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지난 26일 '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윤 후보에게 '리스크'로 작용하며 지지율 하락세에 영향을 미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김 씨의 사과가 지지율 반등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윤호 기자 |
전문가들, 尹 지지율 하락 제동 가능성…상승은 의문
[더팩트ㅣ곽현서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가 자신의 허위 경력 의혹에 고개를 숙였다. 논란의 당사자 김 씨가 의혹을 일부 인정하고 자세를 낮추는 등 '대국민 사과'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그러나 직접 돌파구를 찾으려는 김 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윤 후보 지지율 반등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씨는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력 위조 등 각종 논란에 대해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다"라며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고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사과했다.
그간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 씨가 정면돌파로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윤 후보의 위기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자신의 각종 논란이 윤 후보에게 '리스크'로 작용하자 사과를 통해 국면을 전환시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실제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정권교체론'을 등에 업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이던 윤 후보의 지지율은 내림세가 뚜렷하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9~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3090명을 상대로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해 27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1.8%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윤 후보는 40.4%, 이 후보는 39.7%를 기록했다. 윤 후보는 지난주보다 4.0%P 하락한 반면, 이 후보는 1.7%P 오르면서 두 후보 격차는 5.7%p에서 오차범위 내 우열을 가리기 힘든 0.7%로 좁혀졌다.
그렇다 보니 김 씨의 사과 시점은 현시점이 적기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선호하는 후보에 대한 여론 형성이 굳혀지기에 지금 윤 후보의 하락세를 차단하지 못하면 앞으로 상황이 어렵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김 씨의 대국민 사과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중요해졌다. 일단 김 씨의 사과로 윤 후보 측은 한숨 돌리게 됐다. 연일 확산되고 있는 김 씨 관련 의혹을 본인이 직접 사과하며 급한 불을 끈 모양새다. 여기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전면 부인 하고 있는 이 후보 상황과 맞물리면서 '어찌 됐든 김 씨는 사과라도 했다'는 면죄부를 얻었다는 평이 있다.
김 씨의 사과문에 대해선 평이 엇갈린다. 각종 의혹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는 여당과 비교된다는 평가도 있지만, 김 씨의 사과문이 대부분 '감정'에 호소해 의혹 해소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남윤호 기자 |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의혹 제기 자체가 사실이 아닌 것도 있기에 김 씨 사과에 대해선 상대적인 평가가 있었다"면서 "이런 유사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사과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사과한 것 자체가 뜻깊다"라고 했다.
하지만 김 씨가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생략한 채 처음 만난 날의 소회, 유산 경험 등을 언급하며 감정에 호소하고 질의응답 없이 자리를 떠나면서 국민의힘의 '희망사항'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김 씨의 사과가 유권자들을 끌어당길 만큼의 소구력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배철호 리얼미터 전문위원은 "김 씨의 사과가 윤 후보 지지율 추가 하락을 막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 제동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급반등까지 할 상황으로 비치지는 않는다"고 했다. 박 대표도 "향후 지지율 하락을 막기에는 충분한 소구력이 있지만, 지지율 반등에는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제기된 김 씨의 논란들이 여전히 미지수로 남자 '공정 대통령'을 비전으로 내세운 윤 후보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김 씨의 사과를 진정성 없는 '쇼'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진정성 있는 사과였다면 구체적이고 꼼꼼한 사과를 했어야 했다"며 "명백한 위조를 잘못 기재했다고 하는 것에 유권자들이 얼마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막판 중도층 표심 견인을 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사과문이 나왔어야 했지만 애매한 김 씨의 사과로 인해 윤 후보 측에 타격을 주게 됐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김 씨를 두둔하며 논란 차단에 힘을 쏟고 있다.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은 김 씨 본인이 스스로 용서를 구하겠다고 결정한 것에 대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감쌌다. 여기에 윤 후보도 김 씨의 기자회견은 본인 뜻에 따라 열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온전히 국민들이 판단할 몫'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김 씨는 사과문에서 대외 활동을 자제하겠다며 선을 그었지만, 공식 석상에 등장한 만큼 등판 디딤돌을 마련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향후 김 씨의 진정성 있는 태도와 행보가 윤 후보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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