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선대위 전면 개편'을 두고 깊은 고심에 빠졌다. 윤 후보는 이틀 째 일정을 취소하고 조직 개편 등 선대위 대폭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정을 잠정 중단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회의를 마친 후 당사를 나서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선대위 개편안 오늘 중 힘들 수도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국민의힘이 정적에 휩싸였다. 3일 선거대책위원회의 사실상 해체를 선언한 이튿날인 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장고에 들어갔고, 당 안팎도 활기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선대위 요직들의 일괄 사의, 의원 전원의 당직 사의 표명 등 파격 행보들이 이어졌다. 이 모든 일이 하루 만에 발생했다.
김종인 총괄위원장이 '선대위 전면 개편' 카드를 꺼내 들자 윤 후보는 4일, 전날에 이어 이틀째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선대위 조직판을 재정비 중이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 후보가 어떤 선대위 체제가 효율적인 선거운동에 도움이 될지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대위 개편 방향은 오로지 후보가 결정할 문제"라 강조했다.
전날 김종인 총괄위원장은 오전 9시경 선대위 회의를 마친 뒤 '선거대책본부 전면 개편'과 '6본부장 총사퇴' 등 선대위 전면 개편안을 발표했다. 오전 7시까지만 하더라도 '타이밍'을 거론하며 선대위 개편에 부정적이었던 그가 두 시간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당초 선대위 쇄신 요구는 지난 2일 김 위원장과 윤 후보 간 비공개 오찬 회동에서 처음 논의됐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해체' 수준의 선대위 개편 논의는 고려하지 않았다. 오후 들어 권성동 사무총장이 보다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해, '6본부장' 총사퇴가 처음으로 거론됐다.
김 위원장이 '선대위 전면 개편'을 발표될 당시, 윤 후보는 한국거래소 개장식에 참석 중이었다.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이 '선대위 쇄신안'을 놓고 논의한 건 맞지만 발표 시점에 대해서는 확정하지 않았다. 윤 후보는 뒤늦게 소식을 접한 뒤 이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당사로 돌아왔다. 입을 굳게 다문 그는 당사 사무실로 직행한 뒤 약 9시간 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후보 패싱 논란'이 불거지자 김 위원장은 이후 'TV조선 인터뷰'에서 "후보한테 내가 연락을 안 하고 발표했기 때문에 후보가 상당히 당황한 것 같다"며 "현재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에 누구 하나 저질러서 발동을 걸지 않으면 시간이 너무 끌어질 것 같아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선대위 쇄신'을 밝히자, 당 안팎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신지예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의 이날 오전 곧바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선대위 개편의 첫 신호탄이었다. 오후에는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김도읍 정책위의장의 사의 표명이 이어졌다. 선대위 전면 개편을 요구하며 자중지란의 '원인'으로 꼽히는 이 대표를 향한 불만이 터져 나오자 원내 지도부에서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이다. 윤 후보 선대위와 이 대표 측의 전선이 드러나자, 이 대표는 작금의 상황을 자신에 대한 사퇴 압박으로 진단하며 "거취에 변함이 없다"고 방어 태세를 보였다.
이 대표가 선대위 합류에 대한 거취를 밝히지 않자 현역 의원들은 긴급 총회를 소집했다. 이 자리는 이 대표 거취 문제를 두고 '책임론'과 '사퇴론 반대' 목소리가 오가면서 내분 성토장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3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를 끝낸 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후보 빼고는 모두 다 바꾼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 "현역 의원 전원이 모든 당직을 내려놓고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상황은 더 급박하게 돌아갔다. 신 전 부위원장 영입이 '악수'로 꼽히자 김한길 새시대위원장도 "책임 지겠다"며 사의를 표했다. 이후 국민의힘 선대위는 김 위원장을 제외한, 중앙선대위의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장 등은 후보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선대위 전면 개편' 카드를 꺼내 들면서 혼선에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공지도 나왔지만, 선대위 측의 실수로 밝혀졌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당초 김종인 위원장도 '사의 표명을 밝힌' 명단에 포함됐었으나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과 이 수석 대변인 간의 의사소통 오류로 발생한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이 상황은 윤 후보가 김 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면서 봉합됐다.
선대위 전면 개편에 '6본부장' 체제 해체는 기정사실화 됐다. 다만, 이 수석대변인은 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의를 표명한 것이지 사퇴 처리한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혼란을 가중했다.
그러자 일각에선 '재신임' 가능성을 제기한다. 당 내부에선 '선대위 쇄신' 명분으로 현역 의원을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이 요직을 내놓으면 '선거는 누가 하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이 수석대변인은 "(윤 후보가) 전원 재신임할지 선택적 재신임할지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윤 후보는 전날 마라톤 회의를 마친 뒤 당사를 나오면서 "선거대책기구에 큰 쇄신과 변화가 있기를 바라고 계셔서 저도 연말 연초 이 부분에 대해서 아주 깊이 고민하고 많은 분들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라면서 "선거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쇄신 작업이)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더팩트>와 취재진과 만나 "오늘 중으로 선대위 개편안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현재 윤 후보가 당 원로들과 외부 인사를 만나 논의 중에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