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아들 입사지원서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인 21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 3월 4일 임명된 김 수석이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오른쪽은 '사의 파동' 끝에 물러난 신현수 전 민정수석. /뉴시스 |
조국·김조원·김종호·신현수에 이어 김진국도 불명예 퇴진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아들 입사지원서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인 21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수석부터 김 전 수석까지 5명의 민정수석 모두 불명예스럽게 공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민정수석 출신(참여정부 시절)인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현 청와대의 아이러니다.
전날 MBC는 "김진국 민정수석의 아들 김모 씨(31)가 기업체 다섯 곳에 낸 입사지원서 자기소개서에 '아버지께서 김진국 민정수석이다',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것이다', '제가 아버지께 잘 말해 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다'고 적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김 씨는 이력서에 2018년 3월 용인대 격기지도학과를 졸업했다고 적었지만, 실제 용인대를 졸업하지 못했고 다른 대학으로 편입했다가 자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력도 허위로 작성한 셈이다.
◆아들 '아빠 찬스' 논란 김진국 "文정부 '정의·공정' 의지는 평가받아야"
관련 보도가 나간 지 하루 만인 21일 김 수석은 청와대 출근 직후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은 즉각 사의를 수용했다. 지난 3월 4일 민정수석에 임명된 후 약 9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한 것이다.
김 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제 아들이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은 전적으로 저의 불찰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을 섬기는 공직자는 적어도 가족과 관련해서도 한 점의 오해나 의혹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왔고, 조금이라도 부끄러운 점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라고 여겼다. 그래서 저는 (청와대를) 떠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록 떠나가지만, 문재인 정부의 정의와 공정을 향한 의지와 노력은 국민들로부터 온전하게 평가받기를 희망한다"라며 "마지막까지 대통령의 곁을 지켜드리지 못해서 정말 송구하다. 반드시 성공한 정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 자리를 물러난다"고 했다.
따로 질문도 받지 않았다. 사정기관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민정수석이 아들의 불공정행위에 발목이 잡혀 황급히 직에서 물러난 셈이다.
민정수석 출신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민정수석들이 불명예 퇴진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조국·김조원·김종호·신현수 전 민정수석. /임세준 기자, 뉴시스 |
앞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인사 네 명도 모두 불명예스럽게 공직에서 물러났다. 김 전 수석의 전임자였던 신현수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첫 검사 출신 민정수석으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검찰 고위급 인사와 관련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마찰을 빚다가 재차 문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한 '사의 파동' 끝에 임명 2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신 전 수석의 전임자였던 김종호 전 수석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지속된 갈등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4개월 만에 교체됐다.
김 전 수석의 전임자였던 김조원 전 수석은 청와대 내 다주택 참모들에게 실거주 외 다른 주택은 팔라고 지시한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갈등을 빚다가 임명 13개월 만에 스스로 청와대를 떠났다. 본인을 향해선 민정수석 대신 강남 아파트 2채를 택해 "'직' 대신 '집'을 택했다"는 비판이, 청와대를 향해선 "이중적이고 위선적이다"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사의 파동, 무능, 다주택, 자녀 입시 비리…논란의 전 수석들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인 조국 전 수석은 여러 차례 인사검증 실패에 대한 비판을 받으면서도 2년 2개월가량 재직하다가,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했다. 하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녀 입시용 스펙 위조 등이 드러났고, 검찰의 전방위 수사가 진행되면서 법무부 장관 임명 35일 만에 사퇴했다.
이후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자녀 입시, 사모펀드 비리 혐의 등으로 1, 2심에서 징역 4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하고 있으며, 조 전 장관도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은 모두 끝이 좋지 않았고, 문 대통령의 임기도 5개월가량밖에 남지 않은 만큼 새 민정수석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후임자에 대해 "아직 논의하고 계획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역대 민정수석들이 조국 수석을 제외하고 짧은 기간 동안만 재직을 하다가 사의를 하게 됐는데, 이 부분에 대한 청와대 입장이 있는가'라는 질문엔 "없다"고 말을 아낀 뒤 "사정은 있다 하더라도 국민들께서 느끼실 정서, 이런 것들 앞에 청와대는 즉시 부응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잦은 민정수석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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