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그랬구나!"...'이재명-이낙연' 2차 회동의 숨은 조력자는?
입력: 2021.12.25 00:00 / 수정: 2021.12.25 00:00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오찬 자리에서 이 후보와 함께 오는 27일 출범할 선대위 산하 국가비전과통합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이재명 캠프 제공
이재명(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오찬 자리에서 이 후보와 함께 오는 27일 출범할 선대위 산하 국가비전과통합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이재명 캠프 제공

☞<상>편에 이어

"수입해온 이념" 윤석열, 1일 1실언 파문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전과 4범" vs "그럴수록 당선" 거칠었던 '명낙' 회동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다시 만났어. 대선 경선 이후 이미 만난 적이 있는데 이번 회동이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지난 10월에 찻집에서 만났는데 그때는 분출하는 갈등을 가라앉히기 위한 일시적 봉합이었다면, 이번 회동으로 화학적 결합이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높아. 이 전 대표는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상임고문'을 맡았는데, 선대위 바깥에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별다른 역할이 없었어. 그런데 이번에는 선대위 내 '국가비전과통합위원회(비전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주도하기로 했어. 비전위는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 과제를 발굴하는 일을 맡는다고 해.

-현장에서도 두 후보가 화기애애한 모습이었어?

-서울 중구 모 식당에서 오찬을 겸해 만났는데 식당에 이 후보가 약속 시각인 12시에서 약 10분 먼저 도착해 들어갔고, 이 전 대표가 11시 59분께 들어갔어. 이후에 약 1시간 20분에 걸쳐 회동을 끝내고 함께 나왔는데, 이 후보가 이 전 대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어. 대기하는 취재진에게 회동 결과를 알리기 위해 식당에서 10여 미터 떨어진 장소로 이동을 했는데 중간에 계단이 있었거든. 이 후보가 이 전 대표에게 먼저 올라가라고 양보를 하더라고. 또 이 전 대표도 이전 차담회 회동 때보다 한결 온화해진 표정이었어. 이 후보가 먼저 악수를 청하자 미소를 보이기도 했어. 제3자 입장에서 '이제 마음을 비웠다'는 느낌이었어.

23일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이낙연과 함께 하는 길 우리에겐 단 하나의 길이라는 문구가 써진 대형 현수막을 들고 있다. 일부는 민주당이 살 길은 후보교체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사사오입 철회하라 우주최고 이낙연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송다영 기자
23일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이낙연과 함께 하는 길 우리에겐 단 하나의 길'이라는 문구가 써진 대형 현수막을 들고 있다. 일부는 '민주당이 살 길은 후보교체'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사사오입 철회하라' '우주최고 이낙연'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있다. /송다영 기자

-현장에 지지자들도 많이 모였어?

-현장에 11시 50분쯤 도착했는데 이미 이 전 대표 측 지지자 30여 명, 이 후보 측 지지자 10여 명 등이 식당 앞에 진을 치고 있었어.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이 후보에 대한 불만이 상당해 보였어. 이 후보가 식당에 들어가고 나올 때 "이재명은 후보 사퇴하라"고 연호하면서 "전과 4범" 같은 말도 거침없이 내뱉었어. 당직자가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어. 이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의 성토는 회동 내내 이어졌어. 한 중년 남성은 "형수한테 쌍욕을 한 게 뭔 자랑이라고"라고 했고, 또 다른 지지자는 "대한민국에서 이재명만 빼고 아무나 골라서 대통령 앉히면 돼"라고 말하기도 했어. 이에 이 후보 측 지지자도 "너희들이 그럴수록 당선되더라"라고 맞받아쳤어.

-지지자들 마음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지만 그래도 이번 회동에서 비전위 공동 위원장을 맡고, 일시 폐쇄해 논란이 됐던 당원게시판도 재개하기로 하면서 그동안의 '내부 갈등설', '후보 교체설'은 가라앉는 모양새야. 이번 회동은 원래 예정이 됐던 건가?

-양 측이 '해가 가기 전에 만나자'는 공감대는 있었다고 해. 그런 상황에서 특히 '배우자 내조'가 한몫한 것 같아. 원래 이 후보 측에서는 최근까지 회동 일정이 없다고 부인해왔거든. 그런데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가 이 전 대표 부인 김숙희 씨 생일에 맞춰 꽃바구니를 선물한 뒤에 회동 논의가 급진전됐다고 해. 특히 이 과정에서 이 후보 비서실장인 오영훈 의원의 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어. 오 의원은 원래 이 전 대표의 복심인데, 이 후보가 그를 최측근 자리인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도 이런 역할을 기대했던 게 아닌가 싶어.

-그랬구나. 오는 27일 비전위 출범식에서 두 사람이 다시 만난다고 하는데, 기대하는 대로 내부 통합과 중도 확장 효과가 조만간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리 수술을 끝내고 당에 복귀한 이후 1일 1실언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선화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리 수술을 끝내고 당에 복귀한 이후 '1일 1실언'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선화 기자

◆복귀한 송영길 대표의 '과잉 실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채로 발견돼 정치권에 파문이 일었어.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그가 민간사업자 선정과, 초과이익환수조항 삭제 부문에 핵심 실무진으로 관여했고, 관련해 수사당국 조사도 받아왔기 때문에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관심이 집중됐어.

-이 후보는 김 처장의 사망 소식에도 줄곧 침묵하다가 한 방송에 출연해 입장을 밝혔는데 오히려 진위 공방에 휩싸였어. 그는 김 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했는데, 야당이 반박하면서야.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시장 시절 김 처장을 포함해 10여 명과 9박 10일로 호주 출장 갔을 당시 찍은 사진 등을 공개하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어. 해당 사진에는 이 후보와 김 처장,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외 11명의 사진이 담겼어. 이 외에도 2009년 당시 변호사였던 이 후보가 성남정책연구원 세미나에 김 처장과 함께 참석한 사진도 공개했어.

