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이 던진 '박근혜 사면'…이재명·윤석열 득실은?
입력: 2021.12.26 00:00 / 수정: 2021.12.26 00:00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결정으로 정치권이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스마트강군, 선택적 모병제 공약 발표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왼쪽),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관련 입장 발표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결정으로 정치권이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스마트강군, 선택적 모병제' 공약 발표하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왼쪽),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관련 입장 발표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분열 심화·與 '중도 확장' 반사이익 전망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결정하면서 대선 정국에 미칠 파장을 두고 정치권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내홍을 겪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 힘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는 '기름을 붓는 격'의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큰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결과적으로 '통합' 메시지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박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등 주요 정치 인사를 비롯해 3094명을 오는 31일 특별사면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사면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이번에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전격 결정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통합 차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 사면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8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는 시민들. /이선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통합' 차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 사면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8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는 시민들. /이선화 기자

당 내부에서는 반발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최순실 저격수'로 불렸던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찬성하고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사면 복권의 명분이 모호하고 반대의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도 "국민통합은 국민이 정의롭다고 판단해야 가능하다"며 이번 결정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민주당 선대위 사회적경제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촛불시민의 공론이 전혀 형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권을 발휘한 것은 원칙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이 후보와 민주당 지도부는 문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거리 두기에 나섰다. 이 후보는 특별 사면 발표 후 "문 대통령의 국민통합을 위한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고 했다. 송영길 대표는 "문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짧은 메시지를 내는 데 그쳤다. 민주당은 사면 결정을 두고 당이 청와대와 사전교감이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이번 사면으로 강성 지지층의 일부 반발은 불가피하지만, '국민통합' 차원의 결정이기에 여권에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올해 초 이 전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제기했다가 지지율이 급락했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청와대가 사면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직접 결단을 내렸고 이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입장을 내면서 강성 지지층의 반발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면으로 국민의힘은 내홍이 가속화하는 반면,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이선화 기자
정치권에선 이번 사면으로 국민의힘은 내홍이 가속화하는 반면,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 /이선화 기자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 사면을 환영한다면서 정권교체 여론이 굳건한 상황에서 사면이 대선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당장 국민 대다수가 분노했던 국정농단 사태를 소환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한 듯 이준석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당대표로서 국정농단 사건 당시 당이 충분히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해 송구하다"면서 "차기 정부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개혁하겠다"고 했다. 특히 윤 후보는 국정농단 사태 당시 특검팀 수사팀장을 지낸 인물이다. 윤 후보에 대한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의 반감이 커지면 보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 후보가 이날 사면발표 직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도 이 같은 우려가 배경으로 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특사 대상에서 제외된 점도 보수 지지층 분열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에 두 전직 대통령을 또 갈라치기 사면을 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참으로 교활한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의 비서실, 참모 일동도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사면이 그 시기와 내용 모두 국민화합 차원이 아니라 정략적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 내홍이 깊어지면서 윤 후보가 리더십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반면, 이 후보와 민주당은 일부 강성 지지층의 반발은 예상되나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지지자들 반발이 심하리라 전망하지만 그 사람들이 윤 후보를 찍겠나. 그 정도 내부 반발은 문 대통령도 감수하고 진행하는 것"이라며 "청와대 참모들도 주판알을 튕겨봤을 것이다. 여당으로선 잃을 게 별로 없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번 사면 카드가 갑자기 왜 나왔을까에 초점을 맞춰보면 윤 후보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윤 후보가 안 그래도 지금 캠프 내홍을 겪고 있는데 박 전 대통령까지 풀어주면 내홍은 훨씬 증폭될 것이다. 이 후보와 지지율이 더 벌어지면 친박계가 후보교체론을 들고나올 수도 있다"며 "화재가 발생했는데 기름을 확 끼얹은 꼴"이라고 덧붙였다. 윤 후보 캠프가 친이계 인사 중심으로 꾸려진 상황에서 친박계가 이번 사면을 계기로 당 주도권을 잡으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또 "민주당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사면에 대해 '통합'을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통합 지향적인 모습을 중도층이 부정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중도 외연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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