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만 좀 해달라"…尹 '말실수' 제동 건 김종인 발언 논란
입력: 2022.01.04 00:00 / 수정: 2022.01.04 00:00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가 3일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 발언에 제동을 걸었지만, 정작 (윤 후보에게) 우리가 해주는 대로 연기만 좀 해 달라 부탁했다고 발언해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가 3일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 발언에 제동을 걸었지만, 정작 "(윤 후보에게) 우리가 해주는 대로 연기만 좀 해 달라 부탁했다"고 발언해 또 다른 논란을 일으켰다. /뉴시스

金, 尹 메시지 직접 관리…'후보 연기' 발언 부적절 비판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선대위가 해주는 대로만 연기만 좀 해달라."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선 후보의 실수를 줄이겠다는 의도지만, 정작 본인이 말실수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후보도 김 위원장의 그림자에 가려져 리더십과 정치력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논란의 김 위원장 발언은 3일 의원총회에서 나왔다. 그는 "그동안에 선거운동 과정을 겪어보니 도저히 이렇게 갈 수가 없다. (윤 후보에게) 총괄선대위원장이 아니라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 우리가 해주는 대로 연기만 좀 해 달라 부탁했다"고 전했다.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자신이 선대위 '원톱'에서 지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후보 최측근 참모 역할에 비중을 두고 리스크를 줄이는 역할까지 자처한 것이다. 전날(2일) 윤 후보의 메시지 전략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선거운동을 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면서 "후보가 자기 의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국민 정서에 맞지 않으면 해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했다. 지난해 6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지속적인 실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윤 후보를 지적한 것이다.그는 논란의 '후보 연기' 발언에 대해 "윤 후보는 정치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미숙한 부분이 있기에 가급적 실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후보의 말실수를 바로 잡으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윤 후보의 실언에 제동을 건 셈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3일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우리가 해주는 대로만 연기만 좀 해 달라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선화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3일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서 우리가 해주는 대로만 연기만 좀 해 달라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선화 기자

김 위원장으로서는 윤 후보의 정제된 메시지를 내놓을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 후보가 지난해 12월 말 대구·경북을 방문했을 때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보수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었다. 하지만 여권에 공세 빌미를 주는 동시에 중도층의 반감도 커지는 역효과도 있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윤 후보의 최근 지지율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해 12월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상대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 후보 지지율은 41%, 윤 후보는 37.1%로 집계됐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3.9%포인트로 지난주(2.1%포인트)보다 더 벌어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그렇더라도 김 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연기'를 주문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실수를 줄여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잘해서 이겨 보자'는 의미겠지만, 이건 '후보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로 응축된다"고 해석했다.

이 교수는 "유권자로서는 윤 후보에게 연기를 시켜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되는, 불편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며 "후보를 포장하는 것은 근본적인 (지지율 하락 방지의) 처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공세에 나섰다. 박성준 선대위 대변인은 "윤 후보를 패싱해 갑자기 선대위 개편안을 발표하더니 이제 대놓고 후보에게 시나리오대로 연기만 하라고 주문한 것"이라며 "윤 후보의 무능을 감추기 위해 연기를 해서라도 국민을 속이고 '정권만 가져오면 된다'는 김 위원장의 발상은 너무 놀랍다"고 비판했다.

한편 당사에서 침묵했던 윤 후보는 이날 오후 9시께 당사를 나서며 일련의 모든 사태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고 인정했다.

윤 후보는 "오롯이 후보인 제 탓이고 제가 부족한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깊이 사과를 드리고 있다"면서 "(많은 분들이) 선거대책기구에 큰 쇄신과 변화가 있기를 바라고 계셔서 저도 연말 연초 이 부분에 대해서 아주 깊이 고민하고 많은 분들 의견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선거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쇄신 작업이)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중하게 여러 분들의 의견을 잘 좀 모아서 빨리 어떤 결론을 내리고 우리 선대위에 좀 쇄신과 변화를 주고 새로운 마음으로 심기일전해서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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