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등졌던 천정배·정동영 손 잡은 이재명…친문과 결합될까
입력: 2021.12.30 00:00 / 수정: 2021.12.30 00:00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대사면 방침에 따라 구 민주당계 전직 의원들의 복당 신청을 대거 받아들일 예정이다. 29일 고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10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고 있는 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당내 대사면' 방침에 따라 구 민주당계 전직 의원들의 복당 신청을 대거 받아들일 예정이다. 29일 고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10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해 추모사를 하고 있는 이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구 민주계 천정배 등 30일 복당…정대철·정동영 등도 순차 복당 예정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당내 대사면'을 천명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여권 대통합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천정배 전 대표 등 옛 민주당계 전직 의원들이 30일 더불어민주당에 대거 복당한다. 이 후보의 정치적 후원자인 정동영 전 대표를 비롯해 정대철 전 고문 등 동교동계의 민주당 합류도 임박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서진 전략에 맞서 범여권 세력 규합에 나선 것이지만, '국회의원 3선 연임 초과 제한' 등 당내 쇄신 흐름과는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전 대표의 입당으로 이 후보를 향한 친문 '비토 정서'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내 '7인회'와 경기성남라인을 주축으로, 대선 과정에서의 외부 영입 인사와 복당한 구민주당계가 결합하면서 당 주류가 친문에 이어 '친명(친이재명)'으로 교체될지 주목된다.

여권 대통합은 이 후보가 앞장서 왔다. 그는 지난 10월 말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 통합을 이야기하면서 당내 분열을 방치하는 것은 안 된다"며 당내 대사면 추진 방침을 밝혔다. 탈당 후 복당하려는 이들에게 제재를 주는 규정을 고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도 밝혔다. 이 후보가 밝힌 '대사면' 대상자는 대다수 2016년 국민의당 합류를 위해 탈당한 호남 지역 '구 민주계' 인사들이다. 당은 초반에 내부 반발을 의식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합류한 후 호남 이탈 신호를 감지하면서 '여권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마침내 당 지도부는 다음 달 3일부터 17일까지 2주간 복당을 신청한 이들에 대해서는 부정부패, 성비위 전력자를 제외하고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복당 걸림돌로 간주돼온 공천 불이익 조항도 대선 기여도에 따라 감면해준다는 방침을 정했다.

구 민주당계 인사들은 2016년 당시 문재인 대표와 마찰로 당을 탈당한 바 있다. 2016년 11월 20일 야권 대선주자들이 비상시국 정치회의를 열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 시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왼쪽부터). /더팩트 DB
'구 민주당계' 인사들은 2016년 당시 문재인 대표와 마찰로 당을 탈당한 바 있다. 2016년 11월 20일 야권 대선주자들이 비상시국 정치회의를 열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 시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왼쪽부터). /더팩트 DB

이에 따라 '구 민주계' 인사들은 순차적으로 복당할 예정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우선 당대표를 지냈던 천정배 전 대표를 비롯해 유성엽, 최경환, 김광수, 김종회, 김유정, 정호준, 장정숙, 이용주 전 의원 등이 30일 오후 민주당 입당식을 한다. 여기에 전직 기초광역의원, 지역위원장, 당원들도 함께 입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천 전 대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복당 배경에 대해 "민주당을 나와 따로 있었지만 큰 틀에서 말하자면 개혁이나 김대중, 노무현 노선을 버린 사람은 아니다. 선거가 양당 (대결)로 가고 있는데 윤 후보를 돕는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니 원래부터 이 후보를 잘 돕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향후 행보에 대해선 "선거 캠프가 이미 구성돼 가동된 지 오래인데 저 같은 사람이 가서 할 일이 많겠나. 뭘 하겠다고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선거 캠프 관계자들의 요청에 따라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고 했다.

