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40' 설 민심이 대선판 가를까?
입력: 2022.01.30 00:00 / 수정: 2022.01.30 00:00

역대 '6명 중 5명' 선두가 당선…"20대 대선은 예측불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설 연휴 민심 향배에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선거 한 달 전 지지율이 당락을 가른다는 속설도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부터) /국회사진취재단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설 연휴 민심 향배에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선거 한 달 전 지지율이 당락을 가른다'는 속설도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부터)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여야가 대선을 30여 일 앞두고 설 연휴 민심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선거 한 달 전 지지율이 당락을 가른다'는 속설이 떠돈다. 이전의 대선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빈말이 아니다.

<더팩트>가 한국갤럽이 실시한 1992년 14대 대선 이후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선 40일 이내 여론조사에서 선두였던 후보들은 2002년 대선을 제외하고, 모두 우세를 지키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과거와 판이해 기존 통계에 근거해 예단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 '대선 40일 전' 민심 판가름 난다? 6명 중 5명, 선두가 당선

14대 대선은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와 야권을 통합한 김대중 후보 간 '양강' 구도에 통일국민당 정주영 후보가 가세하는 양상이었다. 특히 이때 대선은 영남과 호남 지역구도로 치러진 대표적인 선거로 꼽힌다. 추석 연휴부터 김영삼 후보가 선두를 달린 가운데, 대선 한 달 전 공개된 11월 17일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판세는 김영삼 26.0%, 김대중 19.6% 정주영 9.0% 순으로 굳어졌다. 대선을 1주일 앞둔 12월 11일 부산의 한 초원복국에서 정부 기관장들이 모여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자고 모의한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이 터졌지만, 오히려 역풍이 불면서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에 선출됐다.

15대 대선은 연초까지만 해도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이인제 후보와의 야권 분열로 지지율이 양분되면서 추석 전후로 '이회창 대세론'이 꺾이더니 대선을 40일(11월 8일) 남겨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김대중 35.7%, 이인제 28.0%, 이회창 21.4% 순이었다.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이 체중 미달을 이유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되며 지지율이 10%대로 폭락하자 이인제 후보가 신한국당을 탈당, 국민신당을 창당해 독자출마하면서다. 위기에 처한 이회창 후보는 11월 7일 조순 서울시장과 단일화에 합의한 이후 맹추격을 시작했지만,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와 이른바 'DJP' 연합으로 방어하면서 이회창 후보에 1.53%포인트 차로 신승했다.

17대 대선은 박근혜 후보와의 치열한 경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후보가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며 판세가 일찌감치 굳었다. 여권은 노무현 정부 말기 집값 폭등으로 높은 정권교체론에 허덕이며 맥을 못췄다. 그해 추석 연휴(9월 26일) 지지율은 이 후보가 54.1%로 정동영·손학규 후보보다 압도적으로 우세를 보였고, 대선을 39일 남겨둔 11월 10일 여론조사에서도 41.6%의 지지율로 정동영(14.2%)보다 훨씬 앞섰다. 다만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이회창 후보가 대선을 한 달여 남겨두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구도는 '1강 2중'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 보낸 연대 러브콜이 끝내 성사되지 않으면서, 이명박 후보가 정 후보(26.1%)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48.7%의 득표율을 얻어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18대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를 했지만 이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박근혜 후보가 50% 넘는 지지율로 당선됐다. 2012년 11월 21일 단일화를 위한 문재인, 안철수 후보 TV토론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18대 대선에서 야권 단일화를 했지만 이 과정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박근혜 후보가 50% 넘는 지지율로 당선됐다. 2012년 11월 21일 단일화를 위한 문재인, 안철수 후보 TV토론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18대 대선은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양자 구도에서, '안풍(安風)'을 일으킨 안철수 후보가 대선 레이스에 중도 합류하면서 다자 구도로 전개됐다. 대선을 40일 낲두고 실시한 2012년 11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39%, 안철수 24%, 문재인 21%로 야권 분열 양상이 뚜렷했다. 이후 안 후보가 선거를 한 달 남겨두고 중도 사퇴를 선언하면서 국면이 전환됐다. 박 후보와 문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이며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진영 간 결집이 강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야권 단일화 잡음으로 문 후보가 안 후보의 지지율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면서 박 후보가 3.6%포인트 차로 승리를 거뒀다.

