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위성 정당'의 씁쓸한 추억, 정치 개혁 계기 삼아야
입력: 2022.01.14 05:00 / 수정: 2022.01.14 05:00
비례위성정당의 탄생으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담은 공직선거법 의미가 희석된 가운데 마지막 남은 위성 정당 열린민주당이 더불어민주당과 합당으로 사라지게 됐다. 사진은 2019년 12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하자 격하게 항의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국회사진취재단
비례위성정당의 탄생으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담은 공직선거법 의미가 희석된 가운데 마지막 남은 위성 정당 열린민주당이 더불어민주당과 합당으로 사라지게 됐다. 사진은 2019년 12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하자 격하게 항의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국회사진취재단

유명무실 '대표성 강화' 제도 개선 필요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결국 돌고 돌아 지금에 이르렀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14일 합동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통합을 매듭짓는다. 실무적인 절차가 남아 있지만 사실상 합당 선언으로, 열린민주당은 창당 약 2년 만에 사라진다.

열린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 국면에서 탄생한 이른바 '위성 정당'이다. 민주당은 정의당, 바른미래당(민생당 전신) 등 군소정당과 함께 대표성을 강화한다는 명분 아래 공직선거법을 강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연동형'은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구 의석과 정당 득표에 맞춰 연동한다는 의미로, 기존 '병립형'에 비해 지역구 의석은 적지만 상대적으로 정당 득표는 많은 군소정당에 유리하다. 다만 논의 과정에서는 비례대표 의석을 기존(47)대로 유지하되, 이 중 30석을 연동형으로 하고, 반영률을 연동형의 절반인 50%만 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변형됐다. 이에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선거법을 강행 처리할 경우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핵심이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우기 위해 군소정당의 협조를 구해야 했던 민주당은 선거법을 끝내 강행했고, 그 결과 설마 했던 위성 정당이 실제로 탄생했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위성 정당(미래한국당)을 '꼼수'라고 비판했지만, 총선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 결국 자신들도 다급히 위성 정당(더불어시민당)을 만들어 총선에 뛰어들었다. 이후 이들 위성 정당은 총선 후 통합됐는데, 마지막 남은 위성 정당인 열린민주당까지 이번 합당으로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합당으로 위성정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지난해 11월 22일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 통합 협상 대표단 상견례에서 손 잡은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왼쪽 부터), 정봉주 전 의원, 우상호·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선화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합당으로 위성정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지난해 11월 22일 더불어민주당-열린민주당 통합 협상 대표단 상견례에서 손 잡은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왼쪽 부터), 정봉주 전 의원, 우상호·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선화 기자

위성정당은 사라지지만 이들이 국민에 들려준 잡음은 여전히 씁쓸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21대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친문(親文)' 적통논쟁을 벌이며 유권자 눈살을 찌푸리게 한 바 있다. 총선 투표일 당일에는 더 가관이었다. 유권자들은 '48.1㎝'에 이르는 역대 최장 정당 투표용지를 받아들고 투표해야 했다. 용지가 너무 길어 손으로 개표하느라 결과도 다음 날 오전에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 으르렁대던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21대 국회가 개원하자 손을 잡고 의기투합했다. 여야 간 이견이 첨예한 안건에 대해 90일간 충분히 논의하자는 취지로 구성된 안건조정위에 열린민주당 의원을 투입해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이 같은 '꼼수'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한 법안은 10여 개가 넘는다.

유권자 대표성을 높이고 다당제를 목표로 했던 준연동 비례대표제는 사문화된 지 오래다. '위성 정당'이라는 기괴한 정치세력을 양산했던 정치권은 이번 합당을 더 나은 정치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분기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해 11월 '꼼수' 위성 정당 창당에 사과하면서 '위성 정당 방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최근 피선거권 연령과 정당 가입 연령을 각각 만 18세와 만 16세로 하향하는 등 개혁 과제를 완수해냈다. 특위에서 다시는 위성 정당이 등장하지 않도록 관련법을 보완하고, 지지율에 따라 대표성을 높이는 방안을 지금부터 논의할 필요가 있다.

열린민주당과 합당을 매듭짓기 전, 민주당에 하나 더 당부하고 싶다. 열린민주당은 소속 의원들 상당수가 민주당의 21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인사들이다. 대표적으로 정봉주 전 의원은 과거 미투 논란으로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예비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고 탈락하자 탈당하고 열린민주당을 창당했다. 이런 사유로 민주당은 지난해 5월 당내 경선 탈당 전력자에게 부과하는 감점(25%)을 '합당을 통해 복당한 경우'에도 적용하도록 당헌을 개정한 바 있다.

사실상 한 번 탈당했던 이들에게 합당을 했더라도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도다. 열린민주당에 따르면 이번 합당은 당 대 당 통합이기에 열린민주당 당원은 자연스럽게 민주당에 복당하게 된다. 당헌에는 "당의 요구로 복당하는 등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감산을 달리 적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긴 하지만, 부디 이번만큼은 자당이 세운 원칙을 휴지조각처럼 버리지 않길 바란다.

unon8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