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지지자들 "낙연, 사랑해요" 이재명 향해선 "전과 4범"(영상)
입력: 2021.12.23 18:39 / 수정: 2021.12.23 19:3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전격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 현장에는 이 전 대표 지지자들 수십명이 자리를 지키며 이 전 대표를 응원하고 이 후보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사진은 선수교체라고 쓰인 머리띠를 쓰고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는 응원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들고 있는 이 전 대표 지지자. /중구=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전격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 현장에는 이 전 대표 지지자들 수십명이 자리를 지키며 이 전 대표를 응원하고 이 후보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사진은 '선수교체'라고 쓰인 머리띠를 쓰고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는 응원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들고 있는 이 전 대표 지지자. /중구=송다영 기자.

이 전 대표 지지자들 "당원 게시판 열어라" 불만 폭발

[더팩트ㅣ중구=박숙현·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전격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들이 50여일 만의 회동에서 대선 승리와 국민 통합 메시지를 낸 것과 달리 현장에선 양측 지지자들이 대치하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현장을 찾은 이 전 대표 지지자 수십 명은 연신 이 전 대표를 응원하는 구호와 함께 '후보 교체'를 외쳤다. 이 탓에 회동 내내 여러 차례 양측 지지자 간 고성과 다툼이 이어졌지만,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오전 11시 50분 이 후보와 이 전 대표가 오찬을 가지기로 한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는 이미 이 전 대표의 지지자 약 30여 명이 모여 열을 갖추고 있었다. 이들은 식당을 출입하는 인원이 잘 보이는 입구 쪽에 테이블을 설치해 놓았다. 그 위에는 이 전 대표를 응원하는 현수막, 종이 등을 배치해 지지자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각자 머플러, 마스크, 모자 등 다양한 '파란색' 소지품을 지니고 현장에 참석해 '파란 물결'을 일으켰다. 이들 중에는 '후보 교체' '온리NY(낙연)' 등의 문구를 테이프로 손수 붙여 머리띠를 제작한 지지자도 있어 이목을 끌었다.

유튜버로 추정되는 이 후보 지지자들도 같은 현장에 참석했다. 한 지지자는 유튜브 생방송을 켜고 상황을 중계하며 "이낙연 지지자들과 싸워서 좋을 일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 전 후보의 지지자들의 규모에 비해 이 후보 측 지지자가 비교적 적은 약 10여 명의 인원밖에 모이지 않은 이유를 묻자, "코로나19 방역 수칙 때문에 안 모이려고 그런 것"이라며 "(이 시국에) 많이 모이지 말자 해서 안 나온 게 제일 큰 이유다. 저렇게 많이 나온 게 (이 전 대표 지지자들) 이상한 거다"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이낙연과 함께 하는 길 우리에겐 단 하나의 길이라는 문구가 써진 대형 현수막을 들고 있다. 한손으로 펼쳐들 수 있는 크기의 현수막에는 민주당이 살 길은 후보교체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사사오입 철회하라 우주최고 이낙연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중구=송다영 기자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이낙연과 함께 하는 길 우리에겐 단 하나의 길'이라는 문구가 써진 대형 현수막을 들고 있다. 한손으로 펼쳐들 수 있는 크기의 현수막에는 '민주당이 살 길은 후보교체'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사사오입 철회하라' '우주최고 이낙연'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중구=송다영 기자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회동이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과 이 후보에 대한 불만을 가감없이 표출했다. 이들은 "이재명은 사퇴하라" "후보를 사퇴하라"는 구호를 연창했다. 그들이 들고 있는 대형 현수막에는 '연이 뜬다 연이 난다' '이낙연과 함께 하는 길 우리에겐 단 하나의 길' 등이 써 있었고, 한손으로 들 수 있는 크기의 현수막에는 '민주당이 살 길은 후보교체'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사사오입 철회하라' '우주최고 이낙연'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한 지지자는 하늘을 향해 '#지켜줄게'라고 쓰인 깃발을 들고 세차게 흔들어댔다.

