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촉법소년'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봇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걸어서 민심 속으로’ 일정의 일환으로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서울 마포구 연남동 거리를 찾아 시민들과 셀카를 찍고 있는 가운데 차별금지법 시위를 나온 시위대가 손피켓을 들고 서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더팩트ㅣ연남동=송다영 기자] "촉법소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시민) "저는 연령을 낮추자고 했습니다.(이재명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거리를 걸으며 시민들을 만났다. '젊음의 거리'라 불리는 홍대 명성에 맞게 현장에는 다양한 이들의 의견이 이 후보에게 쏟아졌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피켓을 들고 이 후보의 발걸음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인디밴드 '라이브 클럽'을 기억해 달라며 문화예술인들의 지원 제도를 마련해달라는 청년 음악가도 이 후보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회색 목도리와 장갑을 끼고 베이지색 코트를 입고 연남동 거리에 등장했다. 이 후보는 등장부터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에서 내리려다 지지자들이 환호를 지르자 버스 계단에서 멈춰 주민들을 향해 손 인사를 먼저 하는 '쇼맨십'을 보였다.
이날 이 후보는 코로나19 탓에 접촉을 최소화해야 해서 장갑을 끼고 나왔다고 밝혔다. /연남동=송다영 기자. |
연남동 거리를 걷기 시작한 이 후보 주위로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셀카를 요청하는 시민들과 사진을 찍으며 "몇 표 해줄 거냐"고 묻기도 하고 "대통령 되라 그러지 말고 되게 (투표) 해 주세요"라고 너스레도 떠는 등 민심을 구애했다. 이 후보는 "꼭 당선되라"는 덕담을 건넨 시민에게는 "당선시켜줘야 (대통령) 할 것 아니냐"며 웃음 섞인 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한 시민은 이 후보에게 "(요즘) 꼭 필요할 것 같아서"라며 '아연 영양제'를 선물했다. 유세 동안 지지자들은 "천재명" "효(孝)재명" "국민 효자 이재명" 등의 연호를 외쳤다. 특히 '효자'는 최근 공개된 이른바 '욕설 파일'을 의식한 응원으로 보였다. 이 후보는 자신이 형수와 형에 욕설하게 된 이유로 형인 故 이재선 씨가 친모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 후보의 지지자들과 친이(親李) 성향의 유튜버들이 주도했던 기존의 매타버스 때와 달리, 이날 연남동에는 사회문제와 관련해 '자기 의견'을 피력하려는 이들이 이 후보를 에워쌌다.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를 폭행해 숨지게 한 양모가 2심에서 35년형을 선고받은 이른바 '정인이 사건(아동학대치사)'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해 달라고 이 후보에게 무릎을 꿇은 시민 단체도 있었다. 이들은 '정인이의 몸이 살인 증거'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었다.
한 시민은 "후보님 도와달라. 저희는 누구라도 붙잡고 애원하고 싶어 나왔다. (정인이 양모는) 대학을 나왔다고 감형됐다. 아동 인권보다 살인자 인권이 더 중요하면 어린이 인권은 누가 지켜주냐"며 아동 학대의 솜방망이 처벌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고 손을 잡아 일으켜 줬다. /연남동=송다영 기자. |
3명의 중년 여성들은 유세 중 이 후보 앞으로 와 '아동 인권을 지켜달라'며 무릎을 꿇고 울기 시작했다. 그중 한 시민은 "분당 사는 60대 엄마다. '정인이 사건'을 파기환송해 달라"며 통곡했다. 다른 한 시민은 "후보님 도와달라. 저희는 누구라도 붙잡고 애원하고 싶어 나왔다. (정인이 양모는) 대학을 나왔다고 감형됐다. 아동 인권보다 살인자 인권이 더 중요하면 어린이 인권은 누가 지켜주냐"며 아동 학대의 솜방망이 처벌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고 손을 잡아 일으켜 줬다.
한 시민은 이 후보와 사진을 찍고선 "촉법소년(만 10세 이상~14세 미만으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 후보가 "저는 연령을 낮추자고 했다"고 밝히자 그는 "(저도) 똑같은 생각"이라며 흡족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 청년 예술가 남성도 이 후보에게 다가와 "문화 예술 지원 중점을 말씀드리겠다. 인디밴드 활동하는 '라이브 클럽'을 꼭 기억해 달라. 나이트 클럽이 아니다"라며 "라이브 클럽은 돈 없는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창작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우리끼리) 돈이 없어서 저렴한 데 모이는 데다. 근데 월세 낼 돈이 없다. 제도상의 지원책이 있었으면 한다"고 이 후보에게 제언했다. 이 후보는 발걸음을 옮기며 보좌진에게 '(청년의) 연락처를 받아놓으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또 이 후보의 행보 내내 그림자처럼 함께한 이들이 있었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나중에를 끝내자' '대통령보다 차별금지법' 등의 문구가 적힌 오색찬란한 피켓을 들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친 시민단체였다. 이들은 "이 세상에 차별받을 사람은 없다" "이재명 후보님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주십시오" 등의 구호를 연신 외치며 행렬을 함께 했다. /국회취재사진기자단 |
이 후보의 행보 내내 그림자처럼 함께한 이들도 있었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나중에를 끝내자' '대통령보다 차별금지법' 등의 문구가 적힌 오색찬란한 피켓을 들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친 시민단체였다. 이들은 "이 세상에 차별받을 사람은 없다" "이재명 후보님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주십시오" 등의 구호를 연신 외치며 행렬을 함께 했다. 이 후보 지지자들은 "시끄럽다" "아까 많이 나왔다. (사진) 각도가 안 나온다"며 시위자들에게 야유를 보냈다. 한 지지자는 이들이 이 후보의 행진에 방해가 된다고 여긴 듯 손으로 피켓 든 이를 밀쳐내기도 했다.
'장난기가 많다'고 고백했던 이 후보의 성향이 드러나는 순간도 있었다. 유세 행렬의 맞은편 길에서 멀찍이 걷던 20대 여성 3명과 눈이 마주치자 이 후보는 별안간 그들에게 '쌍따봉(양손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듬)'을 치켜 세웠다. 이에 여성 시민들은 웃으며 이 후보와 인사를 하고는 가던 길을 계속 향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즉석연설에서 "하루가 다르게 여론조사가 교차된다. 5000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될 수 있다"며 민심에 호소했다. 이어 그는 "여기에 계신 분들이라도 주변에 알려달라. 왜 유능한 대통령이 돼야 우리 삶이 나아지는지, 왜 권력을 사적으로 측근을 위해 쓰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쓰는 사람이 돼야 하는지를 설명해달라"고 밝혔다.
이 후보는 또 "여기 계신 한분이 (형수 욕설 관련) 영상 보는 사람 하루에 한 명에게라도 말해달라"며 "‘(이 후보) 집안 얘기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좀 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선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지금까지 잘못하고 부족했던 것을 여러분이 용서하고 기회를 주면 지금까지 잘못했던 책임감까지 더해서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결과로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선제 타격론'을 두고는 "이기는 전쟁을 바라느냐, 평화를 바라느냐"면서 "여기가 다 부서지고 죽고 다치고 없어진 다음에 저 사람들이 더 많이 부서져서 내가 이기면 뭐 하겠냐"고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