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정의당…칩거 끝내고 돌아올 심상정의 선택은?
입력: 2022.01.16 00:00 / 수정: 2022.01.16 09:40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현 선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2021년 8월 24일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있는 심 후보. /남윤호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현 선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2021년 8월 24일 의원총회에서 생각에 잠겨있는 심 후보. /남윤호 기자

선대위 쇄신안 밝힐 듯…중도 사퇴 여지도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정의당이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대선을 50여일 남기고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선거운동 활동을 전면 중단한 채 칩거에 돌입했다. 일괄사퇴한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는 그가 들고 올 대안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거대 양당 대결구도가 공고해진 대선 국면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던 심 후보가 숙고 끝에 지지율 정체 위기 상황을 타파하는 묘수를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심 후보는 지난 12일 밤늦게 돌연 '모든 일정 중단'을 밝히고 자택에서 칩거 중이다. 이 과정에서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에 배경과 향후 계획 등도 일체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그의 연락 두절로 당 내부에서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가중되자, 칩거 사흘째인 지난 14일 자택에서 여영국 당대표와 회동해 일정중단 심경과 향후 행보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심 후보는 "진보정치 20년의 세월 동안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는데 진보정치 한길을 걸어온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소명의식을 포기하지 않겠다.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진보정치인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후보 사퇴설에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심 후보와 약 1시간 30분가량 대화한 여 대표 역시 "후보 사퇴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급등하고, 내부에선 진보당, 녹색당 등과의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된 점을 심 후보가 칩거에 들어간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는다.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도 일괄 사퇴하며 사실상 해체했다. 13일 선대위회의가 열리는 국회 정의당 회의실이 비어 있는 모습. /이선화 기자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도 일괄 사퇴하며 사실상 해체했다. 13일 선대위회의가 열리는 국회 정의당 회의실이 비어 있는 모습. /이선화 기자

정의당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국민 지지를 크게 얻지 못한 점을 성찰하고 당과 선거운동을 쇄신하는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분위기다. 심 후보의 낮은 지지율이라는 최근 상황 외에 세대교체 실패, 당 정체성 논란 등 근본적인 문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라디오에서 심 후보의 칩거에는 2019년 당시 조국사태에 대한 정의당의 대응과 진보정당으로서의 미래 비전 부족, 후보 지지율 정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심 후보의 칩거는) 당이 지금까지 해왔던 부분에 대한 성찰과 다시 한번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계기점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을 썼다. 조국 사태 당시 '불공정'이라는 여론에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에 찬성 입장을 내면서다. 숙원인 '교섭단체'를 목표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위해 여당과 손을 잡아야 했다. 그러자 당원들의 탈당 행렬이 이어졌고,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1석, 비레대표 5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253개 지역구에 73명의 후보를 내면서 선거자금으로 은행에서 43억 원을 대출받아 극심한 재정난에 허덕이는 속사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종철 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 터지면서 민주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성평등과 젠더 문제에 앞장서 온 정의당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동시에, '포스트 심상정 체제' 세대교체 시도가 실패하는 또 한 차례 위기를 맞이한 바 있다.

심 후보는 여영국 정의당 대표와 만나 진보정치 정치인으로서 소명의식을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말하며 중도 사퇴서을 일축했다. 14일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간 심상정 대선 후보의 경기도 고양시 자택을 방문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여 대표(오른쪽)와 이은주 의원. /뉴시스
심 후보는 여영국 정의당 대표와 만나 "진보정치 정치인으로서 소명의식을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말하며 중도 사퇴서을 일축했다. 14일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간 심상정 대선 후보의 경기도 고양시 자택을 방문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여 대표(오른쪽)와 이은주 의원. /뉴시스

심 후보의 장고는 이번 주말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50여 일 남겨둔 상황에서 '후보 칩거'라는 혼란스러운 상태를 오래 끌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 대표도 기자들에게 "숙고 시간이 끝나면 이번 주 일요일(16일)은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후보도 너무 길지는 않도록 하겠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칩거를 끝낸 심 후보는 선대위 전면 쇄신안을 들고나올 것으로 보인다. 당도 심 후보의 결단을 받아들이기 위해 선대위를 해체한 상태다. 일각에선 장혜영·류호정 두 의원을 투톱으로 하는 개편안도 거론되고 있다. 정의당은 15일 대표단과 의원단, 광역시도당위원장 간 비상연석회의를 소집해 쇄신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장 선대위를 해체하는 것을 보니 선대위 개편을 우선 생각하는 것 같다. 두 거대 정당도 초반에 지지율이 잘 안 나오니 선대위를 개편하고 분위기를 쇄신했다. 다만 정의당도 똑같은 요법을 취해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심 후보가 비전과 정책을 완전히 새롭게 다시 내놓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의당은 선을 긋고 있지만 쇄신 후에도 지지율 정체가 이어질 경우 중도 사퇴 또는 단일화 여지도 간과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평론가는 "이번 대선은 박빙 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심 후보도) 처음에는 단일화를 고려하지 않았을 텐데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이제는 고민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라고 했다.

근본적으로는 정의당의 정체성과 방향 설정을 명확히 해 존재감을 되찾아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거대 양당의 진영 대결이 네거티브 선거로 치닫는 상황에서 정책과 비전을 내세우는 정의당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잘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박원석 전 정의당 사무총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후보가 고민을 깊게 하니 누구보다 대안을 갖고 올 거라고 본다"면서 "일단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이 잘 보이지 않는다. 지지율이 낮은 것을 떠나 안 보인다는 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 득점타를 못 날리고 있다는 것이다. 사상 최악의 비호감 선거,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선거인데 정의당의 정책 비전이 국민에 전달이 잘 안 된다. 지금까지의 선거 운동이나 후보 활동이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정의당이 이 시대에, 이번 선거에 왜 필요한지에 대한 물음에 답해야 한다. 정권교체는 국민의힘이 한다고 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왼쪽이든 오른쪽 공약이든 다 집어삼키면서 다 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정의당이 이번 대선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국민이 선뜻 납득하거나 수긍, 지지하지 못하고 있다. 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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