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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가 어느덧 절반을 넘겨 임기의 변곡점을 향해 가는 2022년 새해를 맞이해 <더팩트> 취재진은 21대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수', '법안 가결 수', '법안 가결률' 등을 조사해 봤다. /국회=남윤호 기자 |
최다 입법 상위 5인 모두 여당…'초선' 입법 활약 돋보여
[더팩트ㅣ국회=곽현서·송다영 기자] 지난해 4월,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마친 뒤 당선인들은 입을 모아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약속하며 국민들을 향해 몸을 낮췄다. '일하는 국회'를 내세웠던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입법'의 본분을 얼마나 성실히 지키고 있었을까.
어느덧 절반을 넘겨 임기의 변곡점을 향해 가는 2022년 새해를 맞이해 <더팩트> 취재진은 21대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 수', '법안 가결 수', '법안 가결률' 등을 조사해 봤다.
21대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전수조사한 결과, 어떤 의원이 법안을 가장 많이 발의했는지를 따졌을 때 상위 5명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다.
<더팩트>는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및 참여연대의 국회감시사이트 '열려라국회'를 통해 21대 국회 출범 이후 국회의원 295명의 대표 발의(공동발의 제외, 국회의장인 박병석 무소속 의원의 경우 발의가 0건이지만 표본에 포함) 법률안을 전수조사했다.
법안 처리 단계에는 △계류 △대안반영폐기 △원안가결 △수정가결 △철회 등이 있다. 계류는 해당 법안이 상임위에서 논의 중인 단계로서, 본회의에서 표결에 넘어가지 않은 상태다. 대안반영폐기는 위원회가 '원안 법안'에 대안한 내용을 새롭게 반영한 후 다른 법안에 합쳐 반영한 후 폐기해 사실상 '가결'로 본다. 원안가결은 발의자가 제안한 '원안'을 그대로 의결하는 경우이며 수정가결은 해당 상임위에서 토의를 거쳐 원안에 수정을 가해 의결한 것이다. 철회는 발의자가 법안을 스스로 거두어들이는 것이며 폐기는 제출된 안건이 심의·의결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다.
2021년 12월 30일 기준에 따르면, 21대 의원 중 대표 법안 발의를 가장 많이 한 의원은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었다. 민 의원은 총 181건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계류 158건, 대안반영폐기 18건, 철회 5건이다. 특히 민 의원은 올해만 90건을 대표 발의했는데, 이는 4일에 한 번꼴로 법안을 발의한 셈이다.
정무위원회 소속인 민 의원의 대표 법안으로는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 등이 있다. 특히 지난 10월 발의한 '국가보안법 폐지법률안'은 지난 2004년 이후 17년 만에 이뤄진 여당 의원의 발의이며, 현재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민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할 일을 한 것뿐이다. 발의 건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로 시민들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더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민 의원실 관계자도 "현장에서 (국민들로부터) 들었던 입법의 보완점들을 반영하다 보니 숫자가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민 의원에 이어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160건을 대표 발의해 2위에 올랐다. 계류 126건, 대안반영폐기 24건, 원안가결 5건, 수정가결 1건, 철회 4건이다. 정 의원의 대표 법안은 '변호사시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해당 법안은 방송대에 로스쿨을 설치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 의원의 뒤를 이어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135건을 대표 발의해 3위에 올랐다. 윤 의원은 계류 110건, 대안반영폐기 14건, 수정가결 4건, 철회 7건이다. 윤 의원은 "지역 주민과 국민 여러분들이 제도 때문에 겪고 있는 불편함이 있다면 최대한 개선하고 제도 취지에 부합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는데, 이러한 노력들이 가미된 결과로 본다"며 소감을 밝혔다.
4위는 133건을 대표 발의한 송옥주 민주당 의원이다. 송 의원은 계류 88건, 대안반영폐기 32건, 수정가결 7건, 폐기 6건이다. 5위는 127건을 대표 발의한 정춘숙 민주당 의원으로 계류 96건, 대안반영폐기 28건, 원안가결 2건, 철회 1건이다.
반면, 법안 발의를 제일 적게 한 건 김태년 민주당 의원이다. 김 의원은 총 4건의 입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모두 계류 중에 있다.
