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화성-12형 검수사격...미국 전문가들 "'신호' 아닌 군사력증강이자 전쟁전략"
입력: 2022.01.31 09:43 / 수정: 2022.02.01 07:39
북한이 31일 공개한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장면 등을 담은 사진. /뉴시스
북한이 31일 공개한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장면 등을 담은 사진. /뉴시스

[더팩트 ㅣ박희준 기자]북한이 지난 30일 미국령 괌까지 도달할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검수사격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새해 들어 여러 종류의 미사일을 시험하는 것은 사거리와 관계없이 모두 한국을 제압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단거리는 한국에 대한 핵 타격용이고 중장거리 역시 미·일 양국의 참전을 억제해 한국을 고립시키려는 장기 포석이라는 진단이다. 한국은 북한의 발사를 모종의 '신호'가 아니라 군사력 증강, 기술 진전과 전쟁 전략으로 읽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북한은 30일 '화성-12형' 검수사격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1일 전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검수사격은 생산 배치되는 미사일을 무작위로 골라 품질을 검증하는 시험발사를 뜻한다. 이는 화성-12형이 실전 배치돼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화성-12형은 2016년 4월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9월 화성-12형 시험발사를 참관하면서 전력화가 실현됐다고 선언했는데 4년여 만에 실전배치 중임이 확인된 셈이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자강도에서 쏜 화성-12형의 비행거리는 800km, 정점고도는 약 2000km로 탐지됐다고 밝혔다. 정상 각도로 쐈다면 3500에서 4500km를 비행했을 것로 추정는데, 일본 전역은 물론 괌 미군기지까지 사정권에 넣는다.

북한은 올들어 극초음속미사일과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 시험발사를 7차례 감행했다. 북한은 지난 5일과 11일 자강도 일대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탄도미사일을 연속 발사했고, 14일에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라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쏘아 올렸다. 17일에는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로 불리는 KN-24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 25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2발, 27일 탄두 개량형 KN-23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각각 발사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 산하 매체인 미국의소리방송(VOA)은 31일(현지시각) 미국 전문가들이 북한이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중·단거리 미사일 개발에 큰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면서 주요 공격 대상은 여전히 한국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한국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각종 탄도미사일과 대구경 방사포를 개발해 배치하고 있다. KN-23은 사거리 450km,KN-24는 410km이며, 단거리탄도미사일 화성-5와 화성-6 사거리는 각각 300km, 500km다.

북한이 작전배치하고 있는 탄도믹사일과 사거리. /CSIS미사일쓰렛
북한이 작전배치하고 있는 탄도믹사일과 사거리. /CSIS미사일쓰렛

한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를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고 미국을 압박하려고 미국에 보내는 신호로 해석하는 경향이 많지만 미국 전문가들은 한국 제압을 위한 군사력 증강으로 보고 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은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도 최종으로는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윌리엄스 소장은 "일본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건, 미국 혹은 괌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건, 남북한 사이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일의 개입을 억제하는 것이 북한의 목적"이라는 설명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일본을 때릴 수 있는 미사일도 결국은 일본의 참전을 막아 한국을 전략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한국을 동맹으로부터 떼어내 한반도를 북한 주도로 통일하려는 장기적 포석"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이번 일곱 번째 발사 이전에 진행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모두 "남북한 접경 지역을 넘어 한국 영토 깊숙이 타격하는 연습"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후방의 미군 병력을 겨냥하고, 해로를 통해 한반도로 들어올 미군 병력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부산과 같은 항구를 타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윌리엄스 부국장은 "북한이 이런 종류의 미사일에 생물학 작용제를 탑재해 미군 증파 역량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무기화된 탄저균을 탄두에 장착해 한국의 향구와 비행기 이착륙장 등에 쏠 경우 이들 시설을 폐쇄시켜 미군 유입을 어렵게 만들며, 북한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VOA "북한이 전술핵무기를 원하는 이유는 침공이 시작되면 전쟁 초기에 한국과 일본 주둔 미군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한국에 대한 미사일 공격 의도가 너무나 명백한 데도 이런 도발을 자꾸 모종의 '신호'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는 현실을 직시하기보다 '소망(wishful thinking)'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미국 측 수석협상가를 지낸 리스 전 실장은 "10년이나 20년 전, 심지어 더 과거를 돌이켜봐도 북한은 늘 이런 식으로 움직였고 그 목적은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판 해거드 캘리포니아주립 샌디에이고 교수도 "북한의 무기 시험에는 관심을 끌려는 의도도 깔려있지만, 무엇보다도 역량을 키우려는 것이 목적이라는 사실을 무시해선 안 된다"면서 "이것은 실제 역량"이라고 경고했다.

jacklond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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