다음 달 초에는 정대철 전 상임고문과 권노갑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도 복당한다. 동교동계 인사들 역시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문재인 대표와의 갈등 끝에 탈당해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 창당을 지원한 바 있다. 이들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복당을 타진했지만, 내부 반발로 당 밖에 머물러 있었다. 당시 친문 당원들은 "동교동계를 받아주면 탈당 러시가 일어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정 전 고문의 당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해 각별한 친분이 있었던 이낙연 전 대표마저도 동교동계 복당설에 대해 "동교동계 원로들은 민주당 바깥에서 원로다운 방식으로 민주당을 도와주시리라 믿고 있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정 전 고문은 복당 시점과 관련해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당에선) 1월 초순이라고 한다. 3~4일경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의 '반문 빅텐트' 영입 대상으로 러브콜도 여러 차례 받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 전 고문은 "선친과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존경하는 선배들이 만든 당으로 다시 들어가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며 "아직도 민주화가 깊이 뿌리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화를 위해 더 노력한 그룹이 힘이 돼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깊이 뿌리 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시대적 소명으로 두 후보가 공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민주당이 조금 더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뜻에서 들어가려 한다"고 민주당 복당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후보의 적극적인 복당 추진 의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고문은 "최근에도 이 후보에게 가끔 전화가 온다. 어떻게 선대위 또는 민주당이 입장을 취하고 국민에 호소할 수 있는지 도와달라고 한다"고 전했다.

구 민주계가 민주당에 들어와 당의 새로운 주류를 형성할지 주목된다. 2018년 12월 14일 선거구 개혁 단식 농성장에서 이야기하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 정대철 민주평화당 상임고문(가운데),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새롬 기자
'구 민주계'가 민주당에 들어와 당의 새로운 주류를 형성할지 주목된다. 2018년 12월 14일 선거구 개혁 단식 농성장에서 이야기하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 정대철 민주평화당 상임고문(가운데),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새롬 기자

정 전 대표는 다음 달 중순께 마지막으로 민주당 문호를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만큼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대표는 참여정부에서 '노무현의 황태자'로 불렸지만, 임기 말 노 전 대통령에게 등 돌리고 열린민주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다. 이 후보는 당시 정 전 대표의 팬클럽 '정통'(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을 이끌며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른바 '박스떼기' '차떼기' 논란으로 정봉주 전 의원 등 친노 세력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들이 민주당에 합류하더라도 당내 친노·친문과의 화학적 결합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우려가 적지 않다. 민주당은 탈당 경력자에 대해 공천 불이익(경선 득표수의 25%, 공천 심사 결과 10%를 각각 감산)을 적용하고 있다. 해당 조항을 완화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권을 둘러싼 분란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대선 기여도'에 따른 불이익 감면을 꺼내든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정 전 고문은 친문 등의 복당 반대 목소리에 대해 "나는 친노의 핵심 세력이었다. 잠깐 갈라졌지만 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는 커다란 목표 앞에서는 힘을 다 합해야 하고, 서로 다른 생각이 좀 있더라도 적응을 잘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또 과거 대선 때처럼 이 후보를 중심으로 당내 새로운 세력이 주류로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친노, 친문 세력이 있듯이 이재명이라는 새로운 대통령이 있으면 아무래도 이재명을 따르는 사람이 대부분이 될 테니까 자연스럽게 세력이 형성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선을 앞두고 친문 세력과의 화학적 결합은 불가피하며, 이를 통해 친명(친이재명) 세력이 당의 새로운 주류로 떠오를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내 쇄신 흐름과 상충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장경태 의원은 통화에서 "그분들이 당내 기득권이거나 호남 맹주로 자리를 잡고 계셨다면 정치 세력 간의 야합으로 비칠 수도 있을 텐데, 그분들은 당내 현역으로 정치권에서 기득권을 형성하고 있는 분들이 아니다"라며 "통합의 의미가 더 강하다. 또 정치 선배들을 예우하는 차원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일축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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