식당에 두 사람이 등장하기 전부터 지지자들 사이의 신경전은 팽팽하게 이어졌다. '포토라인'을 위해 비워둔 길 사이에 선 이 후보와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이 후보 등장 직전까지도 서로 언성을 높였다. 이에 정진욱 민주당 대변인이 나서서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을 향해 "여러분 이러려고 오셨어요?"라고 후보 사퇴 구호 제창을 만류하는 듯 말을 걸었으나,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곧바로 "네"라고 말하며 즐겁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또 이 전 대표의 한 지지자는 분에 찬 목소리로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데 무슨 상관이냐. 민주당원 게시판도 없애고 왜 말도 못 하게 하냐. 나도 할 말이 있다"며 정 대변인에게 울분을 터뜨렸다. 다른 지지자도 "당원 게시판부터 열라고 말하라"며 정 대변인에게 항변했다.

그러다 이 후보가 회동 시간 7분 전인 11시 53분에 식당 입구에 먼저 도착했다. 이 후보는 식당 입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이 전 대표 지지자들 쪽으로는 따로 인사하지 않고 빠르게 식당 내부로 들어섰다. 이 전 대표의 지지자들은 이 후보를 향해 "전과 4범"이라고 크게 외치고, 이 후보 지지자는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라며 역정을 냈다. 지지자들 사이 서로 고성은 계속해 오갔으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정 대변인이 양쪽을 오가며 열심히 말려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말릴 때마다 지지자들은 서로 "저쪽부터 말려봐라"며 정 대변인에게 반발했다.

이내 정오 정각에 이 전 대표가 식당에 등장하자 지지자들은 "이낙연 사랑해"를 외치며 환호성과 박수로 이 전 대표를 맞이했다. 이 전 대표는 식당 앞에서 차에서 내려 잠깐 멈춰 지지자들 앞에 서서 90도 인사를 한 후 오찬 자리로 떠났다. 지지자들은 이 전 대표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약 20초간 큰 소리로 "이낙연"을 외치며 열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23일 회동해 국가비전과통합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와 2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 갖는 이 후보. /이재명 캠프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23일 회동해 국가비전과통합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와 2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 갖는 이 후보. /이재명 캠프 제공

이 후보와 이 전 대표의 회동이 끝나갈 무렵 식당 입구에는 유튜버와 지지자들, 취재진까지 몰려 혼잡한 양상을 보였다. 미신고 집회 해산을 명령하기 위해 경찰도 약 10여 명 출동해 상황을 지켜봤다.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이 전 대표가 식당 문을 나서기 전부터 식당을 지나 브리핑 장소로 떠날 때까지 "사랑해요 이낙연" "지켜줄게 이낙연" 등의 응원 구호를 외치며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오찬은 당초 예상한 1시간보다 길게 이어져 오후 1시 25분께 끝이 났다.

이내 두 사람이 오찬을 끝내고 식당을 나서 야외 브리핑 장소로 향했다. 지지자들은 저마다 "이재명" "이낙연"을 외치며 두 사람을 배웅했고,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브리핑 동안에도 취재석 뒷편에서 응원 현수막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모든 일정을 끝내고 차량으로 돌아갈 때 지지자들은 응원 구호를 떠나가라 외치며 이 전 대표를 향해 손을 뻗었고, 이를 발견한 이 전 대표가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도 포착할 수 있었다. 지지자들은 이 전 대표가 자리를 떠날 때까지 수행 차량에 바짝 붙어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오찬 회동과 브리핑을 마치고 퇴장하는 길에 지지자들이 이 전 대표를 향해 손을 뻗자 이 전 대표는 악수로 지지자들의 응원에 화답했다. /중구=송다영 기자.
오찬 회동과 브리핑을 마치고 퇴장하는 길에 지지자들이 이 전 대표를 향해 손을 뻗자 이 전 대표는 악수로 지지자들의 응원에 화답했다. /중구=송다영 기자.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 지지자들 중 누군가가 이 후보가 차를 타고 떠날 때 "전과 4범"을 다시 외치자 양측의 충돌이 또 벌어지기도 했다. "한 대 쳐 봐라" "고소 해 봐라"는 고성과 윽박이 오가는 현장을 정리한 것은 경찰관이었다. "미신고 집회가 계속되면 '집회시위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으니 해산해 달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흘렀고, 지지자들은 저마다 분을 삭이며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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