뒤를 이어 윤건영 민주당·이상직 무소속·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총 5건을 대표 발의해 뒤를 이었다. 이어 이인영·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총 7건을 대표 발의했다.
√대표 발의 법안 중 '가결 수' 최다는 '초선' 이용우, '가결률' 1위는 '초선' 정필모
계속해서 21대 국회 입법 현황을 살핀 결과, '가결 수'가 높은 상위권 5명 의원은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었으며, 그 중 '초선' 의원이 3명(이용우·정필모·임오경)인 것도 눈에 띄는 결과다. 정필모 의원의 경우, 가결 수와 가결률 모두 상위권을 차지했다.
국회의원의 입법안이 아무리 좋은 취지와 내용을 담고 있다 해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실제 국민의 삶에 반영될 수 없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때문에 의원이 발의한 입법이 얼마나 가결됐는 지를 함께 봐야 그 실효성을 따질 수 있다.
취재진은 자료를 종합해 30일 기준 국회의원들의 대표 발의안 중 원안이 그대로 가결된 '원안가결', 원안을 수정해 가결된 '수정가결' 두 가지를 합쳐 가결된 경우(가결안)라고 봤다. 다른 법안에 합쳐져 반영되는 '대안반영폐기'의 경우 통상은 가결로 따지지만, 이번 가결 수와 가결률 계산에서는 제외했다.
해당 기준으로 21대 국회의원의 대표 법안들의 가결 수를 따져서 나온 상위 5명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1위인 이용우 의원은 총 101건의 입법안을 대표 발의해 그중 20건이 가결됐다. 이후 의원들은 모두 11건으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정필모 의원은 45건을 대표 발의했고 11건(원안 7건·수정 4건)이 가결됐다. 뒤를 이어 조승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56건 중 11건((원안 4건·수정 7건)을, 송갑석 의원이 77건 대표 발의 중 11건(원안 3건·수정 7건)을, 마지막으로 임오경 의원이 102건 대표 발의 중 11건(원안 2건·수정 11건)을 가결했다.
취재진은 가결 건수뿐 아니라 전체 대표 발의 건수 대비 가결을 한 비율 또한 주요한 지표라고 판단했다. 이를 반영한 의원들의 전체 발의 법안 대비 가결 법안의 비율((가결안 수/대표발의안 수)*100)인 '가결률' 또한 따져봤다.
그 결과 국회의원들의 대표 발의 평균 가결률은 9.32%였다.
반면 대표 발의한 법안의 가결률이 높은 의원은 정필모(초선)·박찬대(재선)·박범계(3선) 민주당 의원, 이양수(재선) 국민의힘 의원, 김병주(초선) 민주당 의원 순이다.
1위인 정 의원은 초선이자 비례대표 의원으로 총 45건의 법안을 대표발의 했고, 그 중 11건이 가결돼 24.44%의 가결률을 보였다. 이는 평균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발의의 기획에서부터 신중하게 접근했고, 발의 건수보다 정확한 입법을 통해 성과를 내고자 했다"며 "입법의 목적은 국민들의 생활을 개선시키고 실질적 도움을 주는 데에 있다. 아직 통과되지 못한 법의 통과와 국민 편익을 위한 입법 발굴에 더 노력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 뒤로는 24%(대표 발의 25건, 가결 6건)의 가결률을 보인 박찬대 의원, 22.73%(대표 발의 22건, 가결 5건)의 박범계 의원, 21.05%(대표 발의 19건, 가결 5건)인 이양수 의원, 20.69%(대표 발의 29건, 가결 6건)의 김병주 의원 순이다. 특히 이 의원은 가결률 상위권 의원 중 유일한 '야당' 의원이다.
한편 국회의원들이 입법 활동을 할 때에 비단 입법안을 많이 내기만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양과 질' 모두를 따져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 국회 보좌진 A 씨는 "입법 기능에 대한 '양적' 중요성이 커지다 보니 정작, 오래 논의해야 하는 민생 법안들은 4년 내내 계류하다 폐기되고 다음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국회의원들이 '실적' 보다는 법제실과 논의를 통해 의미있는 법안들을 통과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