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는 속수무책…"문제 쉽게 풀 수 없어"
더불어민주당이 정청래 의원의 탈당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며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대선을 40여 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난제를 떠안았다.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봉이 김선달'이라고 빗대 불교계의 반발을 산 정청래 민주당 의원의 탈당에 대해 당내에서 주장이 엇갈린다. 이재명 대선 후보를 비롯해 선대위는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대선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핵관(이재명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을 언급해 논란의 중심에 선 지 이틀째 언론과의 연락을 두절하며 침묵하는 상황이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해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 이를 받는 전통사찰을 '봉이 김선달'이라고 표현해 불교계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후 사과했지만 불교계가 그의 탈당, 제명까지 요구하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이런 가운데 정 의원이 지난 18일 돌연 이핵관이 찾아와 탈당을 종용했다고 폭로하면서 논란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후보는 이핵관에 대해 "모른다"고 선을 그었지만, 당내에선 이 후보가 스스로 결단을 내려주길 바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민주당 선대위 공동상황실장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공개적으로 그의 자진 탈당을 요청했다. 조 의원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솔직히 차마 말은 못 하지만 마음속으로 자진해서 탈당해줬으면 하는 의원분들이 주위에 많을 것"이라며 "선당후사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불교계가 강력하게 요구하는 사안이니 박빙이 예상되는 치열한 대선 국면에서 당을 위한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정 의원이 논란을 사전 차단할 기회를 놓치고 화를 키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정 의원 발언이 알려진 뒤 대한불교조계종은 정 의원에게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했으나 정 의원은 여러 차례 거부하다 다음 달에야 SNS를 통해 사과를 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돌아서 버린 민심을 달래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내부에선 정 의원의 '이핵관'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내홍을 비판, 공세 하는 차원에서 사용했던 단어를 꺼내면서 분란을 야기한다는 우려가 나왔다.
민주당 내에서는 당을 위해 정 의원의 탈당이 불가피하다는 측과, 반민주적이라는 측으로 갈렸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해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만나기 앞서 대웅전에서 참배하고 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민주당 의원들. /국회사진취재단 |
반면 탈당을 종용하는 일은 반민주적이라며 강한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5선 중진 이상민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장막 뒤에서 탈당을 권유한 게 사실이라면 그 자체가 반민주적이고 매우 음습한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의원 직책이나 국회의원 당의 소속은 유권자로부터 선택받은 자리이고 이에 대해 누가 사사롭게 탈당을 권유하고 압박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잘못한 게 있으면 징계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그게(정 의원의 발언) 어떻게 징계할 일인가"라고 했다.
정 의원의 SNS에도 "후보의 뜻이라고 해도 탈당 반대다. 힘내세요" "정말 이재명의 뜻이라면 투표를 안 하겠다" "표에 눈이 멀어 그런 소리를 할 거면 차라리 그분(이핵관)에게 머리 깎고 절로 가라 하시죠" 등 누리꾼들의 응원 댓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정 의원이 탈당하더라도 불심 회복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정 의원의 '봉이 김선달' 발언이 도화선이 됐을 뿐, 불교계의 집단행동은 문재인 정부 내내 쌓인 불만에 기인한 것이므로, 보다 근본적인 대책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계종은 그동안 공개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해왔다.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 때 미사에 참석하거나 가톨릭 성직자를 접견했던 일을 대표적인 종교편향 사례를 언급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국공립합창단이 찬송가 공연에 치우쳐 있고, 경기도 광주시의 천진암과 주어사를 가톨릭 성지화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 의원의 탈당 논란과 맞물려 불교계의 반발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다. 조계종은 21일 오후 조계사에서 전국 주요 사찰 주지 등이 참석하는 '전국 승려 대회'를 여는 데 이어 대선을 코앞에 둔 다음 달 말 전국 승려와 신도들이 함께하는 '범불교도대회'를 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 후보 측과 선대위는 정 의원 논란이 당내 갈등으로까지 번진 상황에서 별도의 방안 없이 속수무책인 분위기다. 선대위 관계자는 "빨리 (논란을) 정리하면 좋겠지만 이런 문제는 쉽게 양측이 풀 수 없다"며 "열심히 계속 사과하고 진정성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unon89@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