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 역대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는 비교 대상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 4일 청와대에서 2022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청와대 취재기자의 주관적 생각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자멸하는 野, 의혹에 자유롭지 않은 與…'비호감 대선' 반사이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오는 5월 9일 임기가 종료되는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임기 말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임기가 4개월가량 남은 시점에 4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심지어 일부 여론조사에선 대선 득표율보다 높은 국정 수행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다는 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3~5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6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긍정 평가'는 44%, '부정 평가'는 55%로 조사됐습니다. 전주 대비 긍정 평가는 3%포인트(P) 하락하고, 부정 평가는 1%P 상승하면서 긍·부정 격차가 2%P에서 6%P로 벌어졌지만, 임기 말임을 고려하면 역대급으로 높은 지지율입니다.
19대 대선에서 당선됐을 때의 득표율(41.08%)보다 높으며, 두 달가량 남짓 남은 20대 대선의 주요 후보보다도 높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주 대비 3%P 하락한 36%,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전주와 동일한 28%,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6%P 상승한 12%를 기록했습니다.
양강인 윤 후보의 지지층은 그 이유로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는 응답이 72%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후보 개인의 자질과 능력이 뛰어나서'라는 응답은 4%에 그쳤습니다. 반면 이 후보 지지층은 '후보 개인의 자질과 능력이 뛰어나서'라는 응답이 38%로 가장 높았고, '정책이나 공약이 마음에 들어서'라는 응답이 25%로 뒤를 이었습니다.
비호감도는 윤 후보 65%, 이 후보 56%, 안 후보 54%로 모두 50%를 넘었습니다. '도덕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되는 후보'에 대한 조사는 안 후보 35%, 윤 후보 14%, 이 후보 13%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양강 후보의 도덕성 평가가 매우 낮은 것은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 씨와 장모의 각종 비리 의혹이, 이 후보는 전과 4범 전력과 형수 욕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를 종합하면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상당히 높지만, 제1야당의 대선 후보인 윤 후보가 정권교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치는 낮습니다. 이 후보는 상대적으로 능력적인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만, 도덕성이 가장 낮다는 여론이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사상 유례가 없는 '비호감 대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임인년 첫날인 1일 오전 각각 인천 연수구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 서울 동작구 노들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새해 첫 대선 행보를 시작한 모습. /이선화 기자 |
한국갤럽이 머니투데이 의뢰로 3~4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해 5일 발표한 결과도 비슷합니다. 문 대통령 긍정 평가는 39.7%, 부정 평가는 55.9%로 였으며, 이 후보는 37.6%, 윤 후보는 29.2%, 안 후보는 12.9%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정권교체에 대해 물었는데 '현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51.0%로 '현 정권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35.8%)는 응답보다 15.2%P 높았습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인용된 여론조사와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이 가운데 최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 '안보 위기', 중반 이후 '코로나19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간 정부"라고 자평했습니다. 부동산값 급등에 따른 서민 주거 위기에 대해선 몇 개월 전부터 '하향 안정화'가 됐고, 이전 정부보다 공급적인 측면 등에서 딱히 못 한 것은 없다는 대부분의 국민이 공감하기 어려운 평가를 내놨습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조국 사태 등을 통해 확인된 공정의 위기, 결국 제자리로 돌아간 남북 관계 및 한반도 평화, 섣부른 방역 완화 조치로 인한 코로나 사태 악화 등 아직도 진행형인 위기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거나, "앞으로 잘 될 것"이라는 두루뭉술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만 강조합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야당이 중대한 선거를 앞두고 알아선 무너지는 '야당 복(福)'이 임기 내내 있었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패배하면서 전국 단위 선거에서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4연패'를 한 국민의힘은 우세한 정권교체 여론에도 후보의 잇단 실책과 자중지란으로 알아서 무너지면서 '5연패'의 길로 스스로 걷고 있는 형국입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여당 복'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들도 여전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보다 낮은 지지율은 역대 정부에서 임기 말 여당 대선 후보가 미래 권력 후보로서 국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과 다른 상황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윤 후보의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은 지난해 11월 "차기 대선판이 석양의 무법자처럼 되어 간다"라며 "두 명 중 한 명이 지면 한 사람은 감옥을 가야 하는 처절한 대선이다. 비리 혐의자끼리 대결하는 '비상식 대선'이 되어 참으로 안타깝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너무 앞서간 발언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맞는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연말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같은 중대한 정치적 결단을 여당 대선 후보와 상의도 없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었을 정도로 문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여전히 굳건한 것은 이런 비상식 대선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문 대통령과 현 정권에는 좋은 일이겠지만, 국가적으로는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현재 권력은 '실력'과 '복'을 혼동하지 않기를, 미래 권력 후보들은 남은 대선 기간 지금의 혹평을 바꿀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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