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또 한번 난관에 봉착했다. '서울의소리' 촬영 기자 A씨가 부인 김건희 씨와의 통화한 내용을 MBC에 넘긴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오는 16일 7시간 분량의 음성 파일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남윤호 기자 |
정치권 "법원 판단이 중요 분수령 될 것"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국민의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진화를 위해 총동원됐지만, 쉽지 않다.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와 유튜브 채널 기자의 총 7시간 통화 녹취록 공개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내홍을 겪으며 하락했던 지지율이 다시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김 씨 전화 녹취록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며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국민의 힘은 '정치공작'이라고 규정하며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총력 대응에 돌입했다. 윤 후보의 향후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13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 씨는 친여 성향이라 불리는 유튜브채널 '서울의소리' 촬영 담당 기자 A씨와 지난해 8월부터 약 15차례, 7시간 동안 통화했다. A씨는 이 통화 녹음 파일을 MBC 측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오는 16일 김 씨 음성 녹음파일 공개'를 예고한 상태다.
음성 녹음 파일이 조만간 공개된다고 보도한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비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검찰수사, 정대택 씨 국정감사 증인 불출석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김 씨가 유흥주점에서 일했다는 이른바 '쥴리 의혹'을 실명으로 증언한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연맹 회장 등에 관한 내용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즉각 법적 조치에 나섰다. 이양수 선거 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 김 씨 명의로 방송금지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는 "오늘 MBC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했다"며 "이 모 씨가 접근한 과정, 대화 주제, 통화 횟수, 기간 및 내용을 보면 ‘사적 대화’임이 명백하고 도저히 '기자 인터뷰'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녹음 파일을 공개 보도하는 매체에 대해선 강력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예고하고, 이 파일 내용을 공개하는 방송 및 언론사에는 선거법 위반 여부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하기로 했다. 앞서 법률지원단 유상범·정점식 의원은 전날(12일) A 씨를 공직선거법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현 사안을 '악의적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맹공격에 나섰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선대본 회의에서 "이것은 명백한 정치공작이자 도둑녹음을 상업적으로 유통하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며 "MBC까지 가담해서 우리 당 윤 후보를 모욕하려는 시도는 후보자 비방죄에 해당되며 선거·정치 중립 위반"이라고 했다. 이어 "해당 사안에 대해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부도덕하고 교활한 정치공작 행위에 대해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영세 선대본부장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녹취록은 아주 비열한 정치공작 행위로 본다"고 했다.
다만, 선대본부 측에서도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해선 정확한 파악이 안 된 것으로 보인다. 권 본부장은 "7시간 이야기한 건 오랜 기간 대화한 걸 조금씩 편집한 거라 본인도 어떤 내용인지 기억 못 하는 걸로 짐작한다"며 "공개하겠다고 예고만 하니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면서 "잘 지켜보겠다"고 했다.
추가 대응에 대해선 아직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 씨 관련 문제에 대해 당 차원의 내부 논의나 TF팀 구성은 아직"이라며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선대본부 차원에서 이 부분에 대해 논의는 하고 있으나 아직 특별한 대책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선거대책 회의에서 현재 상황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맹공격을 퍼부었다. 특히, 통화 녹음 파일을 유출한 A씨에 대해선 공직선거법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으며, 방송사 MBC에 대해선 '방송 금지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이선화 기자 |
정치권은 김 씨 논란이 윤 후보 지지율 하락으로 직결할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개인의 사적 통화 내용을 본인 몰래 녹취한 뒤 언론사가 방송사에 유출하는 것 자체를 두고 윤리적 법적 문제를 따져야 한다고 했다. 다만 무단 공개에 분명한 문제가 있지만, 방송된다면 이후의 파장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 평론가는 "김 씨 관련해선 여러 차례 논란이 있었고 사과까지 한 상황이다"면서도 "얼마만큼의 파급효과가 있고 윤 후보가 얼마나 타격을 입을지에 대해선 방송 이후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미 김 씨가 학력 위조·부풀리기로 수많은 리스크를 노출하고 있으며, 정권교체 여론이 높다는 점을 거론하며 "윤 후보 지지를 철회할 만큼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통화 내용이 방송사를 통해 방송된다면 분명히 윤 후보에게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다"면서도 "유권자들의 마음이 이미 굳어진 만큼 '정권교체'라는 본질적 문제를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 씨가 MBC를 상대로 이날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은 14일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