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내내 민심 호소…선거운동 대비 유세차량·현수막 등 준비 착수
설 연휴지만 정치권은 대선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신년 하례식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오른쪽)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5일간의 달콤한 설 연휴를 맞이했지만, 대선을 30여 일 남겨둔 정치권에선 딴 세상 이야기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유세전(遊說戰)'을 앞두고 여야는 전열을 가다듬으며 싸울 태세를 준비 중이다. 연휴 기간 내내 최대 격전지와 전략지역에선 지역구 의원들이 머물며 '우리 후보' 홍보에 공을 들이는 한편, '한 표'라도 더 끌어모으기 위해 선거 공보물과 유세차량, 홍보영상 제작 준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설 연휴도 반납하고 홍보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서병수 국민의힘(왼쪽)·최인호 민주당 의원 SNS 갈무리 |
◆연휴 반납하고 지역 정가 민심 호소
여야 선대위 실무진은 설 연휴를 반납하고 선거운동 실무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2월 15일~3월 8일)이 성큼 다가오면서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두 대선 후보가 선두 그룹을 유지한 채 박빙 판세를 이어가면서 양측 선대위는 한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 하고 있다. 오는 4일부터 20일까지 베이징 동게 올림픽이 열려 대선 주목도가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설 연휴 이후 일주일 이내 판세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후보 측 선대위 정책본부의 한 실무진은 "설 연휴에도 연일 화상회의에 야근"이라며 "연휴가 없다"고 토로했다.
대선 격전지에는 설 연휴 시작 전부터 일찌감치 지역구 의원들이 내려가 바닥 민심을 훑고 있다.
조오섭 민주당 의원(광주 북구갑)은 "(지난해 설 연휴보다) 확실히 지역구에서 더 활동을 하게 된다"며 연휴 기간 내내 지역구에서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광주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 사고로 인한 현지 분위기도 전했다. 조 의원은 "붕괴 사고로 피켓 인사는 못하고 있다. 실종자가 아직 발견이 안 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다만 소모임 등을 조직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이 후보가 예상보다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선 "과거에도 호남 지지율은 60%대였는데 실제 득표율은 85~90% 정도 나왔다. 호남은 지지율보다 실제 득표율이 훨씬 많이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지난해부터 공을 들여온 국민의힘의 서진(西進) 전략과 호남 인사 영입 등에 힘입어 최근 윤석열 후보는 호남에서 2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계열 정당 출신으로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도 연휴 기간에 민심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비대면 방식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 의원은 "오미크론이 창궐해 (지역구에는) 잠깐 다녀오고 비대면 전화 인사로 대신하려 한다"고 했다.
호남과 영남은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요충지로서, 여야가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1월 (故)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 빈소 찾은 윤 후보, 광주에서 지지 호소하는 이 후보. /뉴시스 |
부산·경남(PK) 지역은 이번 대선의 향배를 가를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이 후보도 새해 첫날 일정으로 부산을 찾았을 정도다. 여야 지역구 의원들도 이번 설 연휴에 유권자들이 많이 모이는 시장, 경로당 등을 찾아다니며 바닥 민심 다지기에 온 힘을 쏟을 예정이다.
김희곤 국민의힘(부산 동래구) 의원은 "아무래도 대선이 있으니까 이번 설 연휴 때 시장과 각종 직능단체 등을 적극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로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으니 소규모로 방문하고 인사하고 있다"며 지역 민심에 대해선 "지난 총선 때도 지방선거 때도 우리 쪽이 더 세다. 민주당 입장에선 부산 출신 후보가 없으니 (이곳이) 무주공산이라고 생각해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 쪽에) 전통적인 지지 기반이 있으니 부산 분위기는 괜찮다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선대위 '영남 특보 단장'인 최인호 의원(부산 사하구갑)도 "눈코 뜰 새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지난해 설 연휴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전통시장이나 간담회도 가고 선대위 특보단도 모으면서 입체적으로 하고 있다. 열심히 해야 한다"라며 "부산에는 야직 유동층이 30%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어려운 시기에 (이 후보처럼) 능력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나라가 안정되고 위기 극복이 된다는 것을 최대한 강조할 것이다. (그런 부분에) 부동층이 시간이 갈수록 주목하지 않겠나"라고 기대했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부산남구을)도 "경로당도 가고 시장에 장 보러 오는 분들께 인사도 해야 한다. 설 전까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설 당일과 다음 날까지는 전화를 많이 드려야 한다. 어르신들이 자식들이 떠나고 나면 섭섭해하시는데 그때 안부 전화가 오면 좋아하신다. 안부도 여쭙고 '경제 살리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이야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운동이 15일부터 시작된다. 각 정당도 유세차량 업체 계약을 완료하는 등 제작 작업에 착수했다. 제21대 총선 당시 유세차량 제작 모습. /뉴시스 |
◆유세차량·현수막 제작 준비...온라인 예비홍보물에 열차 대여까지
각 정당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활용할 선거유세 차량과 현수막 제작 작업에 착수했다. 지역 정가도 5년 만에 돌아온 대선에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대통령선거 시·군별 연락소를 마련하고 선거사무원 모집은 물론, 후보의 번호와 이름이 적힌 점퍼나 모자, 어깨띠, 명함 등 선거용품을 준비해두어야 한다.
