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들 이미지 보완·지지율 상승에 주력하는 모습
대선이 약 4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후보 부인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특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왼쪽) 씨는 최근 네이버에 직접 프로필을 등록하면서 등판을 예고했다. 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인 김혜경(가운데) 씨는 전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김미경 교수도 최근 동행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다가오는 3월 9일 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후보들의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후보 가족에 대한 관심도도 덩달아 집중되고 있다. 특히 민족대명절 '설 연휴가' 지지율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선후보들의 '배우자 대전'도 곧 펼쳐질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는 일찌감치 전면에 등판해 적극적인 내조 활동을 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배우자 김미경 교수는 '의사'라는 전문성과 도덕성을 내세워 최근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잇따른 의혹과 악재로 '은둔'에 머물렀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공개 활동도 일각에서 제기되자 본격적인 배우자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까지 대선 후보 배우자나 자녀들은 통상 비공개 일정이나 봉사 활동을 주로 소화했다. 특별한 외부 노출을 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후보 가족이 선거 운동 전면에 나서는 형국이다.
대선 후보들의 배우자 경쟁이 시작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는 최근 이 후보의 취약지라 불리는 충청권을 방문하고, 정청래 의원 '봉이 김선달' 발언으로 화가난 불심을 달래는 모양새다. /이선화 기자 |
민주당은 지난해부터 '김혜경 띄우기'에 나서며 이슈 선점을 노리고 있다. 김혜경 씨는 후보가 직접 챙기지 못한 소외 계층, 지역 현장을 직접 찾는 등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그는 이 후보의 취약지로 평가받는 충청 지역과 불교계를 홀로 찾아 부족한 표심 보완에 주력하는 등 이 후보를 적극 내조하고 있다. 윤 후보가 '충청의 아들'을 내세우며 대전·충남 지역 민심 사냥에 나서자 충북이 고향인 김혜경 씨가 지난 4일 2박 3일간 아산과 공주 등을 직접 방문했다.
여기에 최근 정청래 의원의 '봉이 김선달' 발언으로 불교계 항의가 폭발하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지방 일정마다 사찰을 찾는 등 불심 달래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혜경 씨는 지난 20일 조계종 제17교구 본사 금산사를 방문해 주지 일원 스님과 40여 분간 차담회를 나누기도 했다.
김혜경 씨는 지난 21일 이 후보의 각종 SNS에서 동물 생명권을 보장 관련 영상에서 내레이터로 등장하며 온라인 영역에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KBS 드라마의 낙마 장면 촬영으로 말이 죽으면서 동물 학대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발 빠르게 이슈 선점에 나선 것이다.
이같은 김혜경 씨의 행보는 부드러운 '엄마' 이미지로 비쳐진다. 이 후보가 다소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이미지로 부각되는 것과 대비된다.
이 후보 측 대변인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배우자께서 지역 현안 하나 하나 챙기고 현장에 직접 가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민심과 현장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 목소리를 더 많이 담아 듣고 대선 후보 정책에 반영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무결점 가족 리스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다가오는 설 지지율 반등을 위해 배우자 김미경 교수는 자신의 고향인 호남을 방문해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선화 기자 |
설 연휴 전 반등 포인트를 찾아야 하는 국민의당은 안 후보의 가족 프리미엄을 내세웠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가족·처가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을 전면에 등장시킨 것이다. 이에 부인 김미경 교수가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정치권에선 안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나 대권 레이스 지지율 상승을 위해선 상대적으로 윤 후보에게 취약한 '호남' 지역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김미경 교수와 권은희 원내대표는 25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호남 지역과 제주도를 찾는다. 전남 순천 출신 김미경 교수와 '광주의 딸'로 불리는 권 원내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지지율 상승을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안 후보는 자신의 가족을 선거전에 내세우기 꺼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상승세를 보이던 지지율이 멈칫하자 '무결점 가족리스크'로 안풍을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 등판설도 제기된다. 하지만 윤 후보 측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선거 운동 등판 설에 대해선 내부 논의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26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하는 김 씨. /남윤호 기자 |
반면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는 여전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건희 씨는 얼마 전 이른바 '7시간 녹취록' 파장으로 또 한 번 구설에 올랐다. 하지만 해당 녹취록이 별다른 파급효과를 주지 못하고 오히려 김건희 씨에 대한 긍정적 여론을 형성시키자, 그의 등판설이 솔솔 제기된다. 해당 통화 내용에서 그간 거론됐던 '쥴리·무당'등에 대한 의혹을 해소했다는 점에서다.
이를 방증하듯, 김건희 씨 팬카페 '건사랑' 회원 수는 10일 만에 200명에서 6만 명으로 급성장했다. '리스크'가 '시너지'로 치환되는 듯한 분위기다.
팬 카페에는 김 씨의 스튜디오 프로필 사진 촬영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여기에 김건희 씨가 포털사이트에 프로필을 등록하면서 공개 활동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설 연휴 전후로 김 씨가 유기견 봉사 활동 등 외부 일정을 논의 중이라는 설도 제기됐다.
윤 후보 선대본부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김 씨의 등판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논의된 바도 확정된 바도 없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김 씨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선대본에서 검토해 등판 시점을 논의하지도 않고 있으며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내용은 모두 추측에 불과하다"고 했다.
가족들이 선거운동을 돕는 것이 후보들에게 도움이 될지, 아니면 기존 리스크의 연장 선상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후보보다 배우자들이 더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소재들을 많이 갖고 있어 선거 외적으로 관심을 끄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없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김혜경 씨의 선거 운동이 도움 됐다면 이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고 올라갔을 것"이라며 "후보 배우자들이 선거운동이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줄지는 의문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