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여성 정책 내가 제일 좋다"며 '남녀 임금·성비 공시' 주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젠더·노동자·다양성 이슈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에 출연해 자신이 "인권 감수성이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닷페이스 갈무리 |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젠더·노동자·다양성 이슈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에 출연해 자신이 "이대남(20대 남성) 말고 이대녀(20대 여성)에게도 쩔쩔 맨다"고 말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19일 오후 8시에 공개된 유튜브 영상에서 이 후보는 4명의 여성 패널과 차례로 '20대 여성의 우울증' '유력 정치인들의 권력형 성범죄' '차별금지법 제정' '직장 내 성차별' '여성 유권자들이 이재명을 안 좋아하는 이유' 등을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이 후보는 과거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였던 박원순 전 시장, 안희정 전 지사의 권력형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인간 이재명은 어떻게 통과했냐'는 질문에 "저는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여성 또는 여자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할 정도로 타인 인권 침해에 매우 감수성 있는 편"이라고 자평했다.
이어 이 후보는 "상급자들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등이 논쟁이 되는 것을 보면서 '대체 이걸 근본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펜스룰(성폭력을 방지한다는 의도로 직장 내에서 여성을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것)을 적용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것 또한 인권침해이자 차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제 주변 사람들이 나를 두고)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두려움은 없었다"며 "며칠 전에도 내가 성남시장일 때 '성추행을 당했다'는 거짓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왜곡 공격을 당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에 패널은 이 후보의 발언이 "'나는 아닌데 쟤네가 나한테 (성폭력을) 했다고 하면 어떡하지?'라고 선을 긋는 듯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 (이 후보와 패널 사이) 대화에 차이가 있다고 느꼈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는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들이 이룬 업적이 상당한데, 왜 폄하를 당하는지' 이유를 묻는 패널의 질문에는 "인식의 문제다. 페미니스트 또는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도 한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어버이'라는 말도 '어버이연합(강성 보수단체)'이 생겨나며 의미가 혼란하게 됐다. 페미니스트 또는 페미니즘도 범위가 넓은데 단어가 하나라서 해석을 각자 달리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이 후보는 "성평등은 전체적으로 여전히 개선해야 될 중요한 사회적 구조다"라며 "청년 세대들 입장에서는 어차피 기회가 너무 많이 들어 모두 어려운 상황인데, 어려운 사람들끼리의 충돌이 발생한다는 게 제일 안타깝다"며 최근 격화된 남녀 젠더 갈등을 시사했다.
'청년 문제는 이대남, 이대녀가 다 상황이 비슷한데 왜 이대남 호칭을 붙여 쩔쩔매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이대녀에게도 쩔쩔맨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이 후보는 닷페이스 출연에 대해 "(선대위에서) 오늘도 나가지 말고 방송 취소하자고 난리였다"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이는 닷페이스 출연 결정이 알려지자 이대남 사이에서 강한 반발이 일었던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는 "저는 청년 세대들의 갈등 문제가 불평등과 기회 부족에서 왔다고 봤기 때문에 그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구조 안에서 싸우고 있는 양측에 대해 어느 한 쪽을 얘기를 해도 오해받거나 불필요하게 갈등을 격화시킨다고 봤다. (그래서) 거리를 유지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최근에는 거리를 가까이해서 (양측의) 들어보자고 했더니 '거기는 가지 마라' '저쪽으로도 가지 마라'라며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청년 문제는 이대남, 이대녀가 다 상황이 비슷한데 왜 이대남 호칭을 붙여 쩔쩔매냐'는 질문에 이 후보는 "이대녀에게도 쩔쩔맨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닷페이스 갈무리 |
이어 여성, 성소수자 등 젠더 정책 등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두고 이 후보는 "자유와 평등한 세상이라는 것은 어느 영역에서도 무시하면 안 된다. 해야 한다고 본다"고 의사를 밝혔다. 다만 "강행 처리는 아니다. (오히려) 오해를 해결하면 불합리하게 반대하는 분들의 입지가 매우 좁아진다. 그때 입법을 하자는 것"이라고 먼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성 소수자 청년들이 '차별금지법 제정' 시위 현장에서 이 후보에게 항의성 발언을 했을 때 그들을 보고 "다했죠?"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떠난 것에 대해선 "(그때) 내가 지나치게 쌀쌀맞았다는 평가를 받을만 했다. 예정된 생중계 토론 전에 그냥 지나가도 되는데 '얘기는 들어보자'해서 (서서 들었는데) 시간이 심하게 오래되고 목소리도 커져서 내가 감정적으로 반응했다"며 "(그런 반응을) 하지 말걸"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 후보는 여성 청년이 왜 이재명 안 뽑으려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살아온 행태 때문일 가능성이 많다. 거칠어 보이고 반항적으로 보이고, 욕했다고 하고. 여성적 시각에서 보면 멀게 느껴질 가능성 있다"며 "정치 기득권과 싸우면 부딪히다 보니 언론에서도 매우 나쁜 사람으로 '이미지화'된 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가부장적인 분위기 그리고 경상도 출신이다 보니 바꾸려고 해도 (그런 성향들이) 남아있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코로나19 시기를 겪은 여성의 자살률과 우울증이 증가한 것을 두고 "보통 여성이 취업하는 서비스업 영역이 무너졌다. 소득이 끊기고 미래가 불안해졌다. (그런데) 재난 상황에서 국가가 책임을 국민이 지도록 떠넘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선 후보 중 자신의 여성 공약이 제일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젠더 폭력 문제, 여성의 안전 문제, 디지털 성범죄 예방과 피해자 지원, 고용 지원과 유리천장 제거 등 여러 가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 후보는 남녀 임금 격차와 관련해 "제일 중요한 과제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의 확립이다. 노동으로 소득을 얻는 단계에서 평등이 관철되지 않으면 다른 영역에서도 쉽지 않다"며 "동일한 직급에 동일한 노동을 하는데 남녀 성비가 어떻게 되느냐, 채용 성비도 응시자 비율 대비 최종합격자 비율 등을 공시할 필요가 있다. 성비뿐만 아니고 임금도 공개하자"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난 18일 여성 공약을 발표하며 남녀 임금 격차 완화 방안으로 공공분야의 '고용평등 임금공시제'를 도입하고 민간 분야로도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