민주당의 경우 중앙당이 유세 차량과 선거용품을 일괄 제작해 각 지구당에 제공하고 현수막은 각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준비토록 할 예정이다. 민주당 중앙당 관계자는 "유세 차량 계약은 끝났지만 래핑 작업은 아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지구당 관계자는 "대선은 전국 단위에서 골고루 득표해야 한다. 또 메시지의 통일성도 분명해야 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통상 중앙당에서 (유세차량을) 일괄 계약해 각 지구당에 제공하는 식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유세 차량은 후보의 연설, 홍보 영상, 로고송으로 유권자에게 직접 호소할 수 있어 '선거홍보의 꽃'으로 불린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선거기간 중 유세차량을 전국에 310대 운영했고, 111억7844만 원(전체 선거보전비용의 23.2%)을 썼다. 유세차량은 1t 트럭에 영상물을 틀 수 있는 LED 화면과 확성기를 단 기본 옵션, 5t 트럭에 무대가 위로 들려 올라가는 리프트 방식과 트럭 뚜껑이 옆으로 열리는 '윙(wing) 보디' 형태로 나뉘는 고급형이 있다. 차량을 제작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유세차량으로 등록한 뒤 사용할 수 있다. 민주당은 유세차량을 전기차와 수소차로 최대한 대체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직접 쓴 손글씨 편지가 호남지역 230만 가구에 발송됐다. /국민의힘 선대본 제공 |
국민의힘은 역대 선거 최초로 열차를 정책홍보차량으로 활용한다. 정규열차 편성과 관계없이 전세로 무궁화호를 빌려 '윤석열차'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달 초·중순과 말에 운영할 예정이다. 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준석 대표의 아이디어였고, 제가 정책홍보차량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법적 검토 작업을 맡았다. 무궁화호는 중소 규모의 도시를 다니는데 후보가 열차를 타고 역마다 내려서 말하고 다시 탑승하면서 시민들을 만나는 방식"이라며 "지금까지 열차로 홍보한 적은 없었다. 국민 가슴을 뜨겁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민의힘은 유세차 지원 시스템 앱 출시도 앞두고 있다. 앱을 통해 유권자들이 유세차량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연설시간을 예약해, 누구나 유세차에 올라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가 '유세의힘'이라고 직접 이름을 지었고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을 통해 조만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재보궐 선거에서 2030 청년들이 유세차량에 올라 발언하면서 화제를 모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효율적인 현장 홍보에 주력하겠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친환경 디지털 선거'를 위해 예비홍보물을 온라인영상으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 유튜브 갈무리 |
민주당은 '친환경 선거' 기조 아래에 온라인 홍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19대 대선 때 선거 벽보는 약 123만부, 선거 공보는 4억부가 만들어졌다. 선거 때마다 발생하는 종이가 6000~8000t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공직선거법상 대선에서는 책자형 선거 공보를 선거구 내 세대수만큼 준비해 16면 이내로 발송해야 한다. 다만 민주당은 필수가 아닌 예비 홍보물 책자를 영상으로 이 후보가 자필 편지 쓰는 모습을 담아 공개하는 것으로 대체했다.
이와 함께 '느낌표', '나는 가수다' 등의 프로그램을 맡았던 김영희 MBC 전 부사장을 홍보본부장으로 영입해 유권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온라인 홍보 영상도 계획하고 있다. 선대위는 설 특집 이벤트로 '불만을 노래해! 나도 가수다'를 진행했다. 기존 노래에 불만이나 소망을 담아 개사한 뒤 본인이 직접 노래한 영상을 촬영해 공모하는 식이다.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어려운 가운데 이 후보가 노래로 표현된 민심을 온라인을 통해 청취하고 공감한다는 취지다. 다만 설 연휴 전 공개할 예정이었던 '재스파'(이재명+스트리트 파이터) 계획은 취소됐다. 이 후보가 당 청년들과 함께 구슬치기, 딱지치기, 줄다리기 등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 놀이를 하는 영상을 촬영해 '꼰대 이미지'를 탈피한다는 구상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대한민국을 살리는 로고송 공모전'을 진행했다. 약 160곡이 응모됐고 이중 8~10곡을 골라 메타버스(가상세계)에서 공개 콘테스트를 열어 선거 로고송을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