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맹공 尹 vs 'RE100' 기습 李…약속한 듯 '배우자'는 뺐다
입력: 2022.02.03 23:47 / 수정: 2022.02.03 23:49

여야 대선 후보 4명 첫 TV토론…부동산·외교·안보·일자리 등 현안 격돌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리허설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리허설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여야 주요 대선후보 4명(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이 부동산 정책 등 다양한 국정 현안을 두고 격돌했다. 특히 '투톱'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두고 격렬한 공방을 벌였다. 윤 후보의 말실수도 나왔다. 김혜경·김건희 등 '배우자 리스크'는 거론되지 않았다.

서울 영등포구 KBS 공개홀에서 열린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 합동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는 후보들의 박수로 문을 열었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다 함께 고생하는 입장에서 서로 쳐다보며 박수를 치는 게 어떻겠냐"는 사회자의 권유에 따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른쪽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오른쪽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尹, 초반부터 '대장동 비리 의혹' 파고들어

훈훈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윤 후보가 먼저 '대장동 게이트' 공세를 가했다. 그는 '부동산 주제' 토론에서 이 후보를 향해 "성남시장으로서 대장동 개발 사업에 대해 들어가는 비용과 수익을 정확히 가늠하고 설계한 것은 맞나"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이 비록 방해하고 저지를 했다 하더라도 100% 공공개발을 못 한 점, 국민에게 실망 드린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면서 "국정감사를 자청해서 이틀 동안 탈탈 털다시피 다 검증했던 사실이고, 또 최근에 언론까지 다 검증했던 것이며 검찰까지 수사하고 있다. 가능하면 국민의 민생과 경제 이야기를 많이 하시면 어떨까 싶다"고 정면 대응을 자제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이런 개발 사업에서 어떤 특정인 또는 몇 사람에게, 3억5000만 원 투자한 사람에게 배당받을 수 있는 최상한선인 캡을 씌우지 않고 설계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 후보는 "부정부패는 그 업자 중심으로 그 이익을 준 사람, 윤 후보는 이익을 줬고 저는 이익을 빼앗았다"며 "공공 환수를 5800억 원까지 했다. 국민의힘이 이익을 주기 위해, 민간 개발하기 위해 그렇게 난리를 치지 않았나"라고 맞받아쳤다.

윤 후보는 주도권 토론에서도 대장동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어떻게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구속기소),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구속기소), 정영학(천화동인 5호 소유주·불구속 기소) 같은 사람들이 합쳐서 3억5000만 원으로 1조 원이 돌아가게 설계했냐는 것이냐"며 "'(설계를) 내가 안 한 것이다' 또는 '내가 한 것이지만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이렇게 줄 수밖에 없던 것이다', 둘 중에 (입장이) 뭐냐"고 물었다.

이 후보는 "저축은행 대출 비리는 왜 봐줬을까. 우연히 김만배 누나는 왜 (윤 후보) 아버지의 집을 샀을까. (업자들이) '이재명은 찔러도 씨알이 안 먹히더라. 비밀 평생 간직하자는 사람이 입만 벙긋하면 윤석열은 죽는다'는 말을 왜 할까. 국민의 힘은 왜 극렬하게 공공 개발 막았는가"라고 응수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열린 <방송 3사 합동 초청> 2022 대선후보 토론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존재감 드러낸 安·沈…'질문' 집중에 난처해진 尹

윤 후보는 이 후보와 공방이 가열되자 안 후보에게 공을 넘겼다. 사실상 '협공'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도대체 (성남)시장이 바보여서 밑아 사람이 조 단위 이익을 해 먹고 기소된 것인가, 아니면 시장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서 설계한 것인가"라고 같은 질문을 던졌다.

안 후보는 "본질은 1조 원에 가까운 이익이 민간에 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답했다. 윤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두 후보의 '밀월'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토론 초반 안 후보는 윤 후보에게 기습 질문으로 실수를 끌어내기도 했다.

안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해 "(주택)청약점수 만점이 몇 점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윤 후보가 "집이 없어서 주택청약 통장을 만들어보지 못했다"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것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윤 후보는 "40점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84점이다. 그중 3인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가 64점"이라고 알리면서 "지난해 서울지역 청약 커트라인(합격선)이 어느 정도인지 아느냐"고 재차 물었다. 윤 후보는 "글쎄 거의 만점"이라고 머뭇거리자 안 후보는 "62.6점"이라고 정정했다. 윤 후보로서는 뼈아픈 질문이었던 셈이다.

심 후보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이른바 '7시간 녹취록' 중 비서를 성폭행해 복역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옹호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김 씨는 녹취록에서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 다 안희정 편"이라고 했다.

심 후보는 이를 두고 "이 순간에도 윤 후보는 성범죄자 안희정 편이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제 처가 저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무슨 대화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안희정 씨나 오거돈(전 부산시장) 씨, 박원순(전 서울시장) 씨나 다 권력을 이용한 성범죄(자)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심 후보는 "피해자 김지은 씨에게 정확히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고 거듭 물었고, 윤 후보는 멋쩍은 듯 웃은 뒤 "제가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지만 김지은 씨를 포함해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게 공인의 아내도 공적인 위치에 있으니까 제가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진심이라면 청년들을 성별로 갈라치기를 하는 정치에도 변화가 있기를 바란다"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윤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등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 표심 잡기에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갈라치기는 민주당에서 하지 않았나"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 후보도 윤 후보를 향해 'RE100'(Renewable Energy 100%) 대응 방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자질을 검증하려는 의도된 질문으로 보였다. 윤 후보는 "그게 뭔가요"라고 되물으며,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이후 "재생에너지 100%"라는 이 후보의 설명에 윤 후보는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진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날 첫 방송토론에 참석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이날 첫 방송토론에 참석하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모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안철수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연금개혁' 필요성 공감대…공동선언 '깜짝 합의'

이번 첫 토론회에서 유력 대선주자들은 연금개혁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뤘다. 다만 방법론에는 이견이 있었으나 공동선언에 합의하면서 협의 과정을 거칠 가능성을 열어뒀다.

안 후보는"오는 2025년 11조 원 적자가 예상되는 3개직역연금(공무원·군인·사학연금)을 국민연금과 통합하자는 안이 있다"면서 "국민연금도 점점 부실화되어 가고 있고, 부실 정도가 특수 직역이 심하기 때문에 통합을 했을 때 국민연금의 부실이 가속화되니 조금 더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이 2015년부터 동일연금 개혁을 했다. 자기가 근무하는 기간과 그동안에 낸 액수에 따라서 공무원이든 또는 회사원이든 리타이어(퇴직)하고 나서는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기준만 같으면 재정 상황이나 역사가 다르니까 연금관리 공단 자체는 그대로 남겨두고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국민적 합의를 해 가는 과정에 안 후보의 방향도 충분히 경청할 만하다"고 했다. 심 후보는 "연금개혁 논점은 크고 넓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연금은 수지불균형도 문제인데 그것까지도 용돈 수준이기 때문에 노후보장이 안 된다"고 밝혔다. 이 후보도 연금개혁 필요성의 동의하면서도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고, 첨예하기 때문에 1개의 통일안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안 후보는 "기본적으로 세 분이 다 동의하시니까 내일(4일) 국민연금 개혁은 누가 대통령이 되도 하겠다고 네 명이 공동선언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 후보는 "좋은 의견"이라고 환영했고, 윤 후보도 "이 자리에서 약속하자. 그건 안 할 수 없으니까. 선택이 아니다"라며 동의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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