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레임덕 대통령<상>] 야심 찬 시작, 쓸쓸한 말로 만든 사건들
입력: 2022.02.02 00:00 / 수정: 2022.02.02 00:00

'친인척·측근 비리'에 발목 잡힌 역대 대통령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에도 취임 당시와 비슷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임기를 세 달가량 앞두고 여전히 4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초로 레임덕 없는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오미크론 대응 점검회의에서 국무조정실장으로부터 오미크론 대응에 대한 보고를 받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에도 취임 당시와 비슷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임기를 세 달가량 앞두고 여전히 4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초로 레임덕 없는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오미크론 대응 점검회의에서 국무조정실장으로부터 오미크론 대응에 대한 보고를 받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집권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임기 말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지지율 추세를 고려하면 유일한 레임덕 없는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비호감도가 높은 대선 후보들로 인해 임기를 세 달가량 남긴 시점에 국정 장악력도 굳건하다. 문 대통령과 다른 대통령들의 임기 말 차이를 만든 배경은 무엇일까.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말과 문 대통령의 특별한 임기 말 상황을 비교·분석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우리 정부는 '말년'이라는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문재인 대통령 2021년 9월 3일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초청 오찬 간담회 발언)

"우리 민주주의 수준에서 이제는 성공한 대통령, 떠날 때 박수받는 대통령이 나올 때 되지 않았나. 개인적 소망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기 위해서 문 앞에서 섰을 때 박수받으면서 떠나는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2021년 11월 16일 MBC 라디오 인터뷰 중)

'말년이 없는 대통령', '박수받으면서 떠나는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의 바람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임기를 세 달가량 남긴 문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취임 당시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임기 말까지 레임덕 없이, 40%대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유일하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업체가 지난달 17~19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 20일 발표한 1월 3주 차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45%, '부정 평가'는 50%를 기록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최근 6개월간 NBS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이하로 떨어진 건 국민의힘의 대선 경선 막바지였던 지난해 11월 1~2주(39%) 두 차례뿐이다.

/한국갤럽 제공
/한국갤럽 제공

◆임기 말에도 굳건한 문 대통령 지지율

한국갤럽의 지난달 18~20일 조사(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선 문 대통령 국정 운영 긍정 평가가 41%로 나타났다. 같은 기관의 1월 1~3주 차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각각 41%, 42%, 41%를 기록해 30%대 중후반에서 횡보했던 지난해 4분기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다.

올 초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확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 △탈북민 철책 월북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 및 핵실험·ICBM 재개 시사 △광주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았고, 중동 3국 순방(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으로 6박 8일간 국내를 비우기도 했으나 지지율은 오르는 이상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문 대통령의 19대 대선 득표율은 41.09%였다. 취임 당시는 다른 역대 대통령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임기 말까지 처음의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임기 말 지지율은 역대급이다.

지난달 18~20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을 긍정 평가한 이들(41%)은 '외교·국제 관계(30%)', '코로나 대처(21%)', '북한 관계(4%)'를 이유로 제시했다. '코로나 대처'와 '북한 관계'는 각각 부정 평가 이유 2위(14%), 4위(8%)에도 랭크됐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문 대통령 지지자와 비지지자의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임기 말까지 취임 당시와 비슷한 수준의 지지세를 갖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의 임기 5년 차 3~4분기 지지율은 각각 △김영삼 전 대통령 8%, 6% △김대중 전 대통령 28%, 24% △노무현 전 대통령 27%, 27% △이명박 전 대통령 23%, 24%다.

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초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임기를 시작해 잇단 측근·가족비리에 휘말리면서 지지율이 추락, 레임덕을 겪었다. /더팩트 DB, 뉴시스
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초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임기를 시작해 잇단 측근·가족비리에 휘말리면서 지지율이 추락, 레임덕을 겪었다. /더팩트 DB, 뉴시스

임기 말 지지율이 가장 낮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1년 차 3분기까지 83%의 압도적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2년 차 3분기에 40%대(44%)로 과반 지지율이 깨진 이후 2년간 20~40%대에서 지지율 등락을 거듭했다.

이후 4년 차 3분기(34%)부터 본격적인 레임덕이 시작돼 4분기 28%, 5년 차 1분기 14%, 2분기 7%로 지지율이 급속히 추락했다. 비교 대상 대통령 중 취임 초 지지율은 가장 높았지만, 임기 말 지지율은 가장 낮아 변동 폭이 가장 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초 '권위주의 잔재 청산', '하나회 숙청', '부정부패 척결', '금융·부동산실명제 실시' 등 대대적 개혁 조치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임기 후반기로 가면서 각종 측근·친인척 비리에 극심한 레임덕에 빠졌다.

집권 4년 차 수십 년간 김 전 대통령의 금고지기 역할을 했던 장학로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기업들로부터 수십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을 시작으로 주변 측근과 여러 상도동계 정치인들의 부정부패 의혹이 잇달아 제기됐다.

급기야 아무런 공식직함이 없던 둘째 아들 김현철 씨가 사실상의 '소통령'으로 군림하면서 국정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지율이 폭락했다. 여기에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IMF 외환 위기'를 촉발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말로는 '부정부패 척결', 뒤로는 자유롭지 못했던 역대 대통령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감 속 취임 초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후 임기 중반 일정 밴드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측근·친인척 비리가 확산하면서 임기 말 20%대 지지율로 임기를 마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지만, 임기 중후반 측근들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사건인 '진승현 게이트'와 '이용호 게이트'를 시작으로 아들 세 명(김홍일·김홍업·김홍걸)이 모두 금품비리를 저질러 처벌받았다.

'깨끗한 정치'를 내걸고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중 형 노건평 씨의 청탁성 명목 뇌물수수 외 친인척 비리, 측근들의 불법 정치자금수수 등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BBK 주가조작 사건', '다스 실소유주 논란'이 제기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사기꾼'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크고 작은 측근·친인척 비리도 반복됐다. 급기야 임기 후반 아들이 연루된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사건'이 불거지며 특검 수사까지 받았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직후 '정의와 공정'을 앞세워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문 대통령은 아직까지 특별한 친인척 스캔들, 측근들의 부패 게이트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취임 초 81%의 높은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해 중후반 큰 하락세 없이 40%대의 굳건한 지지율로 임기 말을 보내고 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갤럽·전국지표조사 누리집 참조.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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