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는 '무응답'…기대 못 미친 영상에 지지자들 사이서도 싸늘한 반응
'쌀집아저씨' 김영희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홍보소통본부장이 기획한 '불가수' 예선 통과 영상들이 3일 오후 유튜브에서 사라졌다. 왼쪽부터 이재명 대선 후보, 김영희 선대위 홍보소통본부장, 송영길 공동상임선대위원장.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쌀집아저씨' 김영희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홍보소통본부장이 기획한 '불가수' 예선 통과 영상들이 3일 오후 유튜브에서 사라졌다. 일각에서는 영상의 저조한 조회수, 영상에 달린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조롱 댓글 등을 이유로 선대위 측에서 영상을 비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으나, 최종 우승작 심사를 위한 일시적인 조치로 추측된다. 김 전 본부장의 10년 전 히트작인 노래 경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를 본뜬 '불가수'는 우승시 '이재명 1일 동행권'을 받게 된다.
‘불가수'는 '불만을 노래해-나도 가수다'를 줄인 말로 김 본부장이 2011년 만들어 유행시켰던 가수 경연 예능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에서 착안한 '민심 청취' 콘텐츠다. 시민들이 자신들의 불만이나 바람을 담은 '개사곡'을 공모받아 그 중에서 예선, 준결승, 결승을 거쳐 우승자를 가려내는 것이 경연 방식이다. 심사위원으로는 정철 카피라이터, 이 후보, 강허달림 가수 등이 참여한다. 선대위 측은 가사 내용에 시대 유감, 사회 유감, 정치 유감, 세대 유감, 각 세대별의 개인적, 사회적 소망과 희망을 담아줬으면 좋겠다고 공지했다. 우승자에게는 '이재명 1일 동행권'을 준다.
선대위는 지난달 10일부터 23일까지 '불가수' 공모작을 접수했다. 지난달 29일 '불가수'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40여 개의 동영상이 있었으나 오는 3일에는 모두 비공개 처리한 상태다. 선대위가 영상 비공개 이유를 밝히지 않아 일각에서는 '생각보다 반응이 저조해 영상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당초 선대위 공지에 따르면 준결승은 지난달 25일, 결승은 27일 치러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체 심사 단계와 별개로 선대위는 오는 3일까지 결승을 위한 '불가수 국민심사단' 투표 페이지를 열어 우승작을 가리는 국민 심사 단계를 한 차례 더 진행한다고 밝혔다. 최종 우승작을 가리기 전 심사의 '공정함'을 유지하기 위해 영상을 일시 비공개했다는 추측이 가능한 이유다. 3일 오전까지만 해도 예선 통과 작품 8개 영상이 남아있었다. 추측만 가능할 뿐 영상 비공개에 대한 정확한 사유를 듣기 위해 <더팩트>는 김 본부장과 민주당 선대위 홍보소통본부, 대변인 측에 사실 확인을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전화와 문자 메시지 등 아무런 응답도 듣지 못했다.
'불가수' 공식 유튜브에는 3일 오후 기준 예선통과 영상 8개가 비공개 처리된 상태다. / '불가수' 유튜브 갈무리. |
8개의 노래 영상 중에는 관현악단이 등장해 중창단과 함께 '레미제라블' 주제가를 '너는 듣고 있는가'로 개사한 노래, 이날치 프로젝트의 '범 내려온다'의 가사를 저출생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바꾼 '아이 내려온다'라는 노래, 단발·현금성 청년 대선 정책과 남여 혐오를 비판하는 내용을 주제로 한 2030 청년들의 개사곡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아이 내려온다'의 경우, 한복을 입은 경연 참가자는 멜로디에 맞춰 "아가가 없다. 아이들이 없다. 출생 멈춘 대한민국에 아이들 그림자 안보인다. 엄마들은 경력단절 아빠들 투잡뛰고 조부모 옴짝달싹 이제는 그마안!"이라는 노래 가사를 부르며 춤을 춘다. 선대위 측은 이 곡을 두고 "육아로 힘든 대한민국의 현실을 흥겨운 가락으로 노래했다. 배경과 의상, 노래 실력도 웬만한 SNS '커버송(원작자가 따로 있는 재연주곡)'만큼 좋다는 후문"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후한 선대위 평가와 달리 '불가수'가 당초 대대적으로 홍보한 만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당 내외부로 나왔다. 야당에서는 비판을 넘어선 조롱도 계속되고 있다. 채널 내 영상 비공개 전까지 각각 천 단위를 넘지 못한 저조했던 조회수, '불만을 노래해'라는 본 취지와 달리 현 정부를 비판(재난지원금 등)하거나, 타당 후보를 저격하는 등 네거티브에 지나지 않았다는 내용적인 비판, 중도층을 겨냥하고 만들었지만 근본적으로 프로그램 자체가 재미가 없어 아쉬웠다는 평가 등이 줄을 있고 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불가수'를 둘러싼 비판과 함께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에 비해 막상 영상 내용을 보니 시대에 맞지 않아 실망했다' '영상 보고 오글거려서 1초 만에 껐다' 등 선대위의 홍보 방향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이수진(비례), 장경태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도 '불가수'에 참여했지만 혹평을 들었다. /이수진·장경태 의원 유튜브 갈무리. |
여기에 민주당 의원들도 마이크를 들고 춤을 추며 '불가수' 대열에 합세하면서 '짠하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임오경 의원은 꿀벌 머리띠를 쓰고 '나를 위해 이재명' 장갑을 끼고"안보는 난 몰라/ 공약도 난 몰라/ 도리도리 쩍벌남 불안한 국민들"이라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직격해 개사한 노래를 열창했다. 장경태 의원은 가수 H.O.T의 '캔디' 노래 가사를 바꿔 보좌관들과 춤을 추며 "나는 오직 월세집만 전전했어/ 할 말이 없어 갈 데가 없어 눈물만 흘러/ 연소득 많지도 않아요 / 힘든 청년 월세 지원을"을 외치며 2030 청년 주거 대책을 촉구하는 내용을 호소했다. 이외에도 이수진(비례), 이재정 의원 등이 참여했다.
야당 선대위에서는 '쌀집아저씨가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라며 '불가수'를 소개하며 조롱에 가까운 홍보에 나섰다. 신인규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SNS에 "드디어 쌀집아저씨의 야심작이 나왔다. 국민여러분 섭섭하게 왜 이 사실을 몰라주시나"라며 "국민들은 힘들어 죽겠는데 민주당은 흥이 나는가 보다. 오디션으로 인기를 끌어보려는데 참가자는 현직 의원들 중심이라 '안습(안구에 습기 찬다, 눈물난다는 뜻)'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신 부대변인은 "불가수로 확실하게 알게 된 사실은 민주당이 과거 향수에 매여 있는 불공감 세력이라는 점"이라며 "영상 보는 내내 메시지의 수준이 너무 떨어질 뿐 아니라 국민들 약올리듯 노래로 신나 보이니까 제 자신이 공격받는 느낌이다. 역시 민주당의 시대착오적 올드감성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라며 맹공했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도 자신의 SNS에 불가수의 저조한 조회수를 지적하며 "한때 '나는가수다'를 시즌 3까지 본방사수한 열렬한 팬으로서 '나가수'가 이런 식으로 사용되는 게 참 마음 아프다"며 조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