-사진만 보자면 이 후보가 김 처장을 몰랐다는 게 이해가 안 되긴 해. 출장 동행 인원이 많지 않고, 해외를 함께 가면 이야기할 기회도 상대적으로 많잖아. 옆에서 온종일 붙어 있었을 텐데 이름도 안 물어봤다면, 또 알았더라도 잊어버렸다면 한편으론 직원들에게 무심했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어(웃음).

-민주당은 이 후보의 주장을 옹호하기에 바빠. 특히 송영길 대표는 지난 23일 한 라디오에서 "저도 인천 시장 때 간부들과 출장을 함께 가 본 경험이 있다"며 "전원을 다 기억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어.

-송 대표는 두 차례의 다리 수술을 끝내고 당에 돌아왔지?

-맞아. 하지만 복귀한 직후에 계속 '1일 1실언' 논란을 빚고 있어. '김 처장을 몰랐다'고 한 이 후보 발언을 옹호한 것 외에도, 윤석열 국민의힘 배우자 김건희 씨가 '최순실 이상의 실세'라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김 씨가 사석에서도 윤 후보한테 반말한다"는 점을 들어 빈축을 샀어. 또 23일 민주당 선대위 직능본부 출범식 축사 도중에는 이 후보의 음주운전에 대해 "음주도 제보자 얘기 들으러 뛰어가다가 급히 가는 마음에 했다"고 전과를 옹호했어. 송 대표는 이 후보를 향해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인다"라고도 했는데, 의욕이 넘치다 보니 과한 발언들을 쏟아내는 것 같아. 당 일각에선 "다쳤을 때가 더 조용하고 나았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어. 공당 대표와 선대위 지도부 위치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조급함을 내려놓고 발언도 가다듬었으면 좋겠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22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호남 일정을 소화하면서 잇단 실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남윤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22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호남 일정을 소화하면서 잇단 실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남윤호 기자

◆윤석열, 또 실언…당내에선 한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또다시 구설에 올랐어. 이번엔 어떤 말실수를 했지?

-윤 후보는 지난 22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했는데,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되는 발언들이 나왔어. 그는 23일 순천에서 열린 전남선대위 출범식에서 "국민의힘이 그동안 제대로 잘못했기 때문에 호남분들이 그동안 국민의힘에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지지하지 않으셨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정권교체를 해야겠고, 민주당은 들어갈 수 없어서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고 말했어. 여기서 '부득이 입당했다'는 말은 호남의 지지를 호소하는 맥락에서 나왔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여. 실제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윤 후보를 두고 '민주당 프락치'라며 사퇴 또는 후보 교체를 촉구하며 불만을 터트렸어.

-윤 후보는 이 발언에 대해 "민주당 대척점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기본적 입장이었기에 입당해서 당이 더 혁신하고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포용할 수 있는 정당이 되겠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당원들의 비판은 쏟아지고 있어.

-다른 실언들도 나왔지?

-맞아. 윤 후보는 전남선대위 출범식에서 "민주화 운동이 그야말로 어떤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따라서 하는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어디 외국에서 수입해 온 이념에 사로잡혀 민주화운동을 한 분들과 같은 길을 걸은 것"이라고 주장했어. 곧장 민주당은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며 공세를 벌였지. 윤 후보는 "1980년대 이념투쟁에 사용된 이념들을 말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면 남미의 종속이론, 북한에서 수입된 주체사상 이론도 있다"고 했어. 민주화운동 기득권 카르텔을 비판한 것으로 읽혀. 어쨌든 광주는 5·18 민주화운동이 벌어졌던 곳이잖아. 호남에서 민주화 정신을 '수입해 온 이념'이라는 발언도 오해의 여지가 있는 듯해 보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2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모습. 이 자리에서 극빈한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발언해 논란이다. /국민의힘 제공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2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모습. 이 자리에서 "극빈한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발언해 논란이다. /국민의힘 제공

-지난 22일에도 실언이 나왔어. 윤 후보는 전날 전북대 대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휴대폰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구인·구직 정보를 얻을 때가 올 것 같다"고 했어. 다들 알겠지만, 이미 모바일로 구인·구직 정보를 얻을 수 있잖아. 또 "극빈한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는 윤 후보의 발언도 논란이 됐고 말이야.

-윤 후보의 말실수는 한두 번이 아니잖아. 이달 초에도 윤 후보가 장애인 앞에서 '장애우'라는 표현을 써 비판을 받았잖아. 이보다 앞선 지난 8일에도 비장애인을 지칭하면서 '정상인'이라는 부적절한 표현을 써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고.

-당내에서 우려가 클 것 같아.

-그렇지. 윤 후보가 지난 6월 말 대권 출마 선언 이후 실언으로 구설에 오른 게 여러 차례잖아.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가 호남에서 한 발언에 대해 "난감하다"라는 짧은 표현으로 속내를 드러냈어. 얕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이야. 홍준표 의원은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꿈'에서 윤 후보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에 "나도 모르겠어요. 이젠"이라고 답하기도 했지.

-윤 후보는 배우자의 '경력 부풀리기' 의혹 논란과 장모의 유죄 선고, 당내 불화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태야. 이런 가운데 자신의 말실수로 악재를 키운 셈이야. 이제 대선이 불과 두달 보름여밖에 남지 않았잖아. 앞으로 윤 후보의 발언 하나하나가 유권자에게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칠 텐데, 앞으로도 그의 '입'에 이목이 쏠릴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김미루 인턴기자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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