사상 초유 대통령 탄핵 사태로 5월에 실시한 19대 대선은 보수 진영 대권 주자로 선두를 달리던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중도 사퇴하면서 예측 불가 양상이 이어졌다. 직전해 추석 연휴 때까지만 해도 10% 미만 지지율을 보였던 안철수 후보는 국민의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되면서 문재인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대선 33일 전인 2017년 4월 7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문재인 후보 38%, 안철수 후보 35%, 홍준표 후보 7% 순이었다. 하지만 국민의당 경선 과정에서의 불법 동원 의혹과 부인 김미경 교수 채용 의혹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보수 진영 표가 홍준표 후보와 나뉘면서 문 후보가 41.08%로 승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두 달 전까지 지지율 3위로 밀려났다가 대선 40일 앞두고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을 시작하면서 지지율이 반등했고,단일 후보로 선출되며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기록관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두 달 전까지 지지율 3위로 밀려났다가 대선 40일 앞두고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을 시작하면서 지지율이 반등했고,단일 후보로 선출되며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기록관 제공

◆ 불리한 단일화 방식 수용하며 '역전극' 만든 노무현 전 대통령

2002년 16대 대선은 가장 드라마틱한 대선으로 꼽힌다. 연초부터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 선두 자리는 공고해 보였다. 월드컵 열풍에 국민통합21을 창당한 정몽준 후보까지 가세하면서 추석 연휴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 지지율은 3위로 밀려났다.

이후 대선을 40여 일 앞두고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막판 단일화 협상에 나서면서 국면은 달라진다. 두 후보는 3개 기관에 의뢰한 여로조사 결과에 따라 단일화하기로 합의했다. 당시에는 정 후보가 노 후보에 근소하게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다수여서, 노 후보 입장에선 마냥 유리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그러나 단일화 협상 시작 무렵부터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가 앞서기 시작한다. 양측이 단일화 협상에 돌입한 후 5일 뒤인 11월 10일(D-39일) 여론조사에서도 이회창 36.0%, 노무현 27.1%, 정몽준 22.8% 순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경선 방식을 포기하고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했던 노 후보는 결국 11월 25일 단일 후보가 되면서 지지율이 껑충 뛰었다. 대선 전날 정 후보가 지지철회 및 단일화 파기를 발표하며 막판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했지만, 최종적으로 노 후보가 득표율 2.3%포인트 차로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의 지지율은 최근까지도 오차 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어 혼조세다. /이선화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의 지지율은 최근까지도 오차 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어 혼조세다. /이선화 기자

◆ 20대 대선, 선거 한 달 남짓 남겨두고 혼전 양상

정치권에선 그동안 12월마다 대선을 치르면서 두 달 전 있는 추석 연휴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번에는 3월 대선을 앞두고 설 연휴 민심이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족 대이동이라고 할 만큼 여러 세대와 지역 민심이 어울리고, 신뢰할 만한 지인들과 의견을 공유하면서 차기 대선 후보 여론이 형성된다는 게 정설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SNS의 발달 등으로 '연휴 효과'는 갈수록 떨어지는 데다, 코로나19로 대이동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면서 5일간의 긴 설 연휴가 대선 여론 형성에 미칠 영향은 이전보다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 달 전부터 판세가 예측됐던 과거와 달리 현재까지도 대세 후보 없이 혼전 양상을 보이면서 이번 대선은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 박빙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보통 선거 전 연휴가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사람들이 모여 그 과정에서 의견이 많이 조율, 수렴된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가족들이 모였다고 정치 이야기를 하나. 그 효과가 (예전보다) 많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는 특히 이번 대선 유력 후보들의 정치 경력이 길지 않고, 네거티브 공방에 휩싸여 지지자들의 충성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대선 당일까지 판세는 예측불허일 것으로 전망했다.

홍 소장은 "이번에는 양당 후보가 정치 신인이거나 정치 경력이 아주 짧은 사람들이다. 그러다보니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해 다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후보에 대한 각종 변수, 이슈와 쟁점이 아직 다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연휴로 대선 민심이 굳어진다'는 과거 사례가 이번에는 안 맞을 것"이라며 "설 연휴 효과가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훨씬 제한적일 것이다. 또 막판까지 박빙이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분석했다.

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야권 단일화가 주요 변수이고, 설 연휴 직후가 효과적인 단일화 협상 시점의 마지노선이라는 측면에서 설 연휴 민심의 향배에 주목할 만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이번에는 단일화가 제일 중요한 관건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단일화가 불가능하다는 전제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단일화가 가능한 상황이다. 시기적으로 설이 지나면 선거가 얼마 안 남은 시점이라 설 이후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에 따라 단일화가 추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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