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추경' 놓고 여야정, 팽팽한 줄다리기
입력: 2022.02.08 05:00 / 수정: 2022.02.08 05:00

당정은 '추경 증액'…여야는 '대선 효과' 신경전

여야와 정부가 올해 첫 추경안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7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발언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남윤호 기자
여야와 정부가 올해 첫 추경안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7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발언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를 위해 여·야·정이 팽팽한 줄다리기 중이다.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14조 원 규모의 정부안에서 소폭 증액에 동의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했지만, 여당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 대응을 위해 관련 예산을 더 집중 투입해야 한다며 몰아붙였다. 추경 증액 규모와 재원 마련 방안 등에 대해 여야 간에도 이견이 있어 향후 국회 추경 심사 과정에서 다소 진통이 예상된다.

여야는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추경 논의에 돌입했다. 정부와 여당은 시작부터 추경 증액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맞섰다. 정부는 14조 원 규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민주당은 35조 원 이상 증액해 오는 15일 이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국회가 뜻을 모아준다면 정부는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데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며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홍남기 부총리는 정치권이 요구하는 35조~50조 원 규모의 추경에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는 "정부가 제출한 추경의 2~3배 규모는 아무리 (여야) 협의가 되더라도 재정당국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섰다. 정부안을 결정할 때 소상공인 지원 수요를 산정했고, 재정 여건과 최근 물가 등을 고려했으며 대규모로 금액을 늘릴 경우 부작용과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이에 여당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홍 부총리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에 홍 부총리도 "여야가 (추경을) 35조 원, 50조 원으로 합의하면 정부가 (무조건) 받아들여야만 하냐"며 "그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반격하면서 회의장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여당은 추경 정부안을 고수하고 있는 홍 부총리에 대해 경질론까지 제기하면서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고, 민주당 초선모임 '더민초'도 원내 지도부에 추경 증액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추경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민주당 총의를 모아 정부에 전달하면서 압박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초선 의원이 중심이 돼서 추경 (증액) 요구를 하면서 본회의장 국회 앞에서 농성도 하고 있다. 지금 소상공인 고통이나 어려움을 이 정도로 막기에는 너무 불충분하다. 그래서 34조 원 하면 좋고, 20조 원 이상이라도 해서 현재 (소상공인 대상) 300만 원 지원을 최소한 700만 원 이상 정도는 해야 한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며 "당 차원에서 결의를 모아 좀 더 강하게 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려면 의총이 필요하니 원내대표에게 표현한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35조 원 이상, 국민의힘은 50조 원 이상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부작용과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해 대규모 증액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는 홍남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종배 예결위원장. 가운데는 김부겸 국무총리. /남윤호 기자
민주당은 35조 원 이상, 국민의힘은 50조 원 이상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부작용과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해 대규모 증액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는 홍남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종배 예결위원장. 가운데는 김부겸 국무총리. /남윤호 기자

겉으로는 여야가 모두 정부안에서 증액을 주장하면서 정부만 동의하면 추경안 처리가 순탄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추경 지원 방식과 대상, 재원 조달 방안에서 의견이 달라 난항이 예상된다. 대선을 앞두고 조직력과 규모가 큰 소상공인·자영업자 선거 표심을 의식해 여야를 막론하고 '선심성 추경'에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기초생활보장대상자와 차상위계층 등 취약계층 대상으로 현금성 직접 지원 등을 포함해 35조 원 규모 추경을 주장하고 있다. 또 여야 합의로 국채 발행 등을 포함해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최대 50조 원 규모로 증액해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1000만원을 지원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재원 조달 방안으로 국채 발행이 아닌 세출예산 구조 조정을 제시한 상태다.

여당은 국민의힘이 추경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국채 발행 방안을 배제하고 대규모 증액이 어려운 세출 구조조정안을 고집하고 있다며 표를 의식한 행태라고 지적한다. 고 의원은 "야당은 진정성이 어떤지 확인해봐야 한다. 소상공인 의식해 큰 틀에서 (증액)하자고 하는데, 막상 정말 하려고 할 때 여당 성과로 만든다면서 견제하려고 할 수도 있다"며 "야당이 실제 동의할 수 있을지는 좀 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보상이 적고, 국채발행으로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한다며 정부·여당안을 지적하고 있다.

국민의힘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은 고통분담을 위한 세출구조조정 없이 국채상환계획도 없는 11조3000억 원의 적자국채를 추가로 발행해 국민을 장바구니 물가상승,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내몰고 미래세대에 그 부담을 전액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제시한 32조 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추가대책안이 정부 추경편성안에 한 푼도 반영되지 못한 이유를 밝혀라"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 코로나 극복 지원금 1000만 원 △손실보상 100% 보장과 손실하한액 100만 원 인상 △문화·체육·관광업 등 사각지대 지원 △손실보상 소급적용을 위한 예산 반영 등을 주장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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