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적인 윤석열…'허위경력 의혹' 김건희, 등판 불투명
입력: 2021.12.23 00:00 / 수정: 2021.12.23 00:00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경력 부풀리기 의혹을 받는 배우자 김건희 씨의 등판 여부에 관해 제 처는 정치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경력 부풀리기' 의혹을 받는 배우자 김건희 씨의 등판 여부에 관해 "제 처는 정치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뉴시스

尹, 부인 역할 최소화할 듯…金 등판 안 할 가능성도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지휘체계를 두고 내분이 일어난 상황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는 배우자 김건희 씨의 등판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놨다. 허위경력 기재 의혹 논란에 대한 김 씨의 셀프 소명 여부에 이목이 쏠리지만, 김 씨가 직접 나설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윤 후보는 22일 보도된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김 씨의 선거 기간 공식 활동에 대해 "영부인이라는 말은 쓰지 말자.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며 "제 처는 정치하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본인이 전시하고 본인 일하는 데서 공개적으로 나설 순 있지만, 남편 정치하는 데 따라다니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다만 '선거운동 기간 아예 동행을 하지 않는 것인가'물음에 "나도 모르겠다. 필요하면 나올 수도 있다"면서 공개 등판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 "대통령 부인은 가족에 불과하다. 대통령 배우자에 대해 법 외적인 지위를 관행화시키는 건 맞지 않는다"며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를 시사했다.

대선 과정과 집권했을 때 김 씨의 역할론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씨의 허위경력 기재 의혹에 대해 여권이 파상공세를 퍼부으면서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씨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국면 전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씨의 학력 부풀리기 위혹의 진위에 궁금증은 날로 커지고 있는 점은 윤 후보의 고민 지점이다. 김 씨는 2001~2014년 한림성심대와 서일대, 수원여대, 안양대, 국민대 시간강사·겸임교원 지원 과정에서 허위 경력을 써낸 의혹을 받는다. 또 서울대가 개설한 프로그램 중 5일짜리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학력인 것처럼 학력란에 기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배우자 김건희 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90도로 인사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배우자 김건희 씨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90도로 인사하는 모습. /이선화 기자

여론 자체도 싸늘하다. 국민적 정서에 반하는 김 씨의 의혹 여파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0∼21일 전국 1027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윤 후보는 40.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7%를 기록했다. 윤 후보의 지지율은 2주 전보다 5.2%포인트 떨어졌는데, 장남의 도박 문제로 고개를 숙였던 이 보가 0.1%포인트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김 씨의 경력 위조 의혹은 대선 주요 이슈인 만큼 본인의 직접 사과와 소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윤 후보의 언론 인터뷰를 언급한 뒤 "영부인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후보와 부인이 사과를 했지만 민심을 조금 더 냉철하게 판단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수정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전날(21일) KBS 라디오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김 씨) 본인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력서를 왜 정확하게 적지 않았느냐는 부분은 윤 후보가 알 길이 없는 문제다. 윤 후보가 나서서 사과를 해도, 그 부분은 혼인관계 이전에 일어났던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같은 날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 김 씨의 의혹 대응과 관련해서 "한 번쯤은 후보 배우자가 나와서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배우자를 한 번쯤이라도 밖에 내세워서 사과하게 하느냐 안 하느냐는 후보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지 다른 사람이 강요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아예 김 씨가 대선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윤 후보도 김 씨의 등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가족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때문에 김 씨의 학력 위조 의혹을 두고 여야의 첨예한 공방이 길어질 전망이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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