히려 여권 결집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양상이다. 특히 정치권에선 임기 말임에도 40%가 넘는 국정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반(反) 윤석열' 대열에 합류할 경우 만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윤 후보의 발언에 대해 '본인의 손해이며 여권의 결집을 불러온 악수'라고 규정했다.
고 평론가는 "보수층 결집은 될 때까지 된 상황이지만, 여권의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라며 "이번 윤 후보의 발언으로 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민주당 지지층이 이 후보에게 확실히 가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갈등 구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민주당과 국민의힘 갈등 상황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이후 대선 국면에서 안철수·심상정(국민의당·정의당) 후보가 이를 파고들 경우에는 중도층의 표를 모두 뺏기는 최악의